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DC 대학생아카데미] 김민석 PD
“PD란 영상으로 스토리텔링하는 직업”
“밤을 굉장히 많이 새고 약속을 깨야 하는 날도 많은 직업이 PD이지만, 내가 만든 결과물로 다른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직업 또한 PD입니다. PD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여덟 번째 강연이 7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을 기획한 김민석 PD가 ‘PD라는 직업’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김 PD는 2012년 KBS에 입사해 ‘해피투게더3’, ‘개그콘서트’, ‘1박2일 시즌3’ 등 인기 장수 프로그램을 거치며 예능 PD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후 2017년 연출 데뷔작으로 ‘용띠클럽’을 거쳐 2018년에는 tvN으로 이직해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를 기획, 연출했다. 지난해 JTBC로 자리를 옮긴 김 PD는 ‘손 없는 날’, ‘택배는 몽골몽골’ 등을 연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tvN으로 이적한 그는 ‘무한도전’을 오랫동안 이끌어 온 이원주 작가, 유재석과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즐거워하던 모습을 떠올린 김 PD는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한 해를 가득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의 유 퀴즈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유 퀴즈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뿐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 PD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간에 모두 스토리텔러(Story Teller)라고 생각한다”며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걸 영상으로 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PD이고, 크리에이터(Creator)”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능 PD들은 항상 새로운 걸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무엇을 해도 마냥 새로울 수만는 없겠지만, 고유해 보이고 특별해 보이게 만들어 준다면 사람들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김 PD는 “퀴즈라는 트렌드와 함께 우리가 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목표로 유 퀴즈를 기획했다”며 “일반인을 만나 작은 접이식 탁자를 두고 어디에서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엔 시청률이 생각보다 더 나오지 않았지만, 일상적이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일수록 매주 꾸준히 방영해야만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 PD는 퀴즈보단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퀴즈를 과감하게 줄이고 출연자의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시즌 1에서는 퀴즈와 이야기가 1대 1로 채워졌다면, 시즌 2는 사람들과의 만남, 인연을 더 중요시한 것이다.
시즌 2도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시즌 3을 준비하던 와중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발생했다.
무작위로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던 프로그램에서 코로나19란 존폐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이에 유 퀴즈 시즌 3에서는 코로나19 최전선을 지킨 간호사들을 영상통화로 연결해 이야기를 전했다. 이때 유재석뿐 아니라 많은 시청자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공감했다.
김 PD는 “PD나 크리에이터에게는 항상 많은 변수와 난관, 제약이 따른다”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로 나갈 수 없게 됐다는 제약과 난관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진 않았기 때문에 ‘왜 나에게만 문제가 생길까’라는 생각할 때가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이어 “뭘 하려고 하든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100%를 구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 중 깎이고 깎여 70%만 구현하고 나머지 30%는 여러분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물로 채워지더라도 그렇게 100%가 된다면 여러분이 생각한 것과는 또 다른 멋진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을 섭외해 실내에서 이야기하는 포맷으로 바뀐 것을 두고 유 퀴즈의 근간이 흔들린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좀 더 진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며 “타인의 삶을 왜곡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방송에 담아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가치만큼은 일관되게 지킨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PD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을 향해서도 진솔한 조언을 남겼다.
김 PD는 “크리에이터가 되려 한다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트렌드 그리고 자극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들에 휘말리다 보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고유한 시각과 관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나만의 관점이 있는 가를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JDC 대학생아카데미는 <제주의소리TV>를 통해 생중계되며, 강연이 끝난 후에는 VOD 서비스도 제공돼 강연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