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50) 나기 힘든 아기는 기르기도 어렵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궂인 : 궂은, 나쁜. 힘든, 어려운
* 질루기도 : 기르기도, 키우기도. 양육하기도

한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게 순조롭지만 않다. / 사진=픽사베이
한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게 순조롭지만 않다. / 사진=픽사베이

사람이 탯줄을 끊고 태어나는 것을 출산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생명으로 이 세에 나오는 것이다. 생로병사의 출발점에 서면서 태어나는 고통에 고고(呱呱)의 상을 내어 지른다. 고해(苦海)라는 인간 세상에 출생 신고를 하는 첫 의식이다.

한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게 순조롭지만 않다. 

쉽게 탯줄을 끊지 못해 아기도 산모도 고통을 겪는다. 난산이다. 순산이면 좋으련만 출산이 힘들어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는 수가 왜 없겠는가. 

오늘날처럼 산부인과 의원이 도처에 있어 전문의의 손을 빌리면 그만이지만, 옛날에는 사정이 사뭇 달랐다. 탯줄을 끊다 파상풍이 옮아 아기를 잃는 수도 적지 않았다. 파상풍은 치명적이었다.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아기를 받아 온 ‘산파(産婆)’를 빌렸다 당하는 사고였다. 탯줄을 끊은 가위를 소독하지 않고 사용했다 당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불상사다.  

그런 대형사고에서 운 좋게 출산한 아기라 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탈이 생겨 양육에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란 얘기다.

1950~1960년만 하더라도 시골 마을은 대부분 무의촌이었다. 어찌어찌 공들여 손을 쓰면 살릴 수 있는 아기를 숨이 넘어갔다고 산에 가 파묻으려다, 우는 소리에 안고 돌아와 순조롭게 잘 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곡절을 겪고 다행히 살아난 아기를 ‘태역둥이’라고 일컫지 않는가. 그렇게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그 적에 비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천국 중의 천국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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