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95) winding

winding [wáindiŋ] ɑ. 구불구불한
꼬불꼬불헌 질도 혼듸 잇어사
(구불구불한 길도 함께 있어야
)

제주 역시 곡선의 섬이다. 개발(development)을 통해 직선적 도로들과 직선적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spring up everywhere)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예부터 내려오는 곡선을 보존하고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
제주 역시 곡선의 섬이다. 개발(development)을 통해 직선적 도로들과 직선적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spring up everywhere)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예부터 내려오는 곡선을 보존하고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

winding의 어근인 wind는 “구불거리다/감기다(=to move by turning and twisting)”를 뜻한다. ‘The road winds along the river(그 길은 강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나 있었다)’에서의 꼬불꼬불하게 이어지는 모습이나, ‘The morning glory winds around a bamboo pole(나팔꽃이 대나무 장대에 감겨 있다)’에서의 꼬불꼬불하게 감긴 모습을 뜻한다. 또한 야구에서는 투수가 공을 던지면서 자기 몸을 감아 돌리는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직선(straight line)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curved line)은 신의 선이다.”란 말을 남기면서 구불구불한 곡선의 미를 추구했던 스페인의 세계적 건축가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였다. 그의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도 “이 우주에 “직선(直線)은 없다”며 직선에 내재된 ‘인위성(artificiality)’을 배격했고, 세계적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1928~2019) 역시 “자연은 각(angle)을 만들지 않으며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끈 바 있다(attracted the notice of the world).

그렇다. 자연은 직선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직선은, 만물의 영장(the lord of creation)이라 자부하며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unable to control his desire)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선이다. 산업혁명(the Industrial Revolution) 이후, 인간들은 앞만 보며 달려왔다. 경제성(economy), 기능성(functionality), 효율성(efficiency)만을 중시하면서 관성적으로 직선만을 추구하다 보니 마침표(period)만 있고 쉼표(comma)는 없는 글, 샤프(sharp)와 플렛(flat)이 없는 단조로운(monotonous) 음악만을 쏟아내게 된 것이다. 사실 인간의 삶에도 직선은 없다. 부모님들이야 자식이 샛길로 새지 않고 직선으로 달려주길 원하지만, 어찌 한 번의 굴곡도 없이 이어지는 삶이 있을 수 있겠는가.

세계의 모든 섬들이 그렇듯, 제주 역시 곡선의 섬이다. 개발(development)을 통해 직선적 도로들과 직선적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spring up everywhere)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예부터 내려오는 곡선을 보존하고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기능성과 효율성을 우선하여 직선적 대로를 만들더라도 그 큰 길들 사이에 있는 구불구불한 작은 길들 만큼은 무조건 펴려고만 하지 말고 잘 살려내어 자연에 순응(adaptation)하는 포근한 제주의 미(the warm beauty of Jeju)를 가꿔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제주인의 삶의 체취(sense of the common people's lives)도 그 구불구불한 길에 담겨 있기에.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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