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보통합 관련 소통의 장 마련...“정부가 정해놓은 것 없어 나도 답답”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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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은 11일 오후 탐라교육원에서 유보통합 소통의 장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유보통합(어린이집-유치원 관리 통합) 논의 과정에 일선 유치원 교사들을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지금 유보통합이 교육부 주도로 논의되면서, 정작 시도 교육감들도 기다리는 입장이라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제주도교육청(교육청)은 11일 오후 탐라교육원에서 유보통합 소통의 장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유보통합 정책을 추진하면서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립·사립 유치원 교사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앞서 지난 7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개최하기로 한 유보통합 주제 교육포럼이 취소되면서, 유치원 교원들은 당일 집회까지 개최하며 반발했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제주지부, 전교조제주지부 유치원 위원회, 제주교사노조 등은 ‘제주유아학교연대’를 결성해 보다 체계적인 유보통합 정책을 추진하라고 정부와 교육청에 촉구했다. 

이날 유보통합 소통의 장은 애초 교육청 교육국장이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유치원 교원들이 교육감 참석을 요구하며 파행 위기에 놓였다가, 교육감이 참석하면서 정상적으로 열렸다.

김광수 교육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아무리 바빠도 만사를 제치고 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왔다. 나는 누구와도 만난다. 못 만날 이유가 있나. 인사말은 생략하고 바로 질문을 받겠다”고 나서며 불통 우려를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현장에 모인 유치원 교사들은 우선 ▲현재 유보통합을 두고 교육부와 어떤 논의를 진행했는지 ▲9월 출범한 교육청 유보통합 추진단에 일선 교사들이 빠진 이유를 물었다.

교육감은 “교사들을 유보통합 추진단에 추가 시키겠다”고 곧장 응답하면서 현재 유보통합 정책의 진행 상황을 제법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광수 교육감은 “중앙 정부에서 내려온 공문은 회의 자료뿐이다. 유보통합에 대해 정한 공문은 현재 없다. 17개 시도 교육감이 만나면 늘 유보통합 이야기다.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다. 인력 문제, 재정 문제. 타 시도는 기초자치단체부터 광역단체까지 있어 제주도와 (규모나 문제가) 비교가 안된다. 그래서 경기도는 유보통합에서 바우처라는 위험한 발상까지 거론될 정도”라며 “교육청 직원들이 아는 유보통합에 대한 상식과 여기 모인 분들이 가진 상식은 거의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공문으로 내려와야 움직이는 건데, (내려오질 않으니) 그래서 국장부터 직원들이 꼼짝도 못하는 것이다. 사견을 이야기할 순 있지만 개인 생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유보통합으로 계속 나오는 우려가, 교육청 재정이 거덜나게 생겼다는 지적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정부가 유보통합으로 교육청 재정을 어떻게 하려는 것 아닌가 라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오죽 답답해서 하는 말”이라면서 “교육청은 국가에서 나오는 예산, 제주도에서 주는 지방세로 사업을 한다. 그런데 유보통합으로 쓰라는 돈은 기존 누리과정을 빼면 10원도 없다. 상황이 이런데 추진단은 만들어서 뭐하느냐. 오히려 아무것도 안한다고 할까봐 만든 것”이라고 우려를 잠재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광수 교육감은 “여러분들이 저를 믿는다면 (방향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라고 설득하면서 “유보통합에 대해 제가 시원하게 말씀을 못 드리는데 그 이유가 정부에서 정해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비관적인 말을 하자면 유보통합 논의가 내년 총선을 염두했다는 의구심도 있다.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올 수도 있기에 우리는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달랬다.

또한 “교육부가 지금은 교육감들 의견을 무시하진 않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교사 여러분에게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른다”면서 “유보통합 때문에 초중고 교육 질이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 교사의 자존심에 금이 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자격증을 남발하면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 혹시나 추진단으로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오늘을 계기로 살피겠다”고 당부했다. 또, 교육부장관이 19일 제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개하면서, 그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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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은 11일 오후 탐라교육원에서 유보통합 소통의 장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현장에 모인 유치원 교원들은 ▲학교의 보육화 우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동일한 무상급식비 지원 적용 ▲유치원 특수학급 교사 부족 ▲병설 유치원을 별도 지목하는 공문 요청 등을 토로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학교의 보육화 우려에 대해서는 “유보통합도 나이에 맞게 정책이 나오리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제 기본 입장은 만 5세 이상은 (보육이 아닌) 교육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동일한 무상급식비 지원 적용은 “좋은 지적이다. 담당부서가 고민하고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도록 애쓰겠다”고 답했다.

유치원 특수학급 교사 부족은 “특수교사 정원을 결정하는 권한을 교육부가 가지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사립학교 교사들의 수업 시수가 많아서 그쪽으로 배치했다”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특수교육 예산이 정말 모자란다. 비장애인 교육 교사들이 이해를 해야 한다. 연차적으로 과할 정도로 특수교육에 투자하겠다. 빨리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답했다.

병설 유치원을 별도로 지목하는 공문 요청은 “그냥 뻐기면서 무시하라. 시간이 나면 처리하고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그냥 하지 마라. 그러면 교육청이 가서 물어볼 것이다. 교사는 수업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현장에는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 간의 차이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김광수 교육감은 “한국전쟁 이후 교육을 책임진 주체가 바로 사립이었다. 이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립 학생이든 공립 학생이든 차별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내 소신”이면서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그리고 공립유치원은 서로 입장이 다른 점을 이해해서 서로 윈윈(win-win) 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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