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 여행지’는 어디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 인생 여행지는 ‘대만’이고, ‘친절한 사람들’이 바로 그 이유다. 올해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두 달가량 머무른 적이 있다. 대만에 가기 전 누군가가 내게 “대만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외국인이라고 말하면 다들 기꺼이 도와줄 거야!”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달달 외우고 간 말이 “我是外國人。(저는 외국인입니다.)”이다.

조금만 헤매는 것 같아도 도와주는 사람, 버스나 지하철에 서서 가고 있으면 빈 좌석을 알려주는 사람, 길을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동행해 주는 사람까지, 낯선 외국인을 향한 셀 수 없는 다양한 친절을 마주했다. 덕분에 힘들 때마다 그들의 친절을 되새기고, 그 조각을 뜯어 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공무원이 되기 전, 공무직 사서로 도서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 이용자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놀랐던 말은 “죄송한데, 사서에게 말 걸어도 되나요?”다. 도서관과 사서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친근하지는 않구나 싶어 속도 상하고 반성도 하게 됐다. 서가에 빼곡하게 꽂힌 책들을 바라보며, 사서가 꼭 책의 물성처럼 딱딱하고 네모나게 보였나 싶어 고민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갔다.

게시판이나 서가에 붙이는 사소한 공지문에도 ‘언제든 사서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문구를 넣고, 이용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 같으면 “도와드릴까요?” 하고 먼저 묻곤 했다. 나의 작은 친절 하나가, 이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는 사서가 될 수 있었다.

신규 사서가 된 지금, 공무원으로서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구든지 도서관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기를, ‘심심하니까 도서관에 가야지’ 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목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린 마음을 지닌 친절한 사서가 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노력하겠다. /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무소 김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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