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중문해수욕장 남쪽 4km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영상레이더(SAR,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이 발사됐다. ⓒ제주의소리
지난 4일 오후 2시 중문해수욕장 남쪽 4km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영상레이더(SAR,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이 발사됐다. ⓒ제주의소리

며칠 전 제주지역 언론들은 ‘민간 주도 첫 국산 레이더 위성 우주로’라는 제목으로 4일 서귀포 해상에서 발사된 고체발사체의 3차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를 계기로 우주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제주의 미래 산업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덧붙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발사기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2021년 정부는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를 개정, 우주산업 클러스터에 대한 재정지원과 우주산업의 융복합 및 관련 산업과의 연계 발전을 촉진해 나갈 계획을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우주개발관련 연구기관, 기업, 교육기관 등을 상호 연계한 지역으로서 시·도지사의 신청을 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상지를 지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따라 3개 지역이 선정되었는데 경남의 우주선 생산기지, 전남(고흥)의 발사기지, 대전의 우주연구단지가 그것이다. 당초에는 대전이 빠져있었으나 이후 국립천문연구원의 연구센터로서 관련 인력 양성에 기여해 온 부분이 뒤늦게 평가 받았다. 그 배경에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있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제주는 신청했는데 탈락한 것인지,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탐라개국 이래 2천년 가까이 형성된 다양한 별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책을 펴낸 바 있는 필자로서는 아쉬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탐라는 북두칠성의 형태로 삼을라의 분거지(分據地)인 일도, 이도, 삼도의 취락이 형성되었으며, 그 모습은 지금도 잘 남아 있다. / 사진=강문규<br>
탐라는 북두칠성의 형태로 삼을라의 분거지(分據地)인 일도, 이도, 삼도의 취락이 형성되었으며, 그 모습은 지금도 잘 남아 있다. / 사진=강문규

제주 역사·문화의 뿌리인 탐라는 한마디로 ‘별의 나라’였다. 삼을라는 북두칠성을 모방해 7개소에 칠성대를 세워 일도·이도·삼도를 설계·구획했다. 이후 축조된 탐라도성(耽羅都城)은 하늘을 의미하는 원형으로 세워졌으며, 관아 앞에는 달을 상징하는 월대(月臺)를 배치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원도심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북두칠성과 달을 품은 천문우주도시였던 셈이다. 

여기에 탐라왕은 별나라의 군주라는 의미의 ‘성주’(星主)로, 그의 집무처는 성주청(星主廳)으로 불렀으니 별에 관한 진심인 나라였다. ‘성주’라는 호칭은 고려 말까지 5백년 가까운 세월동안 계속 이어지며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사실은 20여 편의 문헌기록과 자취로도 알 수 있다.

1926년 순종임금이 승하하자 시민들이 칠성단(대)에 운집하여 망곡제를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신보가 사진과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 사진=강문규
1926년 순종임금이 승하하자 시민들이 칠성단(대)에 운집하여 망곡제를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신보가 사진과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 사진=강문규

제주 섬에 남아있는 별에 관한 문화는 광범위하고 다채롭다. 제주의 무속신화에는 우주의 탄생과 이후의 과정을 장엄한 서사로 풀어놓고 있다. 온 천지가 한 덩어리로 혼합되었던 시절 닭이 훼를 치고 청·흑·황 이슬이 내리더니 천지간에 경계가 생겨났다. 이어 갑을동방에 견우성, 서방에 직녀성, 남방에는 노인성, 북방에는 북두칠성이 차례로 떠올랐다며 우주가 처음 생겨나던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이처럼 제주는 우주에 관한 끝없는 호기심과 관찰, 상상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섬이다.

탐라선인들은 은하수를 제주 섬에 끌어당기고자 했다. 한라산을 은한(銀漢, 은하수)을 어루만지거나 끌어당길 수 있는 높은 산이라는 뜻으로 명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한라산’이라는 지명에서도 우주천문에 관한 선인들의 꿈과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제주의 명절과 제사상에는 지금도 땅과 달, 해와 구름을 상징하는 떡과 함께 가장 위에는 일곱 개의 별 떡을 한 접시에 쌓아 올리고 있다. 참으로 놀랍고 흥미로운 문화유산이다. 노인성을 보며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독특한 문화는 국내에서는 제주가 유일하다.

우주산업은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하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우주를 관찰하며 탐구하고, 이를 예술작품은 물론 도시와 건축으로  표현해 왔던 인류의 자취와 유산을 소중히 간직하며 이를 공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럼으로써 우주산업을 지구촌과 공유하는 인류 친화적인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진정성과 정신이 곁들여 질 때 우주산업은 지구촌의 평화와 공영을 위한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사실 한반도의 고대국가들은 일찍부터 천문관측을 담당하는 전문부서와 관리를 두어 천문을 관측해 왔다. 서기전 1세기부터 공식적으로 천문 현상을 관측해 왔을 정도로 그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구려에 의해 처음 제작된 ‘천상분야열차지도’를 비롯 4세기경부터 별자리를 벽화로 그려낸 고분(古墳)유적, 별을 관찰했던 첨성대 등 숱한 유⋅무형의 천문유산이 그것들이다.

한말 제주의 대표적 유학자이자 초대 제주읍장을 지낸 홍종시의 주도로 제작된 제주성내고적도. 이 지도에는 칠성도를 비롯한 160여 개소의 고적을 그려 넣고 있다. / 사진=강문규
한말 제주의 대표적 유학자이자 초대 제주읍장을 지낸 홍종시의 주도로 제작된 제주성내고적도. 이 지도에는 칠성도를 비롯한 160여 개소의 고적을 그려 넣고 있다. / 사진=강문규

여기에 탐라시대에 북두칠성이라는 천문모형으로 도시를 설계하고, 다양한 별문화와 역사를 간직해 온 제주가 우주산업의 클러스터로 동참한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한국의 천문 유산과 제주의 독특한 별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세계적인 천문 도시 제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탐라시대부터 일구어 온 별 문화를 천혜의 자연경관과 결합시켜 천문교육 관광 문화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 천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당국의 정책과 도의회, 도민들의 의지가 하나로 결집되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종합적인 구상과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탐라 별 문화의 핵심인 칠성대는 일제강점기에 파괴되었다. 2000년 가까이 전해온 탐라의 유산이 불과 96년 전에 사라지게 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8월에는 첫 번째 별자리 추정 유적이 제주시 이도이동 한짓골에서 발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어쩌면 캄캄한 밤에 항로를 밝혀주는 북극성처럼 제주를 우주산업단지로 이끌어가기 위해 나타난 별빛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과실을 따려면 나무를 심고 거름을 주며 그것을 가꾸어 나가는 평범한 농부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하루속히 마스터플랜을 마련, 하나씩 그 일들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정신과 자세야말로 탐라시대부터 ‘별나라’를 꿈꾸어 왔던 선인들의 지향과 일치하며, 미래를 향한 제주의 좌표에 걸 맞는 행동이라고 확신한다. / 강문규(전 언론인, ‘일곱 개의 별과 달을 품은 탐라왕국’ 저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