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49) 기후위기 교육은 민주주의 교육

문제는 정치야!

새해 아침 휴대폰이 분주하다. 연신 새해맞이 인사들이 울려댄다. 무심코 보다가 사진 한 장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경남 삼천포에서 보내온 바닷가 산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는 일출 장면은 여느 사진들과 다를 바 없지만, 오른쪽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무슨 공장이길래 바닷가에 자리 잡고 새해 이른 아침에도 쉬지 못한 채 움직이고 있을까?

경남 삼천포의 일출을 담은 사진은 일출의 아름다움과 함께 기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때는 공장 굴뚝의 연기가 번영의 상징처럼 보였지만, 요사이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오히려 미세먼지나 기후위기 주범으로 여겨지기 쉽다. 사진을 올린 이에게 물어보니 삼천포의 석탄화력발전소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퇴출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라는 말을 듣는 순간 사진에서 느껴졌던 기괴한 느낌의 정체가 더 분명해졌다. 

2023년은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가 끝난 후 가장 뜨거운 해였다고 한다. 올해도 엘리뇨의 영향으로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표현한 바 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제주에서도 기후위기를 체감한 첫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각국 정부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고 국제회의를 개최했지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온난화 시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그래서 혹자는 "훗날 되돌아봤을 때 지난해와 올해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나게 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대형 산불을 비롯한 직접적인 피해와 함께 폭염과 가뭄, 폭우, 홍수, 폭설 등으로 인한 사망자와 이재민들 또한 급증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농업과 어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으며, 관광 또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한때는 공장 굴뚝의 연기가 번영의 상징처럼 보였지만, 요사이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 사진=안재홍<br>
한때는 공장 굴뚝의 연기가 번영의 상징처럼 보였지만, 요사이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 사진=안재홍

하지만, 학교로 돌아오면 기후위기가 보이지 않는다. 불이 나 집이 타고 있는데 태연히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까? 문밖에선 불이 났다고 빨리 피하라고 소리치는데 집안에선 애써 그 소리를 외면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은 삼천포의 일출 사진만큼이나 기괴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기술적으로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며, AI 교육이니 디지털 교육이니 다양한 이름들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그들이 살아갈 집이 불타고 있는 상황을 공유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기후위기 교육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넘어 어디까지 흥행을 이어갈지가 관심이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전두환 일당의 군사쿠데타에 분노하며 서울의 봄을 통해 민주주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워서 만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권력은 사유화를 시도한다. 지난 연말엔 뉴스를 보고도 믿기 어려웠던 이선균의 죽음을 통해 공권력의 무자비함을 목격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사라지고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조리돌림은 극에 달했다. 인권과 원칙이 사라진 곳에 죽음이 남은 셈이다. 연말에 들려온 비보와 낭보는 민주주의는 살얼음판을 걷는 제도임을 웅변하고 있다. 그렇다. 문제는 정치다. 문제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워서 만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 사진=안재홍<br>
민주주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워서 만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 사진=안재홍

2024년은 지구촌 선거의 해라고 불린다.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비롯해 유럽의회 선거 등 세계 인구의 40% 가량이 선거를 치른다. 2024년 선거가 기후위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후위기 교육이 생태전환 교육인 동시에 정치교육이고 민주주의 교육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김광수 교육감의 소통 행보와 생태교육에 대한 관심이 기후위기 교육으로 민주주의 교육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무성한 말들의 숲에서 나와 삶으로 녹아드는 말들을 기대한다.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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