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48) 학교폭력, 블루오션에서 교육으로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면 아이들은 점점 외톨이가 될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면 아이들은 점점 외톨이가 될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관계 맺기와 관계 회복하기

사람 사는 곳에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형제끼리 싸우고, 친구들과도 싸우고 부부도 싸운다. 이런 갈등이 싫으면 물질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진 무인도에 가서 홀로 살면 되지만, 사람은 싸워도 같이 살길 원한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더 절실하다. 자유와 자유가 만나 충돌할 때 법이 중재자로 나선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학교에서 갈등이 생겨도 법이 불려 나오게 되었다. 오죽하면 변호사들이 학교를 블루오션이라 부를까.

어쩌다 학교가 블루오션이 되었을까? 먼저 부모들의 각별한(?) 자식 사랑이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부모와 부모는 다른 존재다. 제주에서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으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학교로 걸려온 전화는 자동으로 녹음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선생님들이 통화가 녹음되는 시스템으로 인해 안심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그간 얼마나 많은 폭언에 시달려왔는지 짐작케 한다.

십 원짜리 욕은 기본이고, 아이가 있는 앞에서 교사에게 막말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목 따러 갈테니 기다려라”, “우리 아이가 급식을 못 먹었다고 하는데 담임선생도 밥 먹지 마라”는 말까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말들이 넘쳐난다. 

이런 말들이 자식을 향한 사랑일까?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점점 부모들끼리의 대리전이 되고 있다. 내 아이가 잘못한 게 없다는 전제로 출발하다 보니 싸움은 격화되고 초반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다. 변호사들은 절대 사과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교육’과 ‘법’ 사이의 어디쯤은 누가 어떻게 판단하게 될까? 지금처럼 학부모님들이 내 자식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나서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교육과 법 사이의 판단을 선생님을 믿고 맡길 수는 없을까? 선생님들은 교권보호를 위해 제도마련을 요구해 왔지만, 그전에 학교가 신뢰가 쌓이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커 보인다. 학교는 경쟁에서 이기는 아이들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사람 사이의 갈등 해결의 출발은 진심 어린 사과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사과와 용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사과, 용서가 필요한 이유...관계 맺기의 시작

사과와 용서를 배우지 못하면 관계 맺기를 할 수 없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는 폭력의 범위는 너무 넓다. 개인의 감정이나 대화로 끝날 일도 법과 절차로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남아 있게 된다. 특히 청소년 시기의 예민한 감정을 법으로만 해결하려 하다 보면 아이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길은 영영 멀어지게 된다. 물론 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들도 있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선생님들의 판단을 믿고 그러니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경우 가해와 피해를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을 법정이나 교육지원청 등으로 가지고 가게 되면 가해와 피해라는 이분법에서 자식을 지키기 위해선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지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징벌을 강화하고 낙인을 찍으면 갈등은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된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면 아이들은 점점 외톨이가 될 것이다. 학교폭력을 처벌이 아니라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학교폭력의 경우 같은 반 아이들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반 친구가 사라졌는데 학급 친구들은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른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말 이것이 아이들을 보호하는지도 질문해야 한다. 예민한 사항이 아니라면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나누다 보면 서로가 행동의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런 판단을 교육의 전문가인 선생님을 신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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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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