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원, 6일 향토문화발전세미나 개최
놀이, 돌담, 정지, 올레·정낭 조사 결과 발표

제주문화원(원장 김양택)은 6일 오후 제주팔레스호텔에서 ‘제14회 향토문화발전 세미나―왜, 오늘을 기록해야 하는가? 2’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문화원(원장 김양택)은 6일 오후 제주팔레스호텔에서 ‘제14회 향토문화발전 세미나―왜, 오늘을 기록해야 하는가? 2’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50대 이상 제주의 중년, 노년들이 제주 옛 생활문화를 직접 살피고 기록하는 ‘생활문화조사동아리’ 활동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청년 세대와 옛 문화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문화동아리 활동이 보다 내실 있게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제주문화원(원장 김양택)은 6일 오후 제주팔레스호텔에서 ‘제14회 향토문화발전 세미나―왜, 오늘을 기록해야 하는가? 2’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제주문화원 내 향토문화연구회(회장 박문헌) 생활문화조사동아리의 지난 1년 활동을 정리-발표하는 자리다. 생활문화조사동아리는 제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회가 창립한 2012년부터 거슬러 올라가, 올해로 11년째를 맞는다. 이번에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눠 활동했다. ▲1950~70년대 제주도 어린이 놀이 문화 ▲제주 돌담 ▲정지와 제주 여인의 삶 ▲무근성 일대의 올레와 정낭 등이다.

한 팀이 주제 하나씩 맡아 조사에 나섰는데, 팀원 나이는 50대에서 70대까지 중·노년층이다. 이들은 이론 공부, 현장 답사 뿐만 아니라 몸소 재현까지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불태웠다. 

놀이 문화를 맡은 1팀(유태복 팀장, 김영규, 김정숙, 서근숙, 양정희)은 생이총 놀이, 고무줄놀이, 빳찌치기(딱지치기), 대막대놀이, 구슬치기 놀이, 낭칼놀이, 공깃돌 놀이, 돌비석치기(먹대돌 놀이) 등 23개 놀이를 정리했다. 추억 속의 놀이를 다시 해보면서 영상으로 촬영, 유튜브 채널에도 올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놀이 문화를 조사한 생활문화조사동아리 1팀에서 오자미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놀이 문화를 조사한 생활문화조사동아리 1팀에서 오자미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2팀(고일수 팀장, 김만, 김원순, 전영천, 진정율, 한영자)은 제주 돌담을 조사했다. 제주시 구좌읍부터 한림읍까지 10회 이상 현장을 찾아 사람이 축조한 담을 조사·기록했다. 잣담, 올레담, 밭담, 성담, 축담 등 가능한 모든 종류의 담을 살폈다. 2팀은 특히 잣담에 주목하며 “중산간 지대의 목축을 위한 상징적 조형물인데, 조선시대 제주도 목마장이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유물”이라며 “엄청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무관심 속에 방치·훼손돼 있다”고 우려했다.

3팀(김성용 팀장, 강정미, 고미선, 고진희, 김신영, 문성희, 박문헌, 최혜숙)은 ‘정지와 제주 여인의 삶’을 조명했다. 주로 1945년부터 1980년까지 전통 가옥의 정지 공간을 조사했다. 어르신 증언을 채록할 뿐만 아니라, 부엌신으로 알려진 조왕신과 제주 정지 관련 속담까지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4팀(송일영 팀장, 고정은, 김영화, 박승석, 유명숙, 장호인)은 제주시 삼도1동, 일명 ‘무근성’ 일대를 현장 조사하며 남아있는 올레와 정낭을 확인했다. 지도와 발간 자료 등을 살피면서 사전 조사를 진행했고, 현장 방문에서는 사진·그림 기록 뿐만 아니라 주민 면담, 다른 지역 비교 답사까지 가졌다. 다만 “대문으로 들어가서 확인할 수 없으니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반면 무근성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생을 위한 고민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정지와 제주 여성의 삶을 조사한 3팀의 발표.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이후 토론은 허남춘 명예교수(제주대학교)가 좌장을 맡아 고경대 대표(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 강은실 학예사(제주대학교박물관), 김관형(제주문화원 제15기 문화대학 회장) 등이 진행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생활문화조사동아리의 조사 내용 뿐만 아니라 과정도 높이 평가했다. “기술의 발전, 인구 감소, 가파른 노령화 등으로 변화하는 시대 속에 제주의 옛 생활문화 역시 자칫 빠르게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생활문화 조사 활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토론자로 나선 고경대 대표는 “글, 사진에 이어 영상과 유튜브까지 조사에 활용하면서 매체 확장이 인상 깊다”고 호평했다. 

강은실 학예사는 “동아리의 조사 활동은 제가 진행하는 마을 조사와 다를 바 없을 뿐만 아니라 보다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장기적인 동아리 조사 활동 축적 ▲집중 주제를 정해 제주 전역 조사 시도 ▲구술 내용 보다 정확하게 명시 ▲조사 내용 체계적으로 정리 등이 보완된다면 더욱 나아지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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