제주 시인 김공호는 생애 두 번째 시집 ‘달’(시와정신사)을 최근 발간했다. 김공호는 총 3부에 걸쳐 시 50여편을 선보인다. 


김공호

1
우리가 있는 곳에 저 달은 있다1)

달과
나의 거리가
오늘은
0m이다

달은 나를 보고
나는 달 보며 걸어간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한참을 서성이다가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러고는
앱을 닫는다

2
달님은 
잊으려고 노력한다 바람 부는 날이면, 그때를

신작로 너머, 신산모루2) 너머 산 너머 밝게 떠올라
지나온 길을, 산들을 하나둘씩 끄집어 낸다

짧았던 
너와 나의 어두운 강을 비춘다

온 세상에
환한 달빛을 비춘다

그는
오늘도, 힘든 동산을 넘어간다

1) whenever the moon we're in 한 여인의 슈트에서 인용
2) 옛 제주시 사라봉 남쪽 면 위치한 하늬바람 거세게 불어오는 곳

문학평론가 박진희는 책 소개에서 “이번 시집에는 유난히 늙고, 지고, 저무는 대상이나 풍경에 대한 표현이 많은 점이 이채롭다. 그만큼 시인의 의식에 시간의 한계,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라며 “김공호 시인의 시간관은 근대의 일시적 순간이나 영원에 놓여 있지 않다. 시인은 그의 시에서 존재론적 고독과 유한한 존재, 파편화된 존재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초월을 관념이나 형이상의 세계에서 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시와 나와의 거리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까마득히 멀었다. 퇴임 후, 울지 못하는 암 말매미처럼 나무 위 앉아 무성해지는 나뭇잎만 바라보며 한 마디 울지 못하고 가지 사이 햇살이 지나가는 오늘만 세고 있었다”면서 “이제 낚아올린 시를 모아 둥우리를 만들었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저자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출신으로, 201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첫 시집 ‘달팽이 시인’을 발간했다. 현재 시와정신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127쪽, 시와정신사,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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