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47) 2024 교육청 예산안에 대한 관전평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의 2024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다. 오늘은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는 7차 회의가 열리고, 내일 본회의에서 ‘2024년도 제주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2024년도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올해 도의회 예산안 심사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안의 감액 규모와 내용 때문일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예산은 줄이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도의회와 교육청 사이에 문제가 되는 예산은 어떤 부분일까? 먼저 교육청의 예산구조부터 짚어보자.

제주도교육청 예산의 세입구조부터 살펴보면, 예산안의 정확한 명칭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예산안”이 아니라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안”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자체 수입이 거의 없다. 교육청이 제출한 내년 예산 1조5963억원 중 중앙정부이전수입이 1조138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지자체이전수입이 2726억원을 차지한다. 교육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전금에 세입의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올해도 내년에도 자체 수입은 1%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가 세금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내년 예산안의 중앙정부이전수입이나 지자체이전수입은 올해 예산대비 내년 예산안에는 각각 10.3%, 4.2% 감소한 것으로 편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28억원이 증가했다. 자체 수입이 없는 교육청 예산안에서 줄어든 수입을 어떻게 충당했을까? 비밀은 기금에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설립기금, 시설기금, 재정안정화기금 중 1578억원을 내년 예산안의 세입 재정으로 잡고 있다. 현재 조성된 기금 3941억원 중 약 40%가량을 내년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제주도가 제출한 예산 7조2000억원 중 삭감 조정된 예산은 459억원이고 제주도교육청은 1조5000억원 중 582억원이 삭감되었다. 예산 규모로 비교하면 제주도교육청의 삭감 조정 규모는 제주도 예산의 6배가 넘는다. 두 기관 모두 기관장의 주요 공약사업 예산이 삭감되었다. 제주도교육청의 삭감된 예산은 학생용 스마트 기기 지원비 92억원과 교육환경 개선사업 145억원 등이다. 예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기관장들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 드러나기 때문인데, 이번에 핵심사업 예산이 삭감되면서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의 핵심공약사업을 비롯한 주요 예산들을 삭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는 삭감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어 교육위원회 몇몇 도의원들에게 물어보고 교육청의 보도자료 등 근거자료를 찾아봤다.

다른 지역 교육청의 경우에도 세입구조는 비슷하기 때문에 내년 예산을 늘리기란 어느 지역이나 쉽지 않다. 서울의 경우 13.4%를 경북은 8.0%를 줄여 2024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전국 14개 시도교육청이 2023년 대비 예산을 줄여서 편성했다. 늘어난 곳은 제주와 충남, 세종뿐이다. 물론 내년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청의 예산을 꼭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한 사업에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다만, 내년 국가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기초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한다. 자체 수입이 거의 없는 교육청에서 내년에 기금의 40%를 사용하고 심지어 2025년부터는 채권까지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로 시급한 예산들이 많은가? 곳간은 비우고, 심지어 빚을 내서 교육예산을 운영할 계획이면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24년 예산안에서 그런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교육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꼭 필요한 시설인지, 꼭 필요한 사업인지 물었다. 특히 시설사업의 경우 내년에 설계비만 잡히는 사업도 2025년부터 공사를 하게 되면 예산이 수십 배 늘어나게 된다. 계속 사업으로 불리는 시설사업비가 너무 방만하다는 것이 교육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보인다. 그럼, 교육감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광수 교육감은 “세수 감소 등 어려운 여건 속에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미래 주역인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과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미래 교육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자연과 함께 하는 인성학교를 운영한다거나, 독서인문교육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책을 읽고 자연에서 배우는 교육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창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교육 활동을 강화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공간 조성 예산을 방만하게 편성하면서 채권발행까지 계획하게 된 것이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예산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으로 그리고 예결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이남근 의원은 “교육감님이 소통이 아니라 과통하는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청 교육시설예산은 도청의 도로예산과 비슷하다며, 지역 민원을 과하게 들어주다 보니 시설예산이 방만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시설들이 완공되는 시기의 학령인구 감소는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시설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는 분들이 많았다. 

시설을 교육청의 예산으로 늘리는 일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재정 상황이 나아진 뒤에 추진해도 되고, 또 다양한 국비 지원사업을 통해 추진할 수도 있는데 왜 이 시기에 이렇게 다양한 시설사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의회는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교육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교육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으면 교육청은 정말 시급한 사업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예산 심의기관으로서 도의회 교육위원들이, 채권까지 발행해 교육청이 빚을 지는 상황은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설득한 정당한 논리를 교육청은 가지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예산 심사 과정을 지켜보며, 교육청의 돈을 쓰는 방향에 의구심이 들었다. 예산이 필요한 곳은 늘 넘쳐난다. 그래서 예산은 늘 부족하다. 쓸 곳은 많은데 돈은 한정되어 있다. 이 글의 제목을 ‘관전평’이라고 쓴 것처럼 보이는 대로 평가하면, 지금 교육청은 필요하다는 곳에는 다 돈을 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에게 돈을 주면 좋겠지만, 그러면 꼭 필요한 사업들로 예산이 흘러가지 못할 수 있다. 건설은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시작하기 전에 문제 삼은 도의회는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재정위기 상황일수록 교육 철학이 빛을 발하는 법이다. 정말 하고 싶은 사업이 무엇인지, 왜 그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교육 철학과 방법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예산편성과 함께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사람에게 돈을 흘러가게 할 것인지, 교육 활동을 더 강조할 것인지, 시설에 예산을 더 투입할 것인지, 교육청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도의회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했다. 앞으로 논의는 김광수 교육감의 입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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