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관련 도서 중 처음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의 손에는 책이나 신문이 들려 있었으나 요즘은 다목적용 휴대전화가 들려 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2003년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은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문화방송(MBC)과 협력하여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책읽기 운동을 펼쳐 전국 15개 지역에 '기적의 도서관'을 탄생시켰다.

2007년에는 "국민의 지적 능력을 향상하고 건전한 정서를 함양하며 평생 학습의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균등한 독서 문화 활동 기회를 보장하며 삶의 질을 개선" 하고자 독서문화진흥법 제정을 이끌어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2030년까지 실천해야 할 지속가능발전지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대 목표를 선정했는데, 네 번째 목표 '양질의 교육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책을 매개로 활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한 도시 한 책(One City One Book)' 읽기 바람이 분 것은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의 사서 낸시 펄(Nancy Pel)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도 도서 추천 및 읽기 운동이 일었으나 10여 년 이상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는 서귀포시와 원주시, 순천시 등 몇 개에 불과하다.

원주시는 민․관․노동․시민단체 등이 결합한 공동실천조직인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진행하고 있고, 서귀포시는 비영리단체인 '서귀포시민의 책 읽기 위원회'(이하 서귀포책읽기위)에서 진행하고 있다.

서귀포책읽기위는 2010년에 구성되어 '온 시민이 대를 이어 함께 읽는 좋은 책'을 한 권 선정하여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포하면, 서귀포시가 운영․관리하는 공공도서관에 비치하여 시민과 소통하는 정책이다.

서귀포책읽기위가 14년째 책을 추천하는 동안 일반부 도서에 4.3이나 제주와 관련한 도서는 있었지만 제주 4.3항쟁에 대한 책을 '한 도시 한 책'으로 추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 도시 한 책'으로 선정된 도서를 보면 제주신화와 역사, 문화유산, 그리고 지구의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 과학, 미술 등 다양했지만 2024년도 추천 도서는 4.3항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strong>▲ 2024 서귀포시민의 책 선정 선포식시 작가와의 대화</strong>&nbsp;서귀포시민의책 읽기 위원회는는 2일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에서 ‘2024 서귀포의 책’으로 선정된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의 대표 작가인 이수진씨를 초청하여 대담하고 있다. ⓒ서귀포시
▲ 2024 서귀포시민의 책 선정 선포식시 작가와의 대화 서귀포시민의책 읽기 위원회는는 2일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에서 ‘2024 서귀포의 책’으로 선정된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의 대표 작가인 이수진씨를 초청하여 대담하고 있다. ⓒ서귀포시

'2024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정된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메디치미디어, 2023)는 제주4.3항쟁을 다룬 그림책(도록집)으로 2017년부터 2023년 초까지 제주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창작되어 전시되었던 작품을 모아 해설을 붙인 책이다.

서귀포책읽기위는 글 쓰는 작가와 기자, 생활체육 강사, 전산 개발 기술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4 서귀포시민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소속 위원 11명이 분과별로 다양한 책을 읽고 활발한 토론을 통해 선정했다.

2일 선포된 도서는 '한 도시 한 책'인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를 포함하여 어린이, 청소년, 일반 각 분야별 10권씩 총 30권이 추천되었다.

서귀포책읽기위 구성 첫해인 2010년부터 활동해 온 안재홍 위원장은 "그동안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을 다루는 책은 여럿 있었으나 이번 책은 보리아트 작품집으로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에서 수확한 보리 줄기로 창작된 작품집인 데다 내용이 제주도민의 입장이자,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 위원들에게 다가간 것 같다"고 밝혔다.

2024 서귀포시민의 책 선포식은 2일(토) 11시부터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선포식장에는 청소년 이상 누구나 참여 하는 열린 행사로, 누리집(internet)을 통해 사전 접수한 시민 30명에게는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를 무료로 제공했다.

'2024 서귀포시민의 책' 선포식은 그동안 백일장 시상과 함께 하다가 올해는 선포식에 시민의 책으로 선정된 작가를 초대하여 서귀포시민과 이야기 마당을 펼쳤다. 

<strong>▲ 2024 서귀포시민의 책 선정 선포식</strong>&nbsp;서귀포시민의 책 읽기 위원회는 2일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에서 도서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를 2024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포한 후 이수진 작가와 위원들. ⓒ서귀포시
▲ 2024 서귀포시민의 책 선정 선포식 서귀포시민의 책 읽기 위원회는 2일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에서 도서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를 2024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포한 후 이수진 작가와 위원들. ⓒ서귀포시

서귀포책읽기위 김미자 부위원장은 "위원회는 매년 서귀포시민의 책 추천 외에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여 읽는 이어서 책 읽기 사업과 한 달에 한 번 작은 책방과 독서 동아리, 독서가족 등과 진행하는 독서대담, 독후감 공모 등 매년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독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귀포책읽기위의 독서 대담은 지역 종이일간신문에 매달 연재되어 '책 읽는 서귀포'와 관련한 내용이 소개되어 새로운 독자와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독서 모임은 남주중학교의 학생과 학부모가 진행하는 북적 북적, 토평초등학교 학부모 동아리인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20여 년째 책읽기와 문학 기행을 병행하는 산방독서회, 삶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책낭' 등 서귀포시민의 책과 연계하여 독서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현국 서귀포시도서관운영사무소장은 "서귀포 시민들이 진행하는 시민운동 책읽기 사업을 2010년부터 행정이 결합하여 민관 협력 정책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귀포 시민의 책 사업은 시민이 이끌고 행정이 집행하는 구조로 진행하고 있으며, 도서관 활성화와 동네서점(책방)을 살리는 등 여러 가지 도움이 되고 있어 앞으로도 민과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trong>▲ 2024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와 추천 도서</strong>&nbsp;서귀포 시민의 책읽기 위원회가 2024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정한 도서와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들에게 추천한 도서 30권. ⓒ서귀포시
▲ 2024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와 추천 도서 서귀포 시민의 책읽기 위원회가 2024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정한 도서와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들에게 추천한 도서 30권. ⓒ서귀포시

한 지역사회가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것은, 거주하는 시민과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 대한 공유와 여러 계층 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역사회 통합을 이루어낸다는 의미가 크다. 또한 추천된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도시의 방향을 설계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 시대 비영리단체가 선정하는 '한 도시 한 권' 읽기는 또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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