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 향해 "대한민국 앞길 막는 걸림돌" 발언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12월4일 경주에서 열린 전광훈 목사 집회에서 신앙 간증을 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12월4일 경주에서 열린 전광훈 목사 집회에서 신앙 간증을 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지난 12월 4일 극우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기독교 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첫 행보가 극우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집회 참가로, 그동안 개혁보수 기치를 내걸었던 원 장관이 극우로 전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원 장관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 동안 제주도지사를 하면서 한라산신제 집전을 거부한 것을 '신사참배' 거부에 비유해 논란을 자초했다. 

원 장관은 4일 저녁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장로연합'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대회다. 

원 장관은 이날 신앙간증에서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첫 일정"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1907년 제주에 내려와 기독교 복음을 전한 이기풍 목사가 세운 중문교회 소속 장로의 차남이고, 형이 목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약 40분간 신앙 간증을 나눴다. 

그는 제주도지사 재임 당시 한라산신제 집전을 거부했던 사례를 일제 시절 신사참배 거부 운동과 빗대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2014년 제주도지사에 취임하면서 큰 시험이 닥쳐왔다. 도의회 조례로 한라산신제를 도지사가 제관이 돼서 도포 입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 법이 그렇게 돼 있다"며 "이기풍 목사가 세운 교회 장로의 아들인데 한 때는 몰래 모면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제주도지사로 한라산신제 제관이 돼야 한다. 그래서 장로나 목사님에게 물어봤다. 일부는 ‘신앙이 아니고 문화다. 도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좋다’고 허용하는 분도 계셔고, 어떤 분들은 ‘제주도가 미신과 우상이 많은 곳인데 원 장로 둘째 아들이 교회에서 밀어줘서 도지사가 됐는데 맨 앞에서 그러면 되겠느냐’고 반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원 장관은 "일제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신사참배는 '국가행사이지 신앙과 관계없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신사참배 거부로 주기철 목사는 순교했다. 산신제에 절하는 것을 생각해보니 도지사를 안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 때문에 도민들이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할 각오였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나는 신앙인이니 제관을 못한다고 해서 천막에서 구경했고, 부지사가 다 했는데 고약한 언론에서 비난하려고 대문짝만하게 신문 1면에 구경하는 사진을 올리고 '고집불통 도지사'. '독선의 도지사'라고 헤드라인을 달았다"며 "제주도에선 비난받았지만 전국의 목사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간증 말미에 "저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공산화를 막고 자유 대한민국,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며 "자유, 복음, 통일이라는 기치로 우리 사회의 국민통합, 전 세계에서 가장 앞장서는 제사장 나라로서 빛을 발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또 원 장관은 "이제는 정치 영역에서든 내면의 마음의 영역에서든 여러분들처럼 손잡고 함께 하나님의 주권을 세워나가는 일에 앞장서고 헌신하겠다. 눈물로 기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20일 이후 퇴임하게 되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는 앞으로 다가오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며 "딱 한 사람을 붙들어 매겠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총선에서 맞붙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 대표에게 '대한민국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라는 발언이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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