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사업, 재단 사업비 가릴 것 없이 대거 삭감...道 “안타깝다” 뿐
제주도 문화예술인들 “공공예산 정상화 촉구” 초유의 성명서 발표

“코로나19 유행 때보다 더 심하고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대체 문화예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2024년 제주도 문화예술계 지원 예산을 두고 바닥 민심이 심상치가 않다. 제주도가 부족한 재정을 이유로 문화예술계 예산을 가리지 않고 대거 삭감하면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참다못한 제주 예술인들이 “공공예산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초유의 집단행동까지 나설 정도다.

내년도 제주도 본예산 규모는 총 7조2104억원으로, 2023년 본예산 7조639억원 대비 1464억원(2.1%) 늘어났다. 전년대비 감액 편성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방향을 반영해 지방채 2000억원을 끌어 썼다.

세출예산에서는 사회복지 분야에 23.5%가 투입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환경 13.1%, 기타 11.3%, 농림해양수산 10.3%, 일반공공행정 10.1% 순으로 예산이 배분됐다. 올해와 비교하면 사회복지 예산은 22.1%→23.5%, 국토 및 지역개발 5.7%→6.8% 비중이 늘었고, 그외 분야에서는 감소했다.

전체 예산은 비율로 보면 소폭 증가했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사정은 다르다. 2023년에 비해 217억원(-16.30%p) 줄어든 1118억원으로 편성됐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제주도 문화예술 예산은 1211억원으로 도 전체 예산(5조원)에 비교하면 2.29%를 차지한다. 그러나 2024년 도 전체 예산은 7조2100억원으로 늘어났는데, 문화예술 예산 비율은 1.55%에 불과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회복은커녕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세부 사업 내역을 살펴보면, 체감은 더 크다.

제주연극협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예선대회는 최초 신청액 7000만원에서 4200만원, 소극장 연극 축제는 4500만원에서 1800만원만 반영됐다. 더불어-놀다 연극제와 제주소재창작 연극은 통째로 날아갔다.

제주음악협회 제주음악제는 2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확 줄었다. 제주미술협회 제주미술제, 내년 50주년을 맞는 제주미술·서예문인화대전, 인사동 제주갤러리 모두 30% 가량이 삭감된 규모로 반영됐다. 내후년 협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추진한 발간 사업도 빠졌다.

제주문인협회·제주작가회의가 함께 운영하는 ‘도민문학학교’ 사업은 9100만원에서 6350만원만 반영됐다.

제주예총은 올해 탐라문화제 19억원에서 12억원(-7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담당 기관이 제주시에서 제주도로 이관된 제주민예총 탐라국입춘굿은 1억6000만원으로 변동이 없으나, 제주시 민속보존회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해석이다.

이 뿐만 아니다. 개인 예술 창작자들에게 가장 체감되는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 지원 사업비마저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재단의 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에 비해 33%p가 줄었으며, 하나하나 살펴보면 -70%p, -50%p 등 어마어마한 삭감폭이라 사실상 사업 불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재단 지원 사업에 대한 지적 가운데 하나는 100명에게 100개를 나눠주는 일명 ‘떡 나눠 먹기 식’ 분배이기에, 심층적인 장기적인 창작 지원이 힘들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편성한 예산대로라면 1/3을 날리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 된다.

현장 예술인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냉소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예술인 A씨는 “솔직히 매해 제주도가 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있긴 해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 제주도가 일찌감치 신규 사업을 올리지 말고 기존 활동도 감액하겠다고 엄포를 놔서 예상은 했지만, 이건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말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B씨는 “제주도정이 대대적으로 내건 각종 캠페인과 정책에는 예술인들을 동원하다시피 협조 요청하면서, 정작 지원 예산은 외면하는 행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면서 “이런 예산 편성이라면 새로운 시도, 창작에 대한 고민 대신 최소한 사업으로 숨만 붙어있게 하라는 정도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분노했다.

C씨는 “다른 것보다 도의회에 출석한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 공무원들의 대답을 보고 기가 찼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서를 설득하지도 못하고, 예산이 대책 없이 줄였다는 의원들의 지적에도 ‘안타깝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오히려 제주지역 민간 행사 보조금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말이나 하니, 일찌감치 실망했지만 더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과 단체 137인(팀)은 “2024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예산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집단 성명서를 11월 30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권 문제이자, 이들의 활동과 도민들의 만남 속에서 형성되는 문화예술 향유의 장을 통한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안”이라고 공공 지원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향해 ▲오영훈 지사 공약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률(92.6%) 만큼 문화예술 예산 배정 ▲현재 1.55%에 불과한 제주도 전체예산 대비 문화예술 공공예산 비율을 2%까지 확장. 2019년의 2.29% 수준으로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약속 이행의 의지 실천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업 운영비 33% 삭감을 철회하고 재단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등을 요구했다.

또한 예산 심사 권한을 가진 제주도의회를 향해서도 “문화예술 공공예산의 정상화를 위해 최종 예산심의 확정을 부결시켜달라”며 “추가적인 토론과 협상을 통해 정상화된 내용으로 예산안을 추후 통과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 “오영훈 도지사와 제주도의회는 차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 해당 사안의 1차적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제안·실행해달라”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한편,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들불축제 프로그램 기획 및 광고료(2억2000만원) ▲서귀포글로컬페스타 개최(10억원) ▲제주관광홍보사업소(4억8000만원) ▲돌문화공원 관광지 조성사업 개발사업 지적확정측량 용역(7억5000만원) 등 59개 사업에 투입될 87억원을 삭감했다. 

제주도의회는 5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을 진행하고, 6일(수) 본회의을 거쳐 제주도가 제출한 2024년도 본예산 안을 확정한다.


[전문]
2024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예산 정상화를 촉구하는 제주도 문화예술인 입장문

제주도가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문화예술 예산을 대책 없이 삭감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문화예술 분야는 2023년 대비 16.30%p(-217억원) 감액 편성됐습니다.

거기에 더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업 운영비는 올해에 비해 33%가 삭감되었습니다. 특히, 청년작가지원사업은 51%p, 제주 공공미술 체계화 사업은 73%p가 삭감되며 정상적인 사업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문화예술 예산은 1211억원으로 당시 도 전체예산이 5조원이었으며 비율로 보면 2.29%였습니다. 내년 제주도 총예산은 2023년 대비 2.07% 올라 7조원대로 편성하였는데, 문화예술 예산은 1118억원으로 비율은 1.55%입니다.

도정질문 당시 오영훈 도지사는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2019년 수준까지 점차적으로 올리겠다고 답변했지만, 그 약속은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제주도 문화정책과가 요구한 예산의 약 35%를 삭감했습니다. 오영훈 지사의 공약 사업을 보면 배정률이 92.6%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2024년 문화예술예산의 배정률은 64.27%에 불과한 것입니다.

제주도 총 예산 대비 문화관광체육까지 묶으면 예산 비율은 4.55%인데, 문화예술만 끄집어내면 1.55%에 불과합니다. 원희룡 도정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예산편성은 정책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1차적인 자료입니다. 문화예술 예산은 정치적으로는 개인의 기본권 신장은 물론 참정권의 확대를 포함하며, 사회적으로는 일에 대한 만족도, 가치합의와 사회적 통합, 사생활의 자유,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 예술과 교육의 발전, 문화향수권의 확대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도민들의 삶의 질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입니다. 동시에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권 문제이자, 이들의 활동과 도민들의 만남 속에서 형성되는 문화예술 향유의 장을 통한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안입니다.

이에 제주를 기반으로 삶을 살아가며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촉구합니다.

하나, 오영훈 지사는 공약을 이행하십시오. 현재 64.27%에 불과한 2024 문화예술 공공예산의 배정률을 92%로 확장하십시오.

하나, 오영훈 지사는 현재 1.55%에 불과한 제주도 전체예산 대비 문화예술 공공예산 비율을 2%까지 확장하십시오. 2019년의 2.29% 수준으로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약속 이행의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하나, 오영훈 지사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업 운영비 33% 삭감을 철회하고 재단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십시오. 투명성과 전문성, 사업 이행 시 예술가와 행정 간 소통 유연화 등의 관점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업이 지자체 직접사업보다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하나, 제주도의회는 문화예술 공공예산의 정상화를 위해 12월 2일의 최종 예산심의 확정을 부결시켜주십시오. 추가적인 토론과 협상을 통해 정상화된 내용으로 예산안을 추후 통과해주십시오.

하나, 오영훈 도지사와 제주도의회는 차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 해당 사안의 1차적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개입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 제안 / 실행하십시오. 

2023. 11. 30

2024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예산 정상화를 촉구하는 제주 문화예술인/단체 137인(팀) 일동

이상, 문미영, 김동희, 강민수, 김봄이, 김규리[흔적], 박지윤[뉴제인], 가지가지, 김승민, 엄문희, 박진아, 현유정, 이성준, 이존, 김현지, 이미선, 최성희, 김승환, 전주연, 송유진, 박한나, 임최도윤, 김지아, 안희진, 요하, 백종환, 박지원, 반디, 김성은, 현문태림, 김지영 109, 윰, 김민영(피움), 이응, 임상엽(Xangô), 박세인, 진수은(소롱), 이유진, 감은, 조이, 김성균, 강유진, 장석화, 순열, 슬미, 김다운(톳), 김다슬, 이경식, 강숙향, 이정은, 서정현, 고혜련, 우상임, 최영희, 이영훈, 이승현, Garcia Ruben, 박병성, 유인택, 임경숙, 강미승, 이강인, 황희정, 유규, 현택훈, 박연술, 장은지, 이소희(이소), 이원우, 이수현, 최민욱, 이민경, 장하나, Rodriguez Lazaro, 서인해, 윤슬비, 안혜경, 휘린, 송주연, 전여경, 안상만, 이효선(써니), 고승유, 오지혜, 박민수, 부진철, 윤택, 양철수, 이선재, 박채린, 진정아, 양현정, 강종임, 부지원, 김소여, 남석민, 강영지, 양호성, 우서율, 강효성, 하영화, 김경만, 고현종, 최종원, 강민조, 구가은, 이현태, 김누리, 이휘연, 봄봄, 김성호, 조은우, 황한나, 이근하, 사리따, 이정이, 임창웅, 이윤경, 김연주, 이상의 이상, 살거스, 아트세닉, 아름다운붉은선, 파치프로덕숀, 비수기연구소(문화공간 비수기), 북카름, 블로꾸뺄라지다, 비선, 연극놀이터와랑와랑, 극단공육사, 제주연무용단, 강정피스앤뮤직캠프 조직위원회, 섬의편지, 프로덕션377, 사단법인 마로 * 개인 – 단체 연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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