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전문인력 양성 ‘문화:소셜플래너’ 3개년 사업 진행
문화적 마인드에 ‘기획·실행’ 능력 구비 인재 육성...내년 성과 주목

혼자 일하는 노동자들, 번아웃(Burnout) 겪는 청년들, 발달장애인, 한부모가정, 작은 도서관….

오늘 날 제주 도민들은 지역사회 곳곳에서 각종 문제, 갈등,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문화예술적인 발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재 육성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의 전문인력 양성사업 ‘문화:소셜플래너’다.

문화예술의 눈으로 사회를 보다

11월 18일 오후 1시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카페 더블랭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 6월부터 11월말까지, 약 반년 동안 활동한 재단의 ‘문화:소셜플래너’ 진입과정(1년차) 참가자들의 성과공유 워크숍 자리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모두 10팀(16명)으로 나눠 저마다 준비한 리서치 주제를 발표했다. 

▲혼자 일하는 노동자의 외로움과 번아웃 치유와 회복탄력성에 대하여 
▲번아웃을 경험하는 청년 세대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 사례 연구 
▲발달장애 자립 지원 서비스에 관련한 사례 연구 
▲한부모가정 치유프로그램 리서치 사례분석과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치유프로그램 기획
▲작은 도서관 문학 프로그램 개발 사례조사

지난 18일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소셜플래너’ 진입과정 발표회 모습. ⓒ제주의소리

각각의 주제들은 무겁다면 무거운 문제, 이슈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지역사회 문제를 소개하면서, 각자 조사·연구한 해결 아이디어도 함께 덧붙였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문화예술적으로 접근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이지연 발표자는 혼자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워커스 라운지’를 제시하면서, 그곳에서 ▲기록 활동 ▲요가·러닝 ▲자연 염색 등을 통해 치유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류희연은 문화예술 교육과 연계한 국내외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 서비스를 소개했다.

권미리·김보은·김정수는 전문강사와 함께 음악·미술을 결합한 예술 커뮤니티 활동으로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활동을 제시했다. 부기만, 강문상 발표자는 2008년 제주도가 선정한 고유문화상징물 99선을 주제로 한 ‘99가지 특별한 제주 그림책’을 제안했다. 

이지연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난 제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대학에 진학한 뒤, 사회 생활까지 하다가 몇 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처럼 제주에는 이주민, 선주민을 비롯해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있다. 내가 만나본 다수는 변화를 위해 제주로 왔다고 한다”면서 “그래서인지 프리랜서, 로컬크리에이터 등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혼자 일하는 청년들이 많더라. 조직 생활은 복지 혜택이 있지만, 혼자 일하는 직업은 안전망이 비교적 적어서 우울지수가 높다는 통계도 있다. 나 역시 같은 처지인 만큼 문화예술로 번아웃을 치유하고 혼자 일하는 청년들을 일으킨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워커스 라운지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소셜플래너 1년차 과정에 참여한 소감은 “평소 예술경영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로 치유를 하면서,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이윤 창출도 병행해야 하기에 두 가지 특성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는지 궁금했다”면서 “문화:소셜플래너 강사진들은 궁금증을 해결하고 있는 국내·외 사례를 보여줬다. 예술경영 전반에 대해 알게 돼 유익했다”고 강조했다.

이지연은 “첫 번째 과정을 마치고 나니 다음에는 보다 깊게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2년차 이후 문화:소셜플래너 과정에도 참여해 워커스 라운지를 실제로 구현해보고 싶다”면서 “소셜 아트(Social Art)는 보통의 아트(Art)와 다르다고 느낀다. 행동하는 예술, 행동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에 가까워 보인다. 소셜 아트 활동-육성을 개개인이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재단을 비롯해 공적인 영역에서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정민경은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각종 축제·행사를 분석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대학원에서 ‘문화 매개’를 공부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과 문화:소셜플래너가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한 것 같아 참여했다. 보다 현장과 맞닿은 배움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와 함께 짠 교육 커리큘럼도 좋았고, 재단도 꼼꼼하게 준비하면서 교육 참가자 간의 네트워킹이 좋았다. 참가자들과 나중에 도모해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내가 배워온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소셜플래너’ 진입과정 참가자들이 발표회를 가지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18일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소셜플래너’ 진입과정 참가자들이 발표회를 가지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 걸음씩 3년 목표로 만드는 ‘총체적 역량의 인재’

문화:소셜플래너는 3개년 사업으로 추진한다. 첫해는 기반 강화, 두 번째 해는 안정화, 마지막 해는 고도화라는 목표를 세웠다. 

첫해는 커리큘럼과 운영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기반을 닦는다. 두 번째 해는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 해는 교육 과정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으면서 사후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무엇보다 수료 인력을 재단에서 활용하며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스템까지 목표했다. 교육의 전문성을 고려해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소장 박신의)와 합동으로 진행한다.

길다면 긴 3년이란 시간 동안, 한 지역의 인력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까지 고민해 실행하는, 총체적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적인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추구하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전문인력 양성사업 ‘문화:소셜플래너’의 3개년 추진 계획. / 사진=제주문화예술재단

2년차 성장과정의 파일럿프로그램으로는 ▲시각예술작품 IP를 활용한 ON-OFF 기념품 기획 ▲전농로 왕벚꽃축제 대한적십자사 건물 미디어파사드 구현 ▲제주형 야간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기획 ▲불미공예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등이 나왔다.

고병수 발표자의 ‘시각예술작품 IP’는 제주 시각예술인의 작품을 임대해, 기념품 제작으로 수익 창출까지 기대한다. 유병철은 최신 기술을 통한 전농로 왕벚꽃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으며, 최청정은 ‘암흑 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해 어둠 속에서 즐기는 콘텐츠를 구상했다. 이경아는 1986년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불미공예를 널리 알리기 위한 융복합 활동을 제안한다.

1년차 진입 과정이 자료 검색, 아이디어 도출 같은 기초 활동 비중이 크다면, 2년차 성장 과정은 아이디어가 보다 정교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필요한 예산 책정, 사업계획서 작성 등 실무적인 부분까지 소화하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찾고 고민하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는 문화:소셜플래너 사업은 2024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3년차 과정에 진입하면서 올해 2년차 과정을 우수하게 수료한 인재를 도내 기관, 마을 등 문화 기획 인력이 필요한 곳에 배치할 구상이다. 지금까지는 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웠다면, 전문 조직과 현장을 넘나드는 경험을 추구한다. 지역 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단은 “문화:소셜 플래너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회자본 형성과 사회문제 해결, 커뮤니티 문화와 공동체 의식 형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의 한 유형이다. 사람을 키우는 장기 기획이 이제 작은 이파리를 피운 만큼, 기획에서 재원·조직관리 등 실행 단계까지 요구되는 총체적 역량을 갖춘 인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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