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학부모 아카데미] 아이생각연구소 권문정 소장

 

“자녀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의 시작입니다. 자녀가 하는 말을 귀 기울이며 핵심 단어로 질문하고 답변하세요.”

제주도교육청 민간위탁 사업으로 [제주의소리]가 주관한 ‘2023 학부모 아카데미’가 14일 오전 제주 복지이음마루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아이생각연구소 권문정 소장을 초청했다. 권문정 소장은 하브루타질문놀이 교육협회장도 함께 맡으면서, 하브루타 교육법을 한국에 전파하고 있다. 하브루타는 유대인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질문 교육법이다. 짝지어 질문·토론·대화·논쟁하는 교육법으로 알려졌다.

‘2023 학부모 아카데미’가 14일 오전 제주 복지이음마루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2023 학부모 아카데미’가 14일 오전 제주 복지이음마루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이날 학부모 아카데미에서 권문정 소장은 자신이 두 자녀를 이미 20대 성인까지 키웠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격의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브루타 노하우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에 필요한 여러 조언을 전했다. 

권문정 소장은 유대인 사회에서 출발한 하브루타를 한국 여건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시작으로 일상 대화에서 그리고 그림책 읽기에서 적용 가능한 ‘하브루타 질문법’을 들었다.

일상 대화에서는 ‘자녀가 말하는 핵심 단어로 다시 질문하고 답하기’를 꼽았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맛있는 반찬이 나왔다고 말한다면, 부모는 ‘학교에서 나온 맛있는 반찬’을 염두해 질문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권문정 소장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가 하는 말에 그저 ‘아, 그렇구나’라고 답하는 건, 너의 말은 듣지 않고 있다는 답변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 자세는 자녀가 느끼는 자존감, 존중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하브루타에서 질문한다는 것은 내가 너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너를 존재로서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생각연구소 권문정 소장. ⓒ제주의소리
아이생각연구소 권문정 소장. ⓒ제주의소리

특히 “자녀에게 학교에서 뭘 배웠냐고 묻는 대신에, 오늘 기분은 어떤지 물어보자. 오늘 기분은 어떤 색인지 같은 방식으로도 물어보자. 묻고 답변하는 방법도 자녀의 말에 들어있는 ‘핵심 단어’라는 규칙은 지켜야 한다”면서 “아이가 답변을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꺼내면서 질문을 이어가려 한다면, 그런 정서가 어느 순간 아이 속에서 번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성인이 돼서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문정 소장은 “올바른 질문은 자녀를 북돋아준다. 북돋음은 곧 성장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껏 질문에 친숙한 문화가 아니었다. 자녀와 식사를 해도 ‘주는 대로 먹고 가라’는 태도가 지금도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시 질문하기가 닭살 돋는 느낌으로 다가와도 꼭 지켜서 해보라”고 신신 당부했다.

더불어 “아이는 엄마의 언어를 따라한다. 여러분이 하는 말을 보고 듣고 그대로 따라한다. 그래서 모국어라는 단어가 엄마의 언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면서 “하브루타는 단순히 토론하는 기술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녀의 정서를 살피면서 안전하게 정서의 울타리를 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작은 생활 습관부터 중요하다는 의미다.

권문정 소장은 매체에도 소개된 유명 인물을 예로 들며, 자녀들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으로 ▲모티베이션(내적 동기 발현)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내 사람, 또 엄마) ▲이성을 빛나게 해주는 감성(공감 능력) ▲주도적 질문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특히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을 두고 “생물학적인 엄마가 아닌 ‘또 엄마’가 필요하다. 죽을 때까지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다. 비단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 형제, 할머니, 이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문정 소장은 그림책이 하브루타 교육법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라고 평가했다.

하브루타 방식을 적용한 그림책 읽기는 표지부터 시작한다. 권문정 소장은 “표지의 역할은 주도적인 질문을 나오게 하는 것이다.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을 보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예를 들어 ‘무엇이 보이나요’라고 물어보고 자녀가 ‘곰이 보여요’라고 답하면 ‘곰이 보이나요?’라고 답하면서 잘 찾았다고 북돋아주자. 이런 대화는 존댓말 연습으로도 가능하다. 악어가 가방을 들고 있는 그림이라면 ‘왜 악어는 가방을 들고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간단한 정보도 문장의 끝말을 올리면서 질문으로 바꿔보자”고 밝혔다.

권문정 소장은 “만약 자신이 생각했던 질문을 자녀가 한다면 ‘나도, 나도’, ‘왜 저렇게 있을까’ 등으로 맞장구를 치는 것도 좋다”면서 “책 제목에 육하원칙을 붙여서 질문을 이어가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2023 학부모 아카데미 참가자들 모습. ⓒ제주의소리
2023 학부모 아카데미 참가자들 모습. ⓒ제주의소리

권문정 소장은 그림책 속 내용을 온라인으로 검색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그림책 속에 나오는 동물 이름이 궁금하다면, 겉모습이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고 묘사하면서 키워드로 검색한다. 

그는 “자녀에게 디지털 기기나 컨텐츠를 마냥 금지하기 보다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그럴 때 충분한 배경 지식이 있어서 자신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Chat GPT 시대에 적합한, 주도적으로 이끄는 인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런 배경지식을 쌓으려면 결국 충분한 독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 읽으면 독단에 빠지고 소통이 어렵다. 토론하는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사회적 독서가 필요하다”라면서 하브루타의 가치를 강조했다.

권문정 소장은 “만약 부모와 하브루타를 함께 하기 늦어버린 나이라면 모임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유사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