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개막식 모습. 올해 COP28은 11월 30일-12월 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다.

사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수자원과 생물다양성 같은 문제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제도들과 문제를 다루는 ‘틀’은 분리되고 전문화됐다. 그동안 개최됐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회의에서 식량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도 그 사례의 하나다. 유엔 차원의 책임과 조직이 분담되어 있어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자체 정상회의를 주도해왔고 문제는 UNFAO가 주최한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문제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11월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은 식량과 기후변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COP28에서는 '세계 식량의 날'을 정하는 한편 최소 22개국의 주요 행사에서 식량과 농업 그리고 물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짐은 물론, '기후를 위한 식량' 부스가 거대하게 마련될 계획이다. 또한 식품 시스템 변혁의 일환으로 총회에서 제공될 약 25만 끼 가운데 3분의 2가 비건 및 식물성인 ‘1.5도 메뉴’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지구위험 한계선’은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공동소장을 비롯한 기후과학자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생태적 한계를 정량화해 2009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지구 건강을 위한 9개 영역의 한계선은 회복력의 경계선이자 사회·경제를 지구와 연관 지음으로써 ‘한계 내 성장’이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안내하는 중요한 틀이기도 하다. 심각한 인간성 박탈이 없는 사회적 기초와 함께, 지구위험 한계선은 유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협상에서 국제 사회의 목표를 설정하는 기준 역할을 해왔다.

지구는 현재 9가지 지구위험 한계선 중 기후변화·생물다양성·토지변화·물·과도한 질소와 인·새로운 화학물질 등 6가지가 위험 한계선을 넘어선 상태로 그중 하나라도 임계점을 벗어나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연쇄 효과로 지구 온도를 1.5도 낮추려는 기후변화 목표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인체의 몸과 같이 지구가 스스로 회복하는 복원력이 뒷받침될 때 기후변화의 집중적 치료도 가능하듯 지구위험 한계선의 나머지 다른 요소들도 한계선 내에 유지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국제사회가 1.5도 목표를 지켜내려면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은 43%가량 줄어들어야 하나 작년 9월 기준 실제 감축률은 3.6%에 그칠 전망이다. 오히려 각국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부터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전 세계 153개국 1만3800명의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1.5도 이내로 낮추려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17%에 불과하기에 단기성 온실가스인 메탄 감축의 전략적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메탄은 단기간에 지구 온도를 낮추고 에너지 전환의 시간을 상당 부분 벌어주기 때문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86배 더 센 초강력 온실가스로, 방출 후 잔류기간이 훨씬 짧아 단기간에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메탄은 목축에서 60%, 화석연료에서 40%가 발생하고 사육하는 ‘소·양의 트림’이 주 배출원이다. 

오늘날 농업은 생물다양성 손실과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하는 원인 가운데 단일요소로서는 최대다. 농업은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30-40%를 배출할 뿐 아니라 최대의 토지 사용자이고 최대의 담수 사용자이다. 전 세계 토지 면적의 40%가 농경지이고 담수의 70%가 농업용 관계에 쓰이며 질소 인의 영양물질 과부하를 낳는 주원인이다. 특히 축산 농업은 전체 농경지의 80%를 사용하지만 거기서 인간이 얻는 칼로리는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8%의 토지에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82%의 칼로리를 제공하는 식량이 생산된다. 

이번 COP28에서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농가에 대한 기후적응 자금 및 서방국가들의 농업보조금 개혁 등 실질적 조치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부유국들이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크게 줄이는 식습관 전환은 개혁의 전제 조건이자 연결 고리다. 

메탄의 주 배출원은 축산업이다. 농업보조금 개혁과 함께 비건채식을 연결 고리로 메탄을 감축하면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전환에 상당한 시간을 벌 뿐 아니라 토지·숲·바다의 온실가스 흡수원 재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구 회복력의 재생 즉 지구위험 한계선을 벗어난 지표들도 한계선 내에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정부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장 실천 가능하며 비용도 저렴하고 건강에도 좋다. 

식량문제는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서 COP에서 더 미뤄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인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과 기후변화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농업의 역할을 크게 간과해 온 점은 기후위기 해결의 큰 맹점이었다. ‘1.5도 비건채식 메뉴‘와 함께 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량과 기후 사이의 연관성을 논의하는 이번 COP28가 그만큼 의미 있고 기대되는 이유이다. /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비건채식운동가.
고용석 비건채식운동가.

1994년, 환경·시민·종교단체가 총망라된 국내 최초의 국제 채식 심포지엄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와 미래진단 세미나 '퓨쳐비젼'을 비롯하여 세계를 연결하는 지구온난화 글로벌 컨퍼런스 등 수십 차례의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해왔다. 세계 NGO대회와 유엔 사막화와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총회 등에 참여하며 방한 종교 및 환경 지도자들의 통역 일과 각종 주요 신문의 컬럼리스트와 자유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채식관련 자문위원과 부산 식생활교육 국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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