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DC 대학생아카데미] 배윤슬 도배사
“스스로 내린 선택이 주는 힘 믿어보길” 조언

14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에서 배윤슬 도배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4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에서 배윤슬 도배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었고,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단단할지 미끄러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길이 조금씩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이 14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이번 강연에는 배윤슬 도배사가 ‘청년 도배사 이야기’를 주제로 직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 도배사는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도배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를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에게 도배는 익숙한 일이면서도 도배사는 낯선 직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배 도배사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부터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던 그는 ‘사회복지사가 되면 누군가를 도울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졸업 후 목표대로 노인복지관에 취업할 수 있었다. 2년 동안 어르신들의 벗이 되며 열심히 일했고, 재미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이 14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이 14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그랬던 그가 도배사라는 엉뚱한(?) 직업을 택한 데에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배 도배사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일과 무관하게 잘 해내야 하는 사회생활과 그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일에 대한 평가로 돌아오는 데 염증을 느낀 것.

불필요한 회식 자리에 꼭 참석해야 한다거나 직무와 관련 없는 심부름을 해야 할 때 사회복지사로서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또 사회복지사라는 업무 특성도 그의 진로 고민을 깊게 했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인 만큼 그 일에 대한 성과나 결과가 추상적이었다.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게 아닌 만큼 ‘일을 잘하는 게 맞나’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배 도배사는 기술을 익혀 전문직을 가져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전문직을 나열한 후 자신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잘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은 그는 ‘도배사’라는 직업을 택했다.

14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에서 배윤슬 도배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br>
14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에서 배윤슬 도배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도배사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100번 이상 발판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일이 반복됐다. 젊은 나이임에도 무릎이 시려왔다.

또 일하는 대부분의 현장이 냉난방 시설이 갖춰지기 전인 공사장이어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환경에서 일해야만 했다.

업무 시간과 공간도 매일 변했기 때문에 규칙성을 갖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무한한 성취감’이 그를 4년간 도배사로 일할 수 있게 했다.

내 손길이 닿은 집이 어떻게 완성될지, 어떤 부부, 가족, 아이들이 살아갈지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었다.

또 경쟁력있는 기술을 가진 이상 은퇴 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노력과 실력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정직한 노동이라는 점도 도배사라는 직업을 매력적이게 했다.

배 도배사는 “꿈꿔왔던 사회복지사로 일 해봤기에 그 일이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럼 나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처음부터 다시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모든 경험이 있고 그 모든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낭비된 시간과 돈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이 오는 14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br>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연이 오는 14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취업을 앞둔 제주대 학생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솔직한 조언도 건넸다.

직업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것, 다른 누군가의 시선이 판단 기준이 돼서는 안 될 것, 스스로 내린 선택이 주는 힘을 믿어볼 것 등이다.

배 도배사는 “기술직이 좋다, 도배사를 해보라는 이야기보단 도배사를 비롯한 기술직, 몸 쓰는 일을 하는 사람도 수천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길을 가다 나와 같이 작업복을 입은 사람을 보더라도 무서운 사람일 것 같다는 시선보다는 저분이 하는 일이 고생하는 일이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펴낸 ‘청년 도배사 이야기’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처음으로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은 평탄하고 이미 잘 닦여있는 다른 길이 많은데 굳이 스스로 진흙밭에 뛰어든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춥고 외롭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었고 내가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단단할지 미끄러울지 알 수도 없었다. 비가 와서 진흙 길 같이 힘든 시기도 있었고 예쁜 조경은커녕, 길이 만들어지기는 할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길이 조금씩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JDC 대학생아카데미는 <제주의소리TV>를 통해 생중계되며, 강연이 끝난 후에는 VOD 서비스도 제공돼 강연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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