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98) virtue

virtue [və́ːrtʃuː] n. 미덕(美德)
미덕이 엇어지는 싀상
(미덕이 없어지는 세상)

virtue는 라틴어근 vir- (=man)와  접미사 -tue의 결합으로 “사람다움(=manliness)”을 뜻하며, 한자어 ‘덕(德)’도 그 뜻을 풀이하면 ‘바른 마음을 행하는 것’이 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네 가지 주요 미덕(cardinal virtues)으로 의덕(義德, Justice), 절덕(節德, Temperance), 용덕(勇德, Fortitude) 및 지덕(智德, Prudence)을 들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선도적인(leading) 덕이 “의로움”을 지향하는 의덕이라 볼 수 있다.     

‘견리망의(見利忘義)’가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four-character Chinese idiom)로 꼽혔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virtue was forgotten for gain)”는 뜻의 ‘견리망의’는 논어 헌문편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반대어(antonym)로, 자신의 이익(one’s own interests)을 찾기에 급급해 의로움을 버리는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criticize)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극도로 분열되어 ‘각자도생(every-man-for-himself attitude)’의 싸움판이 되었음을 풍자(satirize)하고 있으며, 이렇게 견리망의하다간 우선은 챙긴 사익으로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엔 공멸(co-destruction)하게 된다는 걱정과 우려(apprehension and concern)가 담겨 있기도 하다.

사실, 이런 세태(the ways of the world)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2019년에도 “서로를 이기려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한다”는 뜻의 ‘공명지조(共命之鳥)’가 당해 연도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바 있었다. 4년 전의 ‘공명지조’한 세상이나 올해의 ‘견리망의’한 세상이나 별반 차이는 없지만(make no difference),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제시한 현 정부의 사회정책에서도 정치·이념 성향에 따른 갈등과 반목(conflict and antagonism)이 재현되었고, 사안에 따라선 이익집단별로 ‘견리망의’가 더욱 극대화(maximization)돼 표출되곤 했다.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끌어야 할 정치가 국민을 바르게 이끌기는커녕, 여전히 자기 편만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구태(old order)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는 ‘견리망의’ 외에도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란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 “능력이 없는 자가 능력이 있는 것처럼 가장한다”는 ‘남우충수(藍竽充數)’, “백성들의 삶이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지경에 빠져 있다”는 ‘도탄지고(塗炭之苦)’, “여러 가지 의견이 뒤섞여 혼란함”을 뜻하는 ‘제설분분(諸說紛紛)’ 등이 선정됐다. 모두가 다 리더십 실종(missing leadership)과 진영논리에 빠진 정치권을 꼬집는 말일 것이다. 다가오는 2024년은 청룡(blue dragon)의 해다. 오행 사상에서 청룡은 ‘새로운 시작(new start)’ 내지는 ‘변화’를 상징한다. 과연 내년에는 대한민국이 작금의 분열(the current division)을 딛고 점점 잃어가는 도덕적 의로움(moral virtue)을 조금이라도 회복(restoration)할 수 있을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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