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주관광대서 입양가면 무도회 개최
동물 보호 힘 써온 시민 등 80여 명 참석

“도도하잖아~ 우아하잖아~ 말도 안 되게 유연하잖아~ 축 늘어 퍼진 너. 뽀뽀하고 싶잖아. 간식 봉지를 만지는 소리에 큰 눈으로 벌써 내 앞에. I like you~ l love you~ You are my family”

고양이 집사로도 알려진 가수 강산에가 최초로 선보인 미발매곡 ‘동거 중’의 가사 일부다. 경쾌한 통기타 연주와 특유의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이 곡은 강산에가 함께 사는 두 고양이를 관찰하며 만든 곡이다.

강산에는 두 고양이를 소개하며 ‘반려묘’ 대신 ‘동거묘’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사용했다. 그에게 있어 고양이란 자신이 거둬 기르는 동물이 아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대등하게 살아가는 가족이다.

ⓒ제주의소리
가수 강산에가 9일 제주관광대학교 관광관 데몬스트레이션룸에서 열린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입양 프로젝트 ‘입양가면 무도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없는 제주네트워크와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제주도수의사회, 제주고은이치과 협찬으로 9일 오후 제주관광대학교 관광관 데몬스트레이션룸에서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입양 프로젝트 ‘입양가면 무도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하루아침 고향을 떠나게 된 고양이와 힘없는 동물들을 위해 애써온 감사한 이들에게 멋진 공연으로 보답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마라도 고양이의 임시보호자들을 비롯해 보금자리를 잃은 고양이들의 임시보호소를 제공한 임홍철 제주세계자연유산본부 부장, ‘동물사랑교육에 관한 조례’를 발의한 고의숙 교육의원, 김성진 제주도수의사회 회장, 강병삼 제주시장 등과 시민 8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에서는 고양이 집사이자 싱어송라이터 가수 장필순과 강산에가 10여 곡의 노래를 들려줬다. 이 둘은 마라도 고양이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공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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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필순이 9일 제주관광대학교 관광관 데몬스트레이션룸에서 열린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입양 프로젝트 ‘입양가면 무도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없는 제주네트워크와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제주도수의사회, 제주고은이치과 협찬으로 9일 오후 제주관광대학교 관광관 데몬스트레이션룸에서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입양 프로젝트 ‘입양가면 무도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없는 제주네트워크와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제주도수의사회, 제주고은이치과 협찬으로 9일 오후 제주관광대학교 관광관 데몬스트레이션룸에서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입양 프로젝트 ‘입양가면 무도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그도 그럴 것이 동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이들이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장필순은 지난 9월 관덕정 문화재 홍보버스킹에도 참여해 마라도 고양이를 알리는 데 힘썼다.

장필순은 “길고양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쁘다’,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코끝이 찡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란 걸 알았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힘없는 생명에 관심을 갖는 소수에 주목하게 됐다. 아무런 대가 없이 버려진 생명에게 호의를 베풀고 품어주는 사람들이 종종 이상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제는 그 다름에 너그러워야 한다”고 꾹꾹 누른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구조된 동물의 소식을 전하면 ‘왜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도와달라는 거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동물을 책임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한없이 마음이 열려야 하고 남이 아픈 모습을 봤을 때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무너지는 사람, 그런 이들이 생명을 구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는 것, 응원하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산에는 엄마 고양이 니케와 딸 고양이 사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사타는 태어날 적부터 꼬리가 말려 태어나 간택 받지 못하고 남게 됐다. 그렇게 두 마리 고양이와 생활하게 되면서 고양이도 인간처럼 그 하나하나 성격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친구들과 살면서 배우는 게 참 많다. 가만히 있는 모습, 널브러진 모습을 보면 마냥 힐링되고 자유분방하게 사는 걸 보면 더불어 산다는 게 와닿는다. 이런 게 가족아니냐”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루아침 사이 대중적인 의식이 변하진 않겠지만 매체 등을 통해 긍정적인, 밝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한다면 세상도 변하지 않을까. 동물 존중에 대한 교육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제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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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없는 제주네트워크와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제주도수의사회, 제주고은이치과 협찬으로 9일 오후 제주관광대학교 관광관 데몬스트레이션룸에서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입양 프로젝트 ‘입양가면 무도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한편, 마라도 고양이는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3월 본섬으로 반출됐다. 45마리 가운데 9마리는 입양되거나 임시 보호 중이며 나머지 36마리는 세계유산본부 내 시설에서 지내며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제제프렌즈, ㈔제주동물권행동NOW, ㈔행복이네협회,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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