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독교 2023 성탄 메시지...천주교 “세속적인 가치 지양”, 개신교 “평화 필요”

제주 기독교계가 2023년 성탄절을 맞아 메시지를 발표했다.

제주섬은 제2공항, 국제자유도시 등 행정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지역 공동체 갈등은 증폭되고 있으며, 전 세계로 시선을 돌려도 서로를 죽고 죽이는 끔찍한 전쟁과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온 세상을 달구는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누추한 마구간을 선택해 세상에 내려온 아기 예수의 정신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일방적인 정책, 제주 공동체 갈등 원인...예수 기억해야”

천주교 제주교구는 문창우 주교 이름으로 2023 성탄 사목서한을 발표했다. 문창우 주교는 지저분한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가 탄생한 장면을 현대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창우 주교
문창우 주교

문창우 주교는 “마구간은 죄로 물든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 인류 역사를 통해 온갖 죄와 죄의 상처로 뒤범벅된 우리 자신은 계속 썩어 들어가 악취를 풍긴다. 바로 이러한 마구간같은 우리 안에 하느님은 온전히 태어나시려 하신다”면서 “오늘날 세계는 크고 작은 울부짖음의 모습들이 발생하고 있고, 온통 어둠으로 뒤덮여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전쟁을 비롯한 분쟁들과 내전, 생태적인 파괴로 인한 비참한 상황, 국가 이기주의 등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당면한 많은 시대적인 과제들이 우리 눈앞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제주섬을 둘러싼 갈등과 문제들을 잊지 않았다.

문창우 주교는 “제주사회 역시 제2공항을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없이 공동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핑크빛 미래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국제자유도시와 평화의 섬으로의 지표들은 매번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해 버리는 일방적인 정책의 현장들을 자주 목격한다. 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무관심, 그리고 늘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이라고 꼬집었다.

문창우 주교는 “어디에서 우리는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면서 “성탄은 하느님께서 죄 많은 인간처럼 되시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온전히 우리에게 다가오신 것! 이는 성령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새롭게 됐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인간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당신 사랑과 자비로 인간을 용납하신다는 뜻이다. 이렇게 성령을 통해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곧 사람이 사람인 것 자체가 좋은 것이고 선한 것이란 뜻”이라면서 “아기 예수가 바로 우리의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 하느님이면서도 비천한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의 낮추고 비우신 자세가 돼야만 하느님의 시각으로 보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리 모두가 사리사욕이 아닌 스스로를 비운 예수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창우 주교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들 때문에 타인은 물론이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속적으로 자신의 외모나 가문, 학벌과 권력, 재산과 지식, 기술과 재능 등이 뛰어나거나 풍요로울수록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그 진정한 가치를 잘못 볼 수 있다”면서 “바쁘게 뛰어가는 삶을 잠시 멈추고 마음을 조용히 모으도록 하자. 그리고 오늘도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우리의 이웃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성령과 더불어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고상한 신적 품위를 받아들여 진정한 하느님 자녀들의 천상적 공동체를 이루어 가자”고 피력했다.

문창우 주교는 “다시금 여러분 모두에게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기쁜 성탄의 축복이 내리시기를 기도한다”고 축복했다.

제주 개신교 “정말 평화 필요한 시기, 아기 예수 기억하자”

제주 개신교계 역시 성탄 메시지를 남겼다.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한 만큼 아기 예수 탄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교단협의회장 강두성 목사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전쟁 중에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백성들에게도 전해짐으로 전쟁을 멈추고, 상처받은 땅과 상처받은 백성들이 참된 평화를 찾고 하루속히 치유되고 회복돼 가길 소망한다”고 염원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의 왕으로 오셔서 이 세상에 희망이 되는 것처럼 오늘 제주교회들이 이 어두워가는 제주 땅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고 생명의 빛이 되어, 제주를 섬기고 사랑하며 구원의 소식을 담대히 전하는 지상명령에 더욱 충실할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개신교 성직자들에게 당부했다.

/ 사진=제주기독신문
맨 왼쪽부터 강두성, 민경민, 박동국, 박은환, 최병준, 문태국 목사. / 사진=제주기독신문

제주시기독교연합회장 민경민 목사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나라를 위한 걱정과 염려에 안타까움이 짙어가는 시기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지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땅에 오신 구주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힘주어 밝혔다.

서귀포시교회협의회장 박동국 목사는 이사야서 40장 10절을 인용하며 “얼마나 많은 악한 이들이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사랑’을 억지로 막으려 했나. 그럼에도 그 위기 속에서도, 그 환란 속에서도 하나님은 약속하신 대로 우리에게 아기 예수님을 보내시고, 그리고 고난 받는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료했다”고 밝혔다.

동부교회협의회장 박은환 목사는 “연말연시에 우리의 마음에 성탄의 주인공이 마치 우리들 자신인양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살아가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서북교회협의회장 최병준 목사는 “세상은 예수님과 상관없는 화려함으로 포장된 성탄을 원하지만, 그런 화려함보다는 소박하지만 예수님의 마음을 전하는 복된 성탄, 신비의 성탄, 평화의 성탄이 선포되고 실천되는 진실한 성탄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소망해 본다”고 당부했다.

서남교회협의회장 문태국 목사는 “2023년 성탄절을 맞아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서의 살지 못함을 회개하며 이제는 권력주의, 교권주의, 물량주의에 빠져 분열과 갈등으로 대립이 없이,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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