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53) 냇물에 가지 말라 했더니 바다로 달린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말랜 : 말라고
* 허난 : 하니까, 했더니
* 바당더래 : 버다로
* 돋나 : 돌린다, 달려간다

그렇게 만용으로 분수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불행한 일을 자초하는 일이 적지 않다. / 사진=픽사베이
그렇게 만용으로 분수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불행한 일을 자초하는 일이 적지 않다. / 사진=픽사베이

시키는 사람으로서는 이것저것 좋은지 나쁜지를 충분히 따져보고 시킨다. 차마 잘못되라고 하겠는가.

어른에게는 세파를 겪으면서 그만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경험칙, 곧 값진 지혜다.

한데 아이들은 냇물에 가지 말라 했더니 더 위험한 바다로 내달린다는 말이다. 행여 사고가 생기지 않으며 하거니와 자칫 큰일을 당할 수가 있다. 

물이 불기 전의 냇물은 얕으므로 사고 위험이 없지만, 바다는 물이 깊고 파도가 높고 거세어 아이들에겐 위험천만하다. 생각 없이 바닷 속으로 들어가다가 목숨을 잃을 수가 있다. 

그렇게 만용으로 분수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불행한 일을 자초하는 일이 적지 않다. 비단 아이 만의 일이 아니다. 하지 말라면 짐짓 더 기를 쓰고 달려드는 심술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불행한 사고는 자업자득이다. 

시키는 사람에게 거역하거나 반항하는 경우인들 왜 없겠는가. 아득바득 나쁜 길을 찾아들면 결과는 상상하지 못한 끔찍한 참극을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설령 그렇게 하라는 이와의 사이에 감정적인 앙금이 남아 있을지언정, 실제의 문제를 떠나 섣불리 행동하는 경솔한 선택은 잘못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혹여 선의에서 하는 사람의 얘기를 더 얄궂게 생각하는 습성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닌지.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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