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평안북도 출신 김복희씨
안덕면 덕수리서 감귤 농장 운영
“北 남은 가족에 맛보게 하고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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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데이를 하루 앞둔 11월30일 복희네농장에서 만난 김복희씨가 탐스럽게 열린 감귤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12월. 이맘때 제주는 수확을 기다리는 감귤로 황금빛 물결을 이룬다.

[제주의소리]는 12월의 첫날 ‘감귤데이’를 맞아 특별한 농장주가 있는 감귤농장을 찾았다. 감귤데이는 겨울철 당도 ‘12’브릭스, 산도 ‘1’% 미만의 고품질 감귤의 의미를 담아 제주도가 선정한 기념일이다.

지난 30일 찾은 제주시 안덕면 덕수리. 광활하게 펼쳐진 감귤밭을 따라 꼬불꼬불한 마을 길을 달려 ‘복희네농장’에 도착했다.

이날의 주인공 김복희씨(45)는 3년 전 제주에 정착해 인생 2막을 시작한 복희네농장 대표다.

평안남도 남포시가 고향인 복희씨는 2018년 홀로 남한에 넘어왔다. 산전수전 다 겪고 일자리를 찾아 인천에 정착한 그는 식당 서빙부터 공장일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복희씨를 본 동료가 그에게 남편을 소개했고, 복희씨는 2020년 감귤 농사를 짓는 남편을 따라 제주에 터전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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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희씨가 재배한 감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북한에서 나고 자란 복희씨에게 감귤이란 쉽게 맛보지 못하는 귀한 과일이었다.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과일이라 북한에서는 재배 자체가 어렵다.

복희씨는 “풍족하게 사는 친구 집에서 맛 본 게 전부였다. 처음 먹어본 감귤이 너무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감귤 농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기대에 부푼 마음이었다. 하지만 농사는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복희씨는 “농약만 제때 뿌리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하루 종일 햇볕이 내리쬐는 밭에서 일해야 했고, 매일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를 뽑아야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한 생각뿐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루아침 사이 1만3000여㎡의 감귤밭과 비닐하우스를 책임져야 했으니, 눈앞이 캄캄했을 터였다.

농사 첫해엔 씁쓸한 실패를 맛봤다. 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으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과 시간을 모두 날린 것이다.

그럼에도 먹고 살아야 했기에 이웃들이 불러주는 대로 나가 일손을 보탰다. 그러면서 알음알음 농사일을 배워갔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지난해부터 풍작을 맞을 수 있었다. 당도 16브릭스(Brix)에 이르는 고품질 감귤을 생산했다.

복희씨는 “일 년 내내 피땀 흘려 수확한 감귤 품질을 인정받아 너무 행복했다. 같은 감귤이어도 당도에 따라 최대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데, 우리 농장에서 수확한 감귤은 평균보다 2브릭스 높았다. 고생한 보람을 여실히 느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11월30일 복희네농장에서 만난 김복희씨와 그의 남편 김기태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11월30일 복희네농장에서 만난 김복희씨와 그의 남편 김기태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농사 3년 차를 맞은 복희씨는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감귤체험농장을 운영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우수한 제주 감귤을 알릴 계획을 세웠다. 

그의 다음 목표는 제주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우수한 감귤을 생산해 내는 것.

복희씨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종일 어떻게 감귤 농사를 잘 지어볼까하는 궁리만 하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농사일을 시작한 만큼 배로 노력해야만 한다. 제주를 대표하는 우수한 감귤을 생산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손수 재배한 감귤을 맛보게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홀몸으로 낯선 한국 땅에 정착해 가족을 꾸리고 어엿한 농장주가 된 복희씨. 제주 감귤과 함께인생 2막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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