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술사 연구자 12명 결성...제주는 김유정 미술평론가 참여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해 제주 포함 전국 연구자들이 힘을 모았다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연구자포럼’(포럼)은 지난 18일 창립을 선언했다. 포럼은 전국 미술사 연구자 12명이 모여 결성했다. 김영동(영남권), 김허경(호남권), 허나영(충청권), 김미라, 김복기, 김영순, 김현숙, 조은정, 최열, 최태만, 홍지석(이상 서울경기권) 등이 참여했다. 제주에서는 미술평론가 김유정이 참여했다.

포럼은 창립취지문에서 “대한민국은 국립근대미술관이 부재한 나라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근대미술관 설립을 주장하는 안팎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부재의 비정상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중”이라며 “근대미술관은 현대미술관과 그 본질과 성격이 근본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오늘날 대한민국에 근대미술관이 부재한 상태는 ‘근대의 실종’을 상징하는 일이라 하겠다”라며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식민과 전쟁, 분단이라는 혼란의 역사로 말미암아 ‘근대’를 건너뛰고 바로 ‘현대’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은 “대한민국 근대미술관은 근대의 실종, 근대의 공백을 채움으로써 바로 그 시간과 공간을 증언하는 물질과 정신의 전당으로 우뚝 설 것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한 당위성”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특히 ▲프랑스 오르세이(1986년 개관) ▲영국 테이트브리튼(1897년) ▲독일 KunstMuseum20, K2 ▲미국 뉴욕근대미술관(1929년) ▲일본 국립근대미술관(1952년) 등 일찌감치 근대미술관을 세운 국가들을 예로 들었다. 한국은 고대 시대에 비중을 둔 국립중앙박물관은 있지만, 근대미술관은 부재한 상태다.

또한 “오늘날 근대미술품은 굴절과 수난의 역사 속에 수도 없이 파괴와 망실을 겪었다. 공공성을 지닌 국립근대미술관이 창설된다면 은폐된 근대미술은 비로소 태양아래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로 작품 및 자료 발굴은 물론 소장가의 공개와 기증, 해외 조사는 인력과 예산을 갖춘 국립 미술관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포럼은 “그 동안 근대미술은 전문 연구자의 열정어린 노력의 열매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문의 열정만으로는 절대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국립근대미술관이 창설된다면 오랫동안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진 근대미술에 관한 조사와 수집, 각종 연구 성과를 집약할 수 있을 것이며, 전시와 교육을 적극 수행함으로써 전문가는 물론 시민과 공유하는 중심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럼은 “각 지역에서 미술사학에 전심하고 있는 우리는 가장 지체되어왔고 또 가장 시급하기 그지없는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함으로써 고전, 근대, 현대의 3관 체제(국립중앙박물관, 국립근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를 갖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전문]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연구자포럼(근대미술관전국포럼) 창립취지문 

 대한민국은 국립근대미술관이 부재한 나라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근대미술관 설립을 주장하는 안팎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부재의 비정상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근대미술관은 현대미술관과 그 본질과 성격이 근본부터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여러 국가는 건축, 공예, 디자인, 가구, 사진, 여성과 같은 장르에 따른 특성화 미술관은 물론 국가공동체가 거쳐 온 고대, 근대, 현대와 같은 시대별 미술박물관을 설립하여 오늘의 국민국가가 오랜 세월 눈부신 문명을 성취, 지속해 왔음을 안팎으로 천명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근대미술관이 부재한 상태는 ‘근대의 실종’을 상징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식민과 전쟁, 분단이라는 혼란의 역사로 말미암아 ‘근대’를 건너뛰고 바로 ‘현대’로 나간 것입니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나아가는 근대로의 전환기에 일제강점기라는 식민지가 엄존하고 있으므로 볼품이 없다고 지레 겁을 먹은 채 마치 근대의 공백상태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마음 때문에 그 ‘근대’를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기조차 합니다. 

  21세기도 어느덧 4반세기를 경과하려 하는 2023년, 대한민국은 근대의 부재라는 비정상을 정상화시켜야 하고 이를 통해 근대 국민국가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그 길은 오직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일 것입니다. 

  지난 세월 여러 미술인과 미술단체가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제안하고 또 촉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주장만 있을 뿐 응답은 없었습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근대미술사를 공부해 온 연구자 12인이 모여 응답을 촉구하기 위한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연구자포럼(약칭: 근대미술관전국포럼)’을 결성하였습니다. 저희는 기왕의 뜻있는 여러 미술인 및 단체와 함께 연구자의 입장에 서서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근대미술관 설립의 당위성은 오랜 세월 수도 없이 반복해 온 주장입니다. 우리는 또 다시 절실한 마음으로 다음 세 가지 근거 이유를 제출하면서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주장하는 바입니다. 

  첫째, 대한민국 근대미술관은 근대의 실종, 근대의 공백을 채움으로써 바로 그 시간과 공간을 증언하는 물질과 정신의 전당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한 당위성이라 할 것입니다.  

  둘째, 오늘날 근대미술품은 굴절과 수난의 역사 속에 수도 없이 파괴와 망실을 겪었습니다. 공공성을 지닌 국립근대미술관이 창설된다면 은폐된 근대미술은 비로소 태양아래 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실제로 작품 및 자료 발굴은 물론 소장가의 공개와 기증, 해외 조사는 인력과 예산을 갖춘 국립 미술관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셋째, 사실 그 동안 근대미술은 전문 연구자의 열정어린 노력의 열매였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문의 열정만으로는 절대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국립근대미술관이 창설된다면 오랫동안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진 근대미술에 관한 조사와 수집, 각종 연구 성과를 집약할 수 있을 것이며 전시와 교육을 적극 수행함으로써 전문가는 물론 시민과 공유하는 중심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21세기가 4반세기를 지나가는 2023년, 지금 대한민국 국립 미술박물관은 고전과 현대라는 2관체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이러한 체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에서 미술사학에 전심하고 있는 우리는 가장 지체되어왔고 또 가장 시급하기 그지없는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함으로써 고전, 근대, 현대의 3관체제(국립중앙박물관, 국립근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를 갖출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3년 11월 18일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연구자포럼(약칭: 근대미술관전국포럼)  
김영동(영남권) 
김유정(제주권)   
김허경(호남권)  
허나영(충청권)   
김미라, 김복기, 김영순, 김현숙, 조은정, 최열, 최태만, 홍지석(서울경기권)
(이상 미술사 연구자 1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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