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근 저가공세 국내 시장 잠식
제주산 점유율 하락 ‘산지폐기 검토’

2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 농가에서 올해산 당근의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 농협중앙회 제주본부] 
2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 농가에서 올해산 당근의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 농협중앙회 제주본부] 

과거 도내 모 커피전문점의 케이크 명칭에서 ‘제주’라는 단어가 느닷없이 빠지는 일이 있었다. 해당 업체가 제주가 아닌 중국산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된 채소는 바로 ‘당근’. 해당 업체는 중국산 당근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 당근 케이크’라는 메뉴명에서 ‘제주’를 서둘러 삭제했다.

21일 제주지역 농가에 따르면 중국산 당근이 국내 가공식품과 식당 등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이미 대량 수요처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은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산동성과 복건성이 당근의 주산지다. 대량 생산에 저가 공세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수입산 중 비중이 90%로 올라섰다.

2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 농가에서 올해산 당근의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 농협중앙회 제주본부]&nbsp;<br>
2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 농가에서 올해산 당근의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 농협중앙회 제주본부] 

중국산은 국내산과 모양이 비슷하고 세척 후 공급돼 구분도 어렵다. 가격은 오늘(21일) 서울 가락동 시장 기준 중국산은 10kg 당 6000원, 제주산은 20kg 당 3만5000원이다.

제주산의 1/3 가격에 공급되면서 식당과 가공업체는 이미 중국산이 공급 물량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이에 제주산의 점유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개발 등의 여파로 당근 재배 면적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중국산 물량공세 여파로 가격 안정화는 오히려 심화 되는 분위기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에 따르면 국내 당근 소비량은 연간 20만톤이다. 이중 수입산이 55%인 11만톤을 차지한다. 나머지 9만톤 중 제주산이 5만톤, 경남산 3만톤, 강원·충청산 1만톤이다.

더욱이 올해는 전년 대비 재배 면적까지 크게 늘어 산지폐기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실제 구좌농협은 최근 당근연합회 회원들을 불러 비상품 당근 유통 근절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2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 농가에서 올해산 당근의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 농협중앙회 제주본부] 

올해산 제주 당근의 재배 면적은 1431ha로 지난해 848ha 대비 68.7%나 늘었다. 이에 생산량도 2만9241톤에서 5만4316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생산량은 6만톤으로 추정된다.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구좌농협은 출하 물량을 조절하고 수급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농협에서 조합원의 농산물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매취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매량 1만톤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비용만 107억원이다. 당근연합회는 자조금에서 7억원, 구좌농협은 7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30억원은 농협경제지주에 지원을 요청했다.

양성집 구좌농협 유통센터 총괄 상무는 “중국산 당근은 연중 저가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며 “모양도 제주산과 똑같아 일반인이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산 당근의 품질이 월등하게 높지만 저가 공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제주 농가를 위해 매취수매와 가공물량 확대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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