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 낙엽들이 사각사각 발에 밟힐 때마다 가을이 끝나감을 아쉬웠는데, 찬바람이 불고 12월이 되니 눈도, 크리스마스도 그리고 친구들도 그리워집니다. 

해가 바뀌고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서 나의 가치와 내가 이루고 있는 성과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반복적으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잊지 말고 지녀야 할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마다 ‘독서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항상 읽고 싶은 책을 메모해 놓고는 다음에 사서 읽어야지 하다가 잊곤 합니다. 

제가 소속한 제주사회서비스원에서는 본부, 소속 시설·사업단 직원을 대상으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공공서재’(이하 공공서재) 사업을 2023년도에 실시했습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 자신의 업무 또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골라 공공서재에 신청하면 해당 도서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한도 금액이 설정되어 있어 많은 책을 신청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3권의 책을 신청해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미타브 고시 「대혼란의 시대」, 김애령 「듣기의 윤리」, 손병현 「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

이 책들은 읽고 있을 개인의 성장에도 물론 도움을 주지만,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상식적인 것 즉, 기후위기, 경청의 기술, 과거의 슬픔에 대한 인지와 공감 등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그런 면에서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직접적인 직원교육의 형태가 아닌, 고용주는 직원에게 최소한의 것을 제공하고 그 이후의 변화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의지를 투입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업무적인 성장을 이루게 하는, 보다 장기간에 걸친 직원교육의 한 형태입니다.

김혜란. ⓒ제주의소리
김혜란. ⓒ제주의소리

살 수 있는 인생 시간은 한계가 있어 직접 경험으로는 다 알지 못하는 것들을 도서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알아가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기록으로 남기며 업무 추진의 근육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공공서재’의 궁극적인 취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평범한 소시민이 독서를 통해 사회와 자신, 직업의 가치를 찾아가고 간접 경험들을 일상과 직업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독서가 가진 큰 힘입니다. 충분히 독서를 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여러분의 ‘공공서재’를 하나씩 꾸며나가 보길 바랍니다. / 제주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 단장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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