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가 김윤화, 5년 만에 신작 동화집 발간...미술 전공 친딸과 공동 작업

사진=하그루
사진=하그루

제주 작가 김윤화가 5년 만에 새 동화집을 발간했다. 무엇보다 미술을 배우는 대학생 딸과 함께 만들어 더욱 뜻 깊은 ‘개떡이, 개명하다’(한그루)이다. 

이 책은 단편 동화 6편을 소개한다. 출판사에 따르면 ‘개 도둑’은 어느 날 수상한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반려견 보름이 실종사건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담았다. 할머니와 엄마와 주인공 사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유쾌하다. 

표제작인 ‘개떡이, 개명하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 때문에 고민인 공희와 공희의 애착 인형 개떡이가 등장한다. 더 예쁘고 세련된 이름으로 바꾸고 싶지만, 어쩐지 모두 입에 붙지 않는 새 이름들. 또래 아이들이 한 번쯤은 거쳤을 만한 진지한 고민이 사랑스럽다. 

그 외에도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가 본능 앞에서 당황하는 ‘나도 고양이’와 주머니 속에서 화석이 되어버린 단밤 이야기를 다룬 ‘단밤사우루스’도 참신한 이야기로 흥미를 끈다. 

투병과 죽음을 다룬 ‘고모가 이사했다’, 홀로 사는 할머니의 사고를 다룬 ‘나쁜 집’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의 시선에 담긴 고독, 외로움, 질병, 죽음 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개떡아!”
공희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일도 없이 내 이름을 불러대곤 했어. 그럴 때마다 난 얼굴을 붉혔지. 십 년이나 불려왔는데도 도무지 친숙해지지 않는 이름이야. 그렇다고 내색할 수도 없어. 이름에 대한 고민은 나보다 공희가 더 심각하거든. 내 몸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거릴 때가 많았어. 어떨 땐 친구가 놀린다고 울고, 어떤 날은 언니랑 싸웠다고 날 찾았어. 이름 때문에 자꾸 놀림을 받는대. 그래, 그 마음, 나도 알지. 
- ‘개떡이, 개명하다’ 30쪽


사람들이 흙을 한 삽씩 퍼서 상자 위를 덮었다. 어느새 쌓인 흙이 모여 동그란 봉분이 만들어졌다. 그 위에 파릇한 잔디를 입혔더니 초록 지붕이 되었다. 하얀 눈밭에 푸른 이글루가 생겼다. 주위에 다른 이글루도 많지만 고모의 이글루가 제일 예뻤다. 눈 위에서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고모의 새집. 
- ‘개떡이, 개명하다’ 97쪽


이 책은 모녀가 합심해 만들면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저자는 책 소개에서 “끈질긴 닦달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느린 작업으로 기다림의 미덕(?)을 가르쳐준 그림 작가 이레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엄마의 책에 그림을 그려주겠다던 오래전 약속을 지켜줬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이 함께 만든 ‘약속의 책’”이라고 기쁨을 나눴다.

출판사는 “책은 어른의 시선으로 교훈을 주기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현실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며 “아이들의 진지한 고민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건강한 성장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두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잃지 않는다. 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저자의 흥미진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일상이 그려지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윤화 작가는 2014년 ‘제주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킁킁가게’로 샘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책으로 정식 출간했다. 아이들과 뒹굴면서 책 읽어주는 일을 한다. “일과 놀이와 취미가 같아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레 작가는 현재 미대에서 회화를 배우고 있다.

114쪽, 한그루,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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