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Utd GK 유연수, 작년 10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은퇴 후 ‘패럴림픽 도전’ 새로운 희망 가꾸는 25세 청년

올해 11월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5세의 나이로 은퇴식을 갖는 유연수. / 제주유나이티드.
올해 11월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5세의 나이로 은퇴식을 갖는 유연수. / 제주유나이티드.

전국에서 가장 잘하는 축구선수로 꼽히며 창창한 앞날이 기대된 25세 청년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제주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로 입원한 청년은 부모로부터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에 눈물을 쏟아냈다. [제주의소리]와 연락이 닿은 25세 청년 유연수는 평생 꿈꿔온 소망을 잃었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올해 11월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유나이티드는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36R 홈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은 1998년생 유연수(25)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경기 수훈선수(MOM)도 아닌 유연수를 향한 응원으로, 그는 휠체어를 타고 부모와 함께 경기장에 섰다. 

전국대회 베스트11에 선정돼 전국에서 가장 잘하는 골키퍼(GK)로 주목받아 2020년 제주에 입단, K리그2에서 데뷔해 프로통산 8경기(K리그1 7경기)를 치른 유연수의 눈물의 은퇴식이다. 

제주에서 배정받은 유연수의 등번호는 31번. 제주 홈팬은 물론 서울 원정팬들까지 전반 31분부터 박수 응원을 선물했고, 유연수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은퇴식에서 제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유연수. 그의 뒤를 부모가 지키고 있다. / 제주유나이티드.
은퇴식에서 제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유연수. 그의 뒤를 부모가 지키고 있다. / 제주유나이티드.

신장 194cm에 유연수는 스스로 은퇴를 결심했다기보다는 타의에 의해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10월18일 오전 5시40분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차량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차량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했다. 4명은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1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0.08%)를 웃돈 상황에서도 운전대를 잡았다. 

모태신앙 기독교 신자인 피해자 유연수가 사고 이후 눈을 뜨고 처음 한 말은 “하나님 감사합니다”.

유연수에게 슬픔은 사고 이후 다가왔다. 87%에 이르는 전신장해로 인해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그는 하반신에서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유연수는 “사고 당일 큰 수술을 받고 난 뒤에 부모님께서 저에게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정말 슬펐어요. 지금도 사람들과 대화할 때 ‘걸을 수 없다’고 말할 때보다 ‘축구를 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치료를 받던 유연수는 지난해 12월 서울 신촌에 위치한 대형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다가 현재는 일산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유연수. / 제주유나이티드.
축구 명문 부평고에서 주전 GK 활약하던 유연수. / 유연수.

초등학교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유연수는 전주 조촌초등학교, 인천 부평동중학교, 인천 부평고등학교, 광주 호남대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또래 중 가장 잘하는 GK로 꼽혔다. 

김남일·이천수·이근호 등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축구 명문 부평고에서 주전 GK로 활약한 유연수는 2016년에 제49회 대통령금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는데, 해당 대회에서 각 포지션별로 가장 우수한 선수 11명으로 구성되는 베스트11에 당당히 선정됐다.    

유연수는 2018년 호남대 소속으로 전국추계대학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 골키퍼상을 받았다. 당시 호남대는 1999년 이후 19년만에 전국추계대학연맹전 왕좌에 올랐다.

또래에서 가장 잘하는 GK로 꼽힌 유연수는 2020년 제주에 입단해 꿈꾸던 프로선수가 돼 차세대 국가대표 GK로도 거론됐지만, 2022년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호남대 소속으로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우승, 대회 골키퍼상 수상으로 가족과 함께 사진을 남긴 유연수. / 유연수.
호남대 소속으로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우승, 대회 골키퍼상 수상으로 가족과 함께 사진을 남긴 유연수. / 유연수.

“제주에 입단해 프로선수가 됐을 때 가족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저도 정말 기뻐서 실감나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현재 몸상태에 대해 유연수는 “명치를 기준으로 명치 밑으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요. 혼자 팔 힘으로 겨우 상체를 들어올리는 정도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외출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속 옆을 지켜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기립기를 통해 두 발로 서는 것을 중심으로 재활운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또 상체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몸 상태가 더 좋아지기 위한 재활이라기 보다는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골다공증 등을 예방하려는 재활입니다”라고 전했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유연수의 선수생명을 뺏은 피고인 A씨(35)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형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으며, 1심 선고는 내년 1월 예정됐다. 

프로선수 유연수 모습. / 제주유나이티드.
프로선수 유연수 모습. / 제주유나이티드.

이에 대해 유연수는 “아직까지 상대방(A씨)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사과도 받지 못했어요. 언론 보도를 보니까 법원에서 상대방이 연락하고 싶어도 안됐다고 말했다던데, 어이가 없었어요. 인터넷에 제 이름만 검색해도 현재 어떤 병원에 있는지까지 다 나와요”라고 말했다. 

유연수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무료 법률대리를 자처한 법무법인오션에 따르면 A씨나 A씨의 법률대리인 측으로부터 사죄 의사 등의 연락은 단 한차례도 없다.

프로데뷔 3년만에 은퇴,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유연수는 국제장애인올림픽대회(패럴림픽) 도전을 생각하고 있다.

축구를 포기했다는 좌절을 뛰어넘은 유연수의 새로운 희망이다.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 탁구를 즐기고 있는 유연수. / 유연수.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 탁구를 즐기고 있는 유연수. / 유연수.

“병원에서 재활운동할 때 제가 신체조건이 좋다고 많은 사람들이 패럴림픽 도전을 추천해줬어요. 사실 축구만 하다보니 패럴림픽이 뭔지도 잘 몰랐는데, 정말 다양한 종목이 있더라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종목을 계속 고민중이고 지금은 탁구를 가장 눈여겨 보고 있어요”

취재진이 ‘퇴원하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느냐’고 묻자 유연수는 “가족들과 여행가고 싶어요. 어릴때부터 운동만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요”라고 즉답했다. 

이어 ‘제주에 다시 오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제주요? 당연히 놀러가고 싶죠. 교통사고 말고는 저에게 제주는 좋은 기억만 있어요”라고 화답했다. 

고된 훈련 끝에 제주에서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이뤄 다음 단계를 준비하던 25세 청년 유연수는 제주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반평생 넘게 이어온 축구 선수 생활에 끝을 맺었다. 

그럼에도 그는 하반신 마비라는 현재 상황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었다.

유연수는 하반신이 마비된 현재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힘든 현실을 마주한 누군가 단 1명이라도 ‘유연수’를 생각해 이겨내길 바라며.     

유연수. / 제주유나이티드.
하반신 마비에 따라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유연수. / 유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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