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가 김순남이 새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인연’(도서출판 각)을 발표했다.

이 책은 저자의 다섯 번째 시집이면서 무려 12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시 60편을 실었다.

출판사는 새 책에 대해 “확실히 시인은 들꽃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시인은 들꽃처럼 결코 도드라져 보이지 않으나,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단단함이 들꽃의 생명력을 닮았다”면서 “시집은 164쪽라는 시집으로는 꽤 묵직한 두께에 컬러 들꽃사진들이 시들 사이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시와 관련이 있는 들꽃 사진들이다. 시와 함께 시각적 호사마저 즐기게 해주는 시집”이라고 소개했다. 


한라솜다리
김순남

  
강정바다 구럼비 화약으로 으깨지는 참상에
비명도 못 지른 내가 미워서
세화 월정 구엄 바다 낯설어가는구나
외할머니 품 같은 포구에 배는 줄어 적막한데
방파제는 어이하여 높아만 가는지
나는 자꾸 이방인이 되어가는구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한라솜다리!
너는 어느 도회를 떠돌다 
먼지 뒤집어쓴 벽걸이 행색이라도
부끄러워 말거라 
명징하게 기억하여라
억만 세월 지켜낼 백록담 서설 퍼런 고향을


야고
김순남

기대지 않고 사는 삶이 
어디 있으랴

끼리끼리 내어주고 기대며
생의 절정이란 서로를 위해 
웃는 일

빈자의 무욕은 아름다워서
외로움도 발그레 꽃으로 핀다네


문학평론가 김동현은 서평에서 “낮은 눈을 지닌 자가 만날 수 있는 낮은 세계. 그 수많은 세계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의 힘들이 있기에 수직의 정점을 반성할 수 있다.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는 그 겸허의 시작이 그가 만나는 엎드림이며, 그가 만나는 대지의 세계이다. 그리하여 그가 만나는 꽃들이란, 꽃들의 세계란, 결국 땅에 깃든 이야기일 터. 이야기는 우리에게만 있지 않고, 삶은 수직의 꼭짓점에서만 피는 것도 아니다. 김순남은 그 자명하면서도 외면했던 이야기들을 ‘땅꽃’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자연과 신화에 깃든 삶의 향기를 채색하는 시 작업 태도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인연들에게 진 빚을 이 시집으로 갚음될지, 행여 고마운 편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자는 1993년 ‘문학세계’ 12월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월간제주, 제주도정 신문편집위원, 한라산연구소 자문위원, 제주섬문화 한라산학교 교장 등 글 뿐만 아니라 제주 자연과 사람과 밀접하게 지내왔다. 2017년과 2021년에는 들꽃 사진전도 가진 바 있다. 

첫 시집 ‘돌아오지 않는 外出’(도서출판 답게)을 비롯해 공동시집, 산문집, 시화집 등을 펴냈다. 

164쪽, 도서출판 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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