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학부모아카데미] 진로 컨설팅 고원형
“진로는 직업 아냐, 구체성 보다 방향성 먼저”

부모님이 좋아하는 '사'자 직업?

8일 열린 2023 학부모아카데미는 아름다운배움 고원형 대표를 초청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8일 열린 2023 학부모아카데미는 아름다운배움 고원형 대표를 초청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만약 여러분의 고등학교 2학년 자녀가 ‘저는 축구가 너무 좋아서 이제라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눈을 반짝인다면, 부모 입장에서 어떤 조언을 해야 할까요. 진로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구체성이 아닌 방향성입니다.”

제주도교육청 민간위탁 사업으로 [제주의소리]가 주관한 ‘2023 학부모아카데미’가 8일 오전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열렸다. 예비 중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강연은, 아름다운배움 고원형 대표를 초청해 ‘미래사회 변화와 우리 아이들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고원형 대표는 기술 고도화, 인구 절벽, 고교학점제 도입 등 현 시대에 벌어지는 각종 변화 속에서, 자녀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둬야하는지 큰 틀에서 짚어봤다.

먼저 고원형 대표는 2023년 현 시점에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변화들을 짚었다. ▲정규직 여부가 최우선 순위가 아닌 직업의 변화 ▲메타버스, 블록체인, ChatGPT, 자율주행, 대체에너지 등 신기술의 등장과 빠른 쇠락 ▲기후변화, 감염병, 불평등 등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 ▲저개발국가들의 롤 모델로 자리잡은 한국의 위상 ▲지속가능성장의 대두 ▲저출산 고령화 사회, 동시에 다문화사회 가속화 ▲대학 별 신입생 미달,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 가속 등을 찬찬히 설명했다.

여기에 2025년부터 전국에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 역시 ‘진로 선택’에 있어 중요한 변화라고 꼽았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도 대학처럼 학생 개개인이 배울 과목을 설계·선택하는 제도다. 

고원형 대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까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선진국 국제기구로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가운데, 한국이 어린이 행복지수가 최하위인 통계를 의미있게 주목했다.

8일 학부모아카데미 강연 모습.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8일 학부모아카데미 강연 모습.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특히 “2023년 아동행복지수 보고서를 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청소년 2231명 에게 행복지수를 물었는데 가장 낮은 ‘하’로 답한 인원이 무려 86.9%, 1940명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고원형 대표는 ‘진로’가 ‘Deep Play’라고 규정했다. 풀어보면 “의미 있는 일을 즐겁게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로 결정에 있어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소가 바로 ‘진로 순수성’이라고 꼽았다. 어떤 것인지 따지지 않고 이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여부가 바로 진로 순수성이다. 

덧붙여 ▲자녀에게 말 할 자격을 갖추자 ▲남이 바라보는 나, 남이 바라보는 자녀로 평가하지 말자 등이라고 학부모에게 당부했다.

물론, 자녀가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학부모라도 마찬가지 일 것. 고원형 대표 역시 “어린 아이들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 ‘공부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도 성적표나 대입을 고민하면 ‘공부시켜야 겠다’는 게 학부모 마음”이라고 공감했다.

다만, 자녀들이 원하는 진로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조건·환경만을 우선시한다면, 뒤늦게 성인이 돼서 부정적인 여파가 올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고원형 대표는 “여러분들 자녀가 생산적인 경험을 많이 하는지, 아니면 소비적인 경험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보자. 대부분 소비적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스스로 만들고, 생산하는 경험 대신 사고 버리고 다시 사는 경험에 치우친다면 진로 선택과 향후 성인이 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멘토링한 사례를 소개했다. 대학 생활을 마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는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난다는 것. 특히 SNS를 보면 퇴사를 고민하거나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바로 SNS 사진 대다수가 맛집, 여행인 경우다.

고원형 대표는 “하루에 가장 오랜 시간을 지내는 직장에서 자신이 무언가 만들어냈다는 것을 올리지 않고, 그저 직장은 버틸 뿐이고 주말이나 휴가 받아서 여행가고 맛집에 가는 소비적인 행동으로 위안을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원형 대표는 “소비적인 행동에 치우치면 허무함이 크게 늘어난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생산적인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가서도 숙소와 맛집만 기억에 남기 보다는 생산적인 면, 예를 들어 봉사·나눔·체험 같은 것을 조금이라도 시도해보면 진로 형성에 있어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고원형 대표는 진로와 직업을 동일하게 여기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구체성보다는 방향성”에 우선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고원형 대표는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이제 엘리트 선수의 길로 가기에는 늦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축구’라는 방향성으로 접근하면 축구 분야에 수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얼마든지 축구 관련 진로를 택할 수 있다”면서 “이렇듯 구체성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미래는 현재 하루의 축적”이라며 꾸준함의 힘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예비 중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이날 강연은 예비 중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또한 “진로를 주도적으로 찾아가는 아이라도, 진로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선택을 한다”면서 “한국직업사전에 등록된 직업만 1만2500개다. 영어, 수학에 시간을 들이듯이, 진로에 대해서도 시간과 공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원형 대표는 자녀가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부모와의 건강한 관계가 필요하고 강조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부모가 지켜야 할 조건으로 ▲본인 감정에 따라 변화하지 않고, 자녀가 예측 가능하게 행동하는 일관성 ▲‘우리 부모가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신뢰 ▲가정 내 의사 결정 과정에 자녀를 참여시키는 관계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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