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96) fidelity 

fidelity [fidélǝti, fai-] n. 충실, 충성
충(忠), 건 흔글리지 아녀는 중심
(충(忠),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

국가의 신료라면 임금에 대한 충심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충심이 있어야 하며, 인지상정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국가관(a view of state)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이미지. / 사진=KBS 누리집
국가의 신료라면 임금에 대한 충심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충심이 있어야 하며, 인지상정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국가관(a view of state)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이미지. / 사진=KBS 누리집

fidelity에서의 fi(d)는 “믿다(=to trust)”라는 뜻이다. 이 fi(d)라는 어근에서 나온 낱말로는 confide “(비밀 따위를) 털어놓다”, confident “확신하는”, diffident “자신이 없는” 등이 있으며, “약혼자”를 뜻하는 fiancé 역시 여기서 나온 말이다. 이렇듯 영어에서는 ‘충(忠)’을 이루는 핵심을 “믿음”이라 보지만, 한자어(Chinese characters)에서는 그 핵심을 “중심(中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KBS의 역사드라마 ‘고려거란전쟁’, 그 드라마에서 당시 예부시랑(禮部侍郎)이었던 강감찬은 신료로서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보여준다. 거란과의 전쟁이 발발하고 전세가 불리하다는 사실을 감지한 신료들이 자신들의 식솔들을 남쪽으로 피난(evacuation)시키려 하자, 강감찬은 그들의 그런 행동을 막아 나선다. 신료들은 저마다, 가족들을 피신시키더라도 자신만은 끝까지 임금의 곁을 지킬 것이라고 충성을 서약한다(make am oath of fidelity). 그러면서도 가족들만은 화를 당하지 않도록 피신시키는 걸 ‘인지상정(a matter of human nature)’이라 항변했던 것이다.

하지만 강감찬은 그런 그들의 행위를 ‘중죄(serious crime)’라고 하며 단호하게 꾸짖는다. 그는 동료 신료들에게, 신료들의 가족들이 먼저 피난가는 모습을 보며 일반 국민들이 느낄 불안감(anxiety)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국가의 신료라면 임금에 대한 충심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충심이 있어야 하며, 인지상정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국가관(a view of state)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런 그를 ‘독불장군(maverick)’이라 여겼지만, 그의 독불은 ‘고집불통(extreme obstinacy)’에 가까운 독불이 아니라 올곧은 소신(straightforward conviction)이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는 ‘중심이 있는(centered) 흔들림’과 ‘중심이 없는(centerless) 흔들림’이 있다. 중심이 있는 흔들림이 그네나 바이킹을 탈 때의 흔들림이라면, 중심이 없는 흔들림은 작은 돛단배를 타고 갈 때의 흔들림이다. 같은 흔들림이더라도 중심이 있으면 계속 흔들리고 싶은 쾌감을 느끼게(feel pleasure) 되지만, 중심이 없으면 얼마 가지 못해 멀미(sickness), 구토(vomit)와 같은 증세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보는 꽃들도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며 피어난다. 그렇듯 우리 역시 흔들림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찾기 위해 성장통(growing pains)을 겪고 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 않는가.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충신,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필요한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