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51) 나무는 돌 의지, 돌은 나무 의지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낭 : 나무
* 으지 : 의지(依持), 기댐

/ 사진=픽사베이
나무는 돌을 알맞게 덮어주고 돌은 나무를 돋보이게 한다. / 사진=픽사베이

자연 현상이란 참으로 절묘하다. 사람이 힘들여 나무 옆에 돌을 갖다 놓고, 돌 옆에다 나무를 옮겨 심지 않아도 두 사물은 스스로 만난다. 연인처럼 만난다.

나무는 흔히 돌덩이를 의지해 성장하고, 돌들은 나무 곁에 자리 잡는다. 큰 돌 곁에서 자라는 나무는 웬만한 비바람이 휩쓸고 지나도 쓰러지는 일이 없다. 그런가 하면, 돌은 돌대로 나무가 곁에서 받쳐 주므로 비탈진 곳에 있더라도 아래로 굴러가는 일이 없다.

그뿐 아니다. 이것은 필자가 직접 겪었던 일이지만, 집 마당에 정원을 조성할 때, 나무와 돌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 소재다. 관목이든 교목이든 나무들을 핵심의 자리에 심은 다음, 그 곁에다 크고 작은 돌들을 에워싸며 심어주면 놀랄 만큼의 조화로운 조경 이루어진다. 나무와 돌의 조합이야말로 찰떡궁합이다.

나무는 돌을 알맞게 덮어주고 돌은 나무를 돋보이게 한다. 내가 가꾼 읍내 집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그림으로 남기지 못해 아쉽다.

한낱 무정물에 지나지 않는 나무와 돌멩이도 서로 곁에 있어 몸을 받쳐주면서 의지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유의미한 것으로 무심히 보아 지나칠 일이 아니다.

‘낭은 돌 으지, 돌은 낭 으지’

일상적인 생활 속의 반짝이는 발견이 아닌가.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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