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우영사마귀풀(Murdannia nudiflora [L.] Brenan) -닭의장풀과-

명심보감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天不生無祿之人
천불생무록지인
地不長無名之草
지부장무명지초

하늘은 녹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삶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땅에도 이름 없는 풀을 내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다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귀화식물을 다룹니다. 오랫동안 제주사마귀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마침내 우영사마귀풀이라는 명칭으로 국가식물표준목록에 등재가 됐습니다.

제주사마귀풀에서 우영사마귀풀로 이름이 명명된 것과 관련해, 최초 이 식물을 발견하신 분인 김성익 님께 우영사마귀풀로 이름 붙여진 유래에 대해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제주에서 귀화식물로 알려진 이 식물은, 사마귀풀과 닮았으나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사마귀풀은 습지나 논둑에서 자라는 식물이지만 이 식물은 밭에서 자랍니다. 이 때문에 제주의 집 울타리 안에 있는 작은 텃밭을 의미하는 '우영'을 붙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한국식물분류학회지 2023년 9월 53권(3) 에 실린 논문을 내려받아 아래의 우영사마귀풀에 대한 도해도를 실어 드립니다.

A(전초), B(신초), C(잎), D(잎집), E(꽃차례), F(꽃), G(옆꽃잎), H(열매)<br>
A(전초), B(신초), C(잎), D(잎집), E(꽃차례), F(꽃), G(옆꽃잎), H(열매)

사마귀풀은 식물체 전체를 짓이겨 바르면 신체에 난 사마귀를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의 한자명 ‘우초’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 우영사마귀풀은 땅에 바짝 엎드려 옆으로 기면서 번식을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영사마귀풀의 줄기와 잎<br>
우영사마귀풀의 줄기와 잎

우리가 알고 있는 사마귀풀의 꽃은 둥근 달걀형의 모습을 하고 있흡니다. 홍자색을 띠고 우영사마귀풀보다 꽃의 크기가 조금 큰 모습입니다.

사마귀풀(Murdannia keisak [Hassk.] Hand.-Mazz.)<br>
사마귀풀(Murdannia keisak [Hassk.] Hand.-Mazz.)

우영사마귀풀은 꽃이 하나 피어 있는 경우도 있고, 꽃대 하나에 여러 개가 피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꽃의 색깔도 흰색에 가까운 모습과 아주 연한 보라색의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마귀풀 종류들의 꽃말을 검색해보니 ‘짧은 사랑’이라고 나옵니다. 이 우영사마귀풀도 꽃이 피는 시간이 아주 짧아 시간을 맞춰 찾아가는 불편이 있지만, 이번에 새로운 이름을 갖게 돼 기쁜 마음에 그런 불편함이 다소 희석이 됐습니다.

나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남들이 자신을 부를 때 사용하기 때문에 내 것인데,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이름입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면 ‘우영사마귀야’ 하고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 주겠다고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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