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첫 번째 장애예술축제 ‘턴(Turn)’ 성황리 개최
장애 예술 종사자 강연, 공연, 전시, 상담 등 다양한 구성 ‘눈길’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간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이 (가칭)제주아트플랫폼 1층에서 장애예술축제 ‘Turn’(턴)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간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이 (가칭)제주아트플랫폼 1층에서 장애예술축제 ‘Turn’(턴)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장애 예술’ 범주 안에서 활동하는 여러 종사자들의 강연, 음악·연극 공연, 사진·미술 전시, 그리고 상담과 체험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 예술을 이해하는 뜻 깊은 축제가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간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이 (가칭)제주아트플랫폼 1층에서 개최한 장애예술축제 ‘Turn’(턴)은 재단이 올해 추진한 장애 예술 관련 지원 사업을 소개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

장애 예술 개념을 국내외 사례로 소개하고, 제주 장애예술 1세대를 조명하면서 강연, 전시, 공연, 심리상담, 공예 체험까지 한 자리에서 마련해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혔다.

이번 축제는 제주 예술단체 ‘손의기억·커뮤니티 아트랩 KOJI’와 함께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모든 강연에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점자로 제작한 프로그램 안내 책자도 제공할 뿐만 아니라, 1대1 이동 안내 서비스도 준비하는 등 모두가 보다 편리하게 축제를 즐기도록 배려했다.

장애 예술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내용. ⓒ제주의소리
장애 예술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내용. ⓒ제주의소리
공예 체험. ⓒ제주의소리
공예 체험. ⓒ제주의소리
국내외 장애 예술 정보를 정리했다. ⓒ제주의소리
국내외 장애 예술 정보를 정리했다. ⓒ제주의소리

강연은 ▲김치완 제주대 철학과 교수(주제 : 쿰다인문학으로 본 장애인, 장애인예술) ▲박옥순 제주 삼달다방 운영자(장애인 인권을 만나다) ▲김상홍, 김칠성, 이봉주(영화 ‘미역국’, ‘산책’ 배우와의 대화) ▲오한숙희 여성학자(예술은 어떻게 길이 되는가) ▲이승규 배우(장예 예술은 진보하고 있는가?) ▲홍은비 한국능률협회 수석 컨설턴트(장애예술교육사례 공유) ▲김현미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 문화예술팀장(사회복지 관점에서 바라본 장애인 문화예술사업) ▲권주리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대표(공연과 장애 감수성) ▲이은주 이마고 미술치료연구소 대표(발달장애 청년들의 창작 스토리) ▲김성원 PlayAT 연구소장(현대 학교와 장애아동 발달을 위한 학습 공간 모델) 등이 나섰다.

강연은 영화, 미술, 공연 등 장애 예술을 장르로 세분화해 살펴볼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을 나누고 교육·복지적인 관점에서 장애 예술을 공유하는 등 폭넓은 장을 마련했다.

공연은 피아니스트 고은강, 클라리넷 연주자 이명탁, 테너 민성음, 피아노 연주자 김지희, 싱어송라이터이자 제주 장애예술인 1세대로 평가받는 김원필, 공연 장르에 많은 경험을 가진 김성일까지 참여했다.

전시는 배중열, 곽상필, 서은실, 고지운, 최은주, 성정자, 양영만, 추보배, 고재철, 이선, 오수민 등 회화-사진-문인화-공예-영상 예술에 종사한 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오한숙희 강연. ⓒ제주의소리
오한숙희 강연. ⓒ제주의소리

강연자 오한숙희는 발달 장애를 가진 작은 딸 희나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미술작가로 성장하고, 그것을 계기로 자신이 장애·노년·결혼이주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단체 ‘누구나’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오한숙희는 크레파스로 색칠한 부분에 계속해서 덧칠하는 작은 딸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큰 딸의 미대 입시 과정에서 우연히 희나 그림을 선생님에게 보여줬고, 희나 그림이 ‘색 쌓기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장애 자녀를 가진 많은 부모들이 의학적인 판단에 짓눌려 자녀들의 잠재력을 병증이나 문제적으로 생각한다”며 “나 역시 무지한 부모였고, 희나를 통해 예술에 눈을 떴다”고 설명했다.

오한숙희 작은 딸 희나가 그린 색칠 위에 큰 딸이 스케치를 그려넣은 그림. ⓒ제주의소리
오한숙희 작은 딸 희나가 그린 색칠 위에 큰 딸이 스케치를 그려넣은 그림. ⓒ제주의소리

오한숙희는 “장애가 아닌 개성이라고 여겨보자. 극복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가는 개성이다. 장애는 사회적인 진입 장벽을 만나는 순간에 발생한다. 장애인이 혼자 살고 있는 동안에는 장애가 아니다. 뭔가에 부딪히는 순간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경사로가 만들어지면, 자동문이 만들어지면 휠체어 타는 사람에게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애 예술에 대해서는 “장애가 핸디캡이면서 프리미엄이라는 인상을 깨야 한다. 장애 예술이 아니라 그냥 ‘예술’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면서 “물론 장르적으로 가면 기존 예술에 비해 힘들겠지만, ‘누구나’ 활동을 하면서 미술계 안에서도 장애 예술에 대한, 새로우 변화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애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누리는 것까지 미리 말해주는 중요한 사회적 지표가 아닐까 싶다. 나팔꽃이 피면 공기가 맑고 쉬리가 살면 1급수이듯이, 장애인은 그 사회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 나아가 지구촌 문명에 경종을 울리는 알림이라고 본다”면서 “이번 ‘턴’ 축제도 제주 사회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하나의 예시가 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이승규 배우(오른쪽), ⓒ제주의소리

시각장애인이면서 배우·극작가인 이승규는 8년 전 안마사 직업 대신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벌이큰 크게 줄었지만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은 어려워도 훗날의 모습을 그려본다”고 설명했다.

이승규는 “장애인 배우에게 그냥 장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나만의 특징, 개성을 발전시켜서 예술에 접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사람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턴’ 예술감독을 맡은 민경언은 소개글을 통해 “이번 축제는 제주 장애예술현장의 다양한 요구와 염원을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강렬하게 일고 있는 변화의 요구는 그동안 복지의 영역에서 머물러 있던 장애예술을 예술적 관점에서 전환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장애예술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비로소 성립돼 질 수 있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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