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눈·눈·눈] (18) 언제부터 물에 들어갈 수 있을까?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

서울에서와는 달리 제주에서 진료를 시작하면서 환자분들로부터 특히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물과 관련된 질문이다. 서울에서는 흔히 듣지 못했던 질문이지만 제주와서 바다, 수영장, 풀장 등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해녀, 스쿠버 다이버, 프리 다이버들부터 여행객들, 그리고 백내장 수술, 녹내장 수술, 라식 환자들로까지 '언제부터 물에 들어갈 수 있나'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오늘 진료실에서 특히 많이 받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해서 드리려 한다. 

물질을 하면 녹내장이 더 잘 생겨요? 

외래에 오시는 녹내장 환자분들 중 해녀분들도 많고, 그중 녹내장 수술을 받은 해녀도 많이 계신다. 항상 물어보시는 것들이 물질을 계속 해도 되냐고 묻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녹내장 수술을 받은 분들이 아니면 녹내장과 해녀의 물질은 관계가 없다. 물속에 들어가면 압력이 높아지니 안압도 높아지고 그에따라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지 않냐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스쿠버 다이빙, 프리 다이빙과 녹내장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혀져 있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수심에 따른 안압의 증가는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었지만, 관계가 없어서 참 다행이다. 다만, 녹내장 수술을 받은 경우는 다를 수 있다. 녹내장 수술의 경우, 수술의 종류에 따라 바다 혹은 수영장에 입수하는 것을 금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의사에게 확인을 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 수영장에서 컨택트 렌즈 껴도 되나요?

된다. 다만 크게 권하지는 않는다. 염증 및 감염의 위험성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지만 그래도 원하면 된다고 말씀드린다. 소프트컨택트 렌즈에 한해서 된다고 말씀드리고, 소위 하드렌즈 혹은   RGP(rigid gas permeable)렌즈는 수영장 혹은 바다 다이빙에서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후자의 경우, 렌즈 착용 후 안구통증, 충혈, 일시적인 시력저하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으며 렌즈 분실의 위험도 소프트렌즈에 비해 높다. 그리고 소프트 컨택트 렌즈의 경우에도 물에서 나온 후에는 인공눈물 등을 사용하여 컨택트렌즈와 각막사이를 세척해드리기를 권해드린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소프트컨택트렌즈도 완전히 안전한 방법은 아니기에, 렌즈 관리가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 도수가 있는 수경을 쓰는 것을 더 추천한다. 다만 도수가 들어간 수경을 쓸 경우, 원래 안경도수와 도수를 달리 하게된다. 이유는 일반적인 안경은 사물을 공기를  통해서 보게되지만 수경은 매질이 물을 통해 보게 되기에 눈에 도착할때가지 굴절율이 변하게 된다. 따라서 저도수의 경우는 그냥 도수 없는 안경을 쓰자고 권할 수도 있으며, 도수를 넣더라도 저교정을 하는경우가 많다. 

'백내장 수술/라식라섹/ 녹내장수술/망막수술'을 받았는데 물에 언제부터 들어가나요?

대부분의 눈수술은 수술 후 눈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매우 조심한다. 다만 수술의 종류에 따라 물이 들어가는 금지하는 기간이 제각각 다르다. 의사의 성향과 수술의 종류에 따라 기간이 제각각이지만 대략적으로 백내장 수술의 경우 1~4주 정도, 라식라섹의 경우 1~5일 정도, 녹내장 수술의 경우 2주~2달 정도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고 환자의 회복상태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기에 진료하는 의사에게 확인할 필요는 있다. 

앞선 수술들과 달리 망막 수술의 경우 반드시 체크해야 될 것이 있다. 망막수술 혹은 주사 시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눈안에 가스 혹은 공기가 들어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눈안에 가스가 남은상태에서 다이빙을 할 경우 수심에 의한 압력이 안구를 찌그러트리면서 심각한 안구외상을 초래할 수 있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바다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잘 안보여요

바다에서의 물놀이, 물질, 수영, 다이빙 등등을 하고난 뒤 뿌옇게 보인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컨택트렌즈 착용자의 경우,  TLS (tight lens syndrome)라고 해서 물속에서 렌즈가 너무 강하게 들러붙어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혹은 렌즈의 위치가 이탈해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수경이나 마스크에 사용하는 안티포그 용액이 눈에 들어갈 경우 눈에 자극을 일으키고 상처를 만들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간단한 치료로 회복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이빙의 경우에서 발생하는 감압병에서 시력저하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감압병의 경우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응급처치를 요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시력저하 외에도 팔꿈치, 어깨, 다리 등의 관절통과 함께, 어지러움, 손발의 무딘감각, 손발저림 등이 동반될 경우 안과를 찾기보다는 응급실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물에서 나왔는데 눈이 빨개졌어요

눈이 빨갛게 되는 것은 크게 충혈인지, 출혈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충혈의 경우 자세히 들여다보면 혈관들이 보이고 혈관이 확장됨으로 인해 빨갛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는 원인이 매우 다양할 수 있어 진료를 보기전 원인을 추측하기 어렵지만, 실핏줄이 터졌을 때 발생하는 '결막하 출혈'은 다이빙 마스크 혹은 수경등이 직접적인 압박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결막하 출혈의 경우 빨간색이 선명해서 언뜻 매우 무서워 보이지만 많은 경우 큰 문제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결막하 충혈과 함께 시력저하, 복시, 비문증등이 생겼거나 혹은 안구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는 기타 다른 문제가 동반됐을 수 있어 안과의사의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정다운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br>
정다운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

대학병원에서 녹내장 전문의 과정을 받던 시절, 녹내장과 관련된 연구와 논문을 써야 했기에 항상 스쿠버 다이빙 및 수영과 녹내장의 연관성이 의문이었다. 눕는 자세에 따라서도 안압은 1~3정도가 변한다는 논문들이 등장하고 그 정도 작은 안압차이의 변화가 녹내장을 더 유발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치열하게 녹내장 전문의들끼리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훨씬 큰 안압변화를 일으킬 것 같은 다이빙이 괜찮을까 항상 의문이었던 시절이었다. 또 수경은 이렇게 눈을 꽉 누르는데 수영선수와 녹내장과 연관성이 없다고 의심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 이전의 논문도 이후의 논문도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은 녹내장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일말의 의심은 남아있기에  관련 논문을 하나 더 써볼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아무튼 녹내장 환자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다이빙 및 수영을 즐기시라 말씀 드릴 수 있어 참 다행이다. / 정다운 이지봄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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