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회 등 59개 단체 "이승만 동상 美건립, 유족 모욕 처사"

미국 워싱턴D.C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동상 건립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도내 59개 기관·단체는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제주 4.3학살의 주범 중 하나인 이승만 동상 설립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 현대사에서 아무리 미화한다 하더라도 이승만은 4.3 학살의 주범 중 하나일 뿐"이라며 "미국의 수도에 그것도 공적인 공간인 주미한국대사관 자리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겠다는 것은 4.3 대학살로 피해를 입은 3만 희생자와 4.3유족들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이승만은 한국전쟁 시기 발생한 백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라며 "이후에도 독재를 꿈꿨던 이승만은 1960년 부정선거로 한국 민중들의 거센 저항으로 쫓겨난 독재자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이들 단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재자이자 학살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설립을 용인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며 "특히 외교 공관에 인물 동상을 세울 경우엔 주재국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반드시 거부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학살자이자 독재자 이승만 동상 설립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승만 동상 설립은 다음 세대에도 부끄러울 수 밖에 없는 처사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임을 정부는 명백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스스로를 '이승만 동상 건립 추진 모임'이라 이름 지은 단체는 지난 11월부터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 앞뜰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미국 의회와 정부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동상 건립에 적극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회에서 '이승만의 날'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됐지만, 당시 국내외 252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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