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 총동창회, 20일 평준화 일반고 전환 찬·반 토론회 개최
졸업생들 찬반 논리 강조...“학교 변화 타이밍 적기” 입장 동일

제주고등학교(제주고) 총동창회는 20일 오후 3시 제주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제주고 평준화 일반고 전환 찬·반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환 찬성은 일반고가 대학 진학에 유리하고 제주도교육청(교육청)도 신제주권 일반고 전환을 정책으로 검토하고 있어 최적 시기라는 입장이다. 반대 입장은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진학은 최상위권이 아니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며, 달라질 미래 교육을 고려하면 일반고 대신 캠퍼스형 고교가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 일반고 전환 찬성 “대학 진학에 유리, 여건 최적”

전환 찬성 토론자는 69회 졸업생으로 교육자 출신 고성화, 강봉식 씨가 나섰다.

이들 동문은 “제주고는 1907년 개교 이후, 시대 상황에 맞게 특화된 학과 신설이나 학교명을 바꾸는 등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경쟁력을 갖춘 학교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심각한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제주고의 미래 비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유형의 학교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총동문회 다수 여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평준화 일반고는 특성화고나 종합고 유형보다 미래의 제주고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종합고는 인문계 학과와 특성화 학과가 같이 존재하는 학교다. 현재 제주고가 종합고 방식이다.

찬성 패널은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 평준화 일반고는 대학 진학 준비를 위한 교육과정이 충실히 반영됐다”면서 “특성화고 또는 종합고 유형의 학교는 평준화 일반고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과 심각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미래에 제주고가 경쟁력을 잃어서 질적 하향화 또는 존폐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금이 일반고 전환에 유리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2027학년도까지 고교 입학생수 증가로 인해 교실을 증축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교육청에서는 일반고 신설 또는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제주고 입장에서 평준화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찬성 패널은 “2030학년도 이후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제주시 지역 중학생을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 일반고로 수용하는데 충분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추후 평준화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시점을 강조했다.

# 일반고 전환 반대 “누구나 대학 가는 시대, 오히려 특색 있게”

69회 졸업생으로 모교 교장을 지낸 바 있는 제주융합과학연구원 고용철 원장은 일반고가 아닌 ‘캠퍼스형 고등학교’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고용철 원장은 “요즘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선호하면서 특성화고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많아졌으며, 많은 특성화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등 일반고가 대세인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는 일반고 선호 여론을 인정했다. 또한 “지금은 제주고가 체제 개편을 통해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도 동의했다.

다만, 일반고 전환이 아닌 “넓은 교지를 활용해 종합 대학처럼 일반고, 특성화고, 예술·체육고가 계열별(종합대학교의 단과대학 형태)로 함께 공존하는 선진화된 미래형 학교 형태인 캠퍼스형 고등학교로의 체제 개편을 제안한다”고 피력했다.

고 원장은 “캠퍼스형 고등학교 안에서 일반 계열은 제주시 평준화 지역에 편입시켜 제주시 동지역 일반고처럼 신입생을 배정받는다. 내신 등에 불리하지 않도록 학년당 10학급 이상을 편성한다.  그러면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반고로 전환을 주장하는 동문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라며 “특성화 계열은 학과 개편을 통해 경쟁력 있는 과로 전환한다. 농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 산업 중 하나이다. 그린자원과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첨단 농업인 스마트팜과 관련된 과로 개편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조리과는 좀 더 세분화해 동양요리, 서양요리, 제과제빵 관련 과로 개편한다. 과를 세분화시켜 산업 수요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학과 개편을 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학교의 정체성인 농·산업 분야를 지키면서 특성화고를 유지하려는 동문들의 의견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체육 분야는 남녕고 체육과를 우리 학교에서 흡수하면서 학생 수요를 반영해 현재 학년당 2학급인 것을 4~5학급으로 늘린다. 이렇게 바뀌면 엘리트 체육을 하는 도내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며 “예술 분야는 애월고, 함덕고와 겹치지 않도록 무용, 연극 영화 등과 관련된 과를 설치하면 육지에 예술 관련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수요를 우리 학교가 수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74회 졸업생 김현우(농협중앙회 서귀포시지부장) 동문은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학령인구도 감소하면서 교육체계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미 대학 정원 미달 시대에 도래하면서 누구나 대학은 가는 시대”라며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근본적인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쟁 교육 탈피는 전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도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대정신, 물리적 장점, 정체성이 녹아든 학교가 대안”이라고 피력했다.

김현우 동문은 제주고를 전후방 연관 산업을 융복합화한 ‘농업계 특성화고’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미래 세대는 특성화고보다 일반고가 경쟁력에서 우위에 선다. 농업은 과거에는 사양 산업이었다면 지금은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를 지키는 지역일꾼 양성 향토 학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대학 진학은 의과대학인지 일명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인지 여부가 관건일 뿐, 진학을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대 요구와 향후 필연적으로 도래할 교육 패러다임 대변혁에 대비하고, 선제적으로 차별화시켜야 미래 명문고가 된다. 제주고는 도내 타 고교가 결코 흉내 내지 못할 차별화 기반을 갖고 있어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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