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해안사구 소멸 등 환경변화는 사람뿐 아니라 바다거북도 위협”

중문 색달해변 인근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중문 색달해변 인근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해안에서는 해마다 30마리가 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이 죽거나 다친 채 발견되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그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소멸 위기에 놓인 바다거북은 과거 중문색달해수욕장을 찾아 산란했다.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은 하도리에서도 바다거북이 알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제주 해안 전역이 바다거북 삶의 터전인 셈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각종 개발로 해안사구가 훼손되면서 바다거북의 산란지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다. 주 먹이인 해조류와 해초가 사라지는 갯녹음(바다 사막화)은 바다거북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 또한 지구온난화, 개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주자연의벗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자연의벗연구소는 29일 제주벤처마루 10층 세미나실에서 ‘제1회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한중일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한중일 국제포럼은 국내 유일 바다거북 산란지이자 주요 서식처인 제주 해안에서 수십 개체 이상의 바다거북이 사체로 발견되는 지금, 한중일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자연의벗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자연의벗연구소는 29일 제주벤처마루 10층 세미나실에서 ‘제1회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한중일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자연의벗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자연의벗연구소는 29일 제주벤처마루 10층 세미나실에서 ‘제1회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한중일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 제주 해안 근처 머무는 바다거북 포착, 체계적 보전대책 필요

‘제주 등 국내 바다거북의 서식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한 장수진 MARC 대표는 제주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멸종위기 바다거북을 보전하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 간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보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바다거북의 등껍질에 위성추적 장치를 붙여 이동 경로를 조사한 결과 푸른바다거북은 한국과 동중국해, 붉은바다거북은 한국과 일본, 매부리바다거북은 제주와 일부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1년 반 이상 추적한 결과 제주도를 벗어나지 않고 머무는 모습도 확인됐다. 일부는 구좌읍 하도리 앞바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며 “서귀포시 강정항 일대에도 멀리 떠나지 않는 개체들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다거북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서식하는 공간으로 제주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관련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며 “또 바다거북 보전을 위해 지자체와 주민들이 협력,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 대표는 사체로 발견된 바다거북의 사인을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 선박에 의한 충격으로 등껍질이 깨지거나 낚싯줄 등 어구 피해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즉 바다거북의 사망이 인간 활동과 밀접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3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운진항 인근 해상에서는 매부리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린 채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어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죽은 바다거북의 위를 부검해본 결과 플라스틱 조각이나 폐어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도 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해부된 바다거북 38마리 중 20마리의 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고 위에 상처가 나 있었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레저 낚시도 바다거북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한림읍 귀덕리와 한경면 신창리의 해양쓰레기를 조사한 결과 71%가 폐어구였고, 이 가운데 45%는 레저용 낚시 흔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쓰레기가 많이 발견된 귀덕리에서는 바다거북이 더 많이 좌초한 기록도 있다”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연안 낚시 활동에 따른 쓰레기 투기가 실제로 바다거북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 등 국내 바다거북의 서식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한 장수진 MARC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 등 국내 바다거북의 서식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한 장수진 MARC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도 바다거북 서식지 보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제주도 바다거북 서식지 보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 바다거북과 인간 함께 사는 ‘공존의 길’ 찾아야

‘제주도 바다거북 서식지 보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은 바다거북이 종의 의미를 넘어 바다의 상태와 환경을 보여주는 척도라며 보전 필요성과 대책을 피력했다. 

양 사무처장은 “바다거북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기도 하지만, 바다거북이 차지하는 생태적 지위와 환경지표종이라는 큰 이유가 있다”며 “실제로 바다거북은 어떤 동물보다도 해양쓰레기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체를 부검해보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인류로부터 시작된 환경 문제가 바다거북에게 고스란히 전이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제주 바다는 안전함보다 위협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지인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2017년부터 매해 새끼 방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회귀본능에 따라 돌아오는 개체가 없다고 했다. 해수욕장의 개발과 상업행위 등 산란 환경이 변하면서 2007년 마지막 산란 기록 이후 16년 넘게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 사무처장은 바다거북 산란이 기후위기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바다거북은 바닷물이 닿지 않는 모래언덕에 알을 낳는데 기후위기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해안사구 소멸 등 이유로 산란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바다거북에 대한 보전은 결국 종의 보전을 넘어서 해안 서식지 보전과 해양오염, 기후위기를 막는 길과도 연결된다”며 “바다거북에 주목하고 이들에 대한 보전 운동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바다거북은 폐그물에 얽혀 죽는 개체가 많다. 그물에 LED 등을 달았더니 혼획은 줄고 어획량은 그대로라는 연구도 있는데 영세 어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제주도가 비용을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 해안 바다거북 좌초 조사연구 △행정, 민간, 학계 간 네트워크 구축 △혼획 방지 대책 마련 △해안사구 등 산란지 환경 조사 바탕 보전대책 수립 △바다거북 먹이 활동 및 휴식처인 바다숲 조사 △보호지역 확대 및 제도 정비 등에 대해 피력했다.

양 사무처장은 “서식처를 관리, 보전하지 않는 종 보전은 무의미하다. 바다거북 산란지인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은 필수적”이라며 “해안사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바다거북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연구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는 진희종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강사를 좌장으로 △김국남 물고기반 사무국장 △문대연 해양수산연구소장 △임형묵 영화감독 △장순덕 고산리 해녀가 참여해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이 밖에도 △중국 IUCN 동아시아지역 바다거북 전문가그룹 공동의장 △마츠자와 요시마사 일본바다거북협의회 회장의 주제발표와 △김익태 제주KBS 기자 △김상근 색달마을회장 △김미연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부대표가 참여한 두 번째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지난 9월 3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운진항 인근 해상에서는 매부리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린 채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어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에 의해 구조, 살아나가기도 했다. 사진 제공=서귀포해양경찰서.
지난 9월 3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운진항 인근 해상에서는 매부리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린 채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어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에 의해 구조, 살아나가기도 했다. 사진 제공=서귀포해양경찰서.
2022년 10월 14일 섶섬 앞바다에서 촬영된 푸른바다거북. 사진=김국남. 제공=제주자연의벗.
2022년 10월 14일 섶섬 앞바다에서 촬영된 푸른바다거북. 사진=김국남. 제공=제주자연의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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