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어촌신활력증진사업, 표선면 하천리 공모
언론보도 통해 소식 접한 주민들 사업 철회 요구

표선면에 붙은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공모 반대 현수막. 사진 제공=독자 ⓒ제주의소리
표선면에 붙은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공모 반대 현수막. 사진 제공=독자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에 추진 중인 어촌신활력증진사업 파장이 커지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공모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사업 추진을 결사반대하며 강력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제주의소리]는 지난달 12일 [“한 달만 졸속 추진” vs “절차적 문제 없어”…제주도 어촌신활력 공모 ‘잡음’]을 통해 제주도가 공모한 해수부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공론화 부족 문제를 짚은 바 있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은 올해부터 5년간 300개소에 총 3조원을 투입해 어촌 지역경제 활성화, 복지 증진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12일 해양수산부의 2024년도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주도는 3개 유형 중 제1유형인 ‘어촌경제플랫폼 조성사업’에 공모했다. 1유형은 총사업비 300억원 이상 규모로 4년간 국가어항과 지방어항의 배후지역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총사업비 526억원(국비147억·지방비 147억·민간 191억원 등)을 투입해 표선면 하천리에 어촌 경제 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민자사업 중에는 해양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해양자원순환센터 건립이 포함돼 있는데, 센터 건립 시 하루 24톤 이상의 해양폐기물이 이곳에 모여 자원화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혐오, 기피시설로 여길 수 있는 해양자원순환센터에 대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주민 대다수가 언론보도를 통해 공모 내용을 처음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인근 학교들과 인접한 거리에 센터가 들어선다는 점을 우려했다. 해양자원순환센터 예정지와의 직선거리는 △표선고등학교 1.2㎞ △표선중학교 1.3㎞ △표선초등학교 1.5㎞ △한마음초등학교 1.6㎞ 등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지난 8일 해수부를 비롯해 제주도청, 표선면사무소, 표선 내 학교장 등 약 20곳에 성명을 보내 해양자원순환센터 건립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표선초·표선중·표선고등학교 학부모회 일동은 “센터 예정지는 표선면 아이들이 일과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불과 1㎞ 거리에 있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며 “업체가 말하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검증됐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건강에 위협되지 않는다는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데이터도 없이 이 시설을 수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센터가 건립되면 해양쓰레기 이동을 위해 표선해수욕장 바로 옆 포구를 쓰레기 하적장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포구에서 센터까지 해양쓰레기가 이동하는 동선은 표선 아이들의 동선과 가장 많이 겹친다”고 꼬집었다.

학부모회 일동은 “모든 위험에도 센터가 꼭 필요하다면 하천리 뿐만 아니라 건립될 부지 인근 주민들이 설립 여부를 정하는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야 했다”며 “대부분의 하천리 주민들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몇 주민의 찬성으로 갑자기 공모가 추진된 일련의 과정은 어떤 말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공모를 추진했던 제주도와 마을회 공모협의회는 공론화 과정의 부족을 인정하며, 추후 의견수렴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주민들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적극적인 의사소통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17일 주민 약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설명회가 열리긴 했으나 이마저도 제주도나 공모협의회가 아닌 표선면주민자치위원회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설명하는 제주도 관계자와 악영향을 우려하는 주민 간 뚜렷한 입장 차이만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사업 심사는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10일 하천리에서 해수부 현장 자문위원, 제주도 공무원, 하천리 개발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공모 현장 심사 평가회를 열었다. 해수부는 약 2개월 동안 서면·현장 평가 등을 거쳐 오는 12월 중 사업 대상지를 선정·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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