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브랜드→한한령·코로나19→화장품 중심 중고가 제품

제주도내 면세업장에 들어선 잔망루피 포토존. 제주와 연계돼 감귤 머리띠 한 제품이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내 면세업장에 들어선 잔망루피 포토존. 제주와 연계돼 감귤 머리띠 한 제품이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의소리

너무나 변한 중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를 맞추기 위해 제주 면세업계가 ‘잔망루피’ 제품을 입점했다.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별 관광객’으로 변한 소비 패턴에 맞추기 위한 대응으로, 기회와 위기 갈림길에 섰다.   

중국은 올해 8월10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78개국의 자국민 단체관광 2차 재개를 발표했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2017년 3월 이후 약 6년 5개월만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소상공인 대응 전략’ 연구를 통해 올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181만명에서 최대 349만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도내 면세점을 방문해 ‘여기서부터 저기서까지 다 주세요’라고 말할 정도의 소비력을 과시했다.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고가 브랜드 가방, 지갑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과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제주 면세업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다이궁(보따리상)’ 말고는 이렇다 할 손님이 없어 고가 브랜드가 전국 매장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제주 방문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6년여만에 만난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패턴과 소비 트렌드가 확실히 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제주시내 한 족발 전문식당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내 한 족발 전문식당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단체 관광객처럼 일률적인 관광 코스를 돌았던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과 달리 최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제주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예전에는 10명 넘게 우르르 몰려다니며 제주를 관광했다면, 현재는 2~3명 정도 개별 관광객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아니라 중국인 ‘개별 관광객’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자국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숨겨진 맛집’ 등이 소문나면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니라 제주시내 치킨과 족발 전문 식당, 중식집 등에 중국인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패턴은 성수기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의 패턴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예전과 달리 최근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는 물건은 화장품이다. 면세업계 매출의 60% 수준으로 알려지며, 고가 브랜드가 진열됐던 매장이 K-뷰티에 힘입어 화장품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고가 브랜드 시계나 액세서리를 찾는 중국인도 있다.  

화장품이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면세점을 방문하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마저 늘고 있다. 제주시내 화장품 전문점에서 많은 물건을 사는 젊은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면 중국인 관광객일 확률이 높을 정도다. 

면세점에 들어선 잔망루피 매장. ⓒ제주의소리
면세점에 들어선 잔망루피 매장. ⓒ제주의소리

제주 면세업계는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개별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은 순식간에 변하는게 일쑤고, 언제까지 K-뷰티가 중국에서 유행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면세업계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 뽀로로의 친구 ‘루피’를 상품화한 ‘잔망루피’를 매장에 들였다.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 제주를 상징하는 감귤 머리띠한 잔망루피 제품이 최고 인기 상품으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비해 소비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면세점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의미다. 곧 면세업계의 위기로 볼 수 있고, 지갑을 열게 해야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한령과 코로나 시기를 거쳐 현장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몸소 체험하지만, 6년전과 소비 트렌드가 너무 다르다. 화장품을 주로 구매하는데, 면세점이 아닌 일반 화장품 전문점을 찾는 중국인들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예전의 ‘큰손’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계 각국 화장품 입점을 통해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성수기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과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이면서 품목 다양화에 신경쓰고 있다. 예전에는 고가 상품이었다면 현재는 중고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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