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청년정책 톺아보기] (1) 원탁회의-주권회의, 진정한 숙의민주주의 거듭나려면

제주지역에서 청년정책은 점차 확대되며 익숙한 단어가 됐다. 올해부터는 제주청년보장제가 본격 시행되며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두 차례에 걸쳐 제주청년정책의 현재의 중요한 이슈를 짚어보고, 청년정책이 나아가야 할 건강한 지향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편집자 주

제주에서 청년 정책이 닻을 올린 것은 2016년이다.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됐고, 청년정책팀이 신설됐다. 저성장 시대, 사회 진입기에 있는 청년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정책이 본격화한 시기다. 2018년에는 청년정책전담부서인 청년정책담당관이 신설되면서 지속해서 제주 청년 정책은 확대돼 왔다.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탄생한 것이 청년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청년 참여 기구인 청년원탁회의다.

제6기 원탁회의까지 58건을 제안해 23건이 반영됐다. 여기서 나온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은 주민참여예산 우수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3년 활동한 제7기 참가자는 213명에 이른다.

작년에는 청년자율예산제 도입과 함께 이를 추진할 청년주권회의가 신설됐다. 청년자율예산은 청년들이 제안한 정책들이 바로 실현될 수 있도록 일정한 사업비를 풀(pool)성 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식이다. 청년들이 원탁회의를 통해 제안한 정책이 예산편성 과정을 거쳐 그 다음 해에 집행되면서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개선책이다.

참여기구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숙의 과정이 잘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기자가 만난 제주 청년참여기구 경험자들은 “전반적인 정책과 행정 등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교육이 부족했다. 1일 워크숍 수준에 그쳤다”,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부족했다”, “중재자 역할을 할 퍼실러테이터 교육이 부재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경험, 참여기구의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 입장에서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소화할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 더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보 공유라는 측면에서 다른 지역의 선례, 현재의 청년정책, 전문가 의견, 전체적인 프로세스 등을 초기 참가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잘 해석해주고, 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엄창환 심오한연구소 대표는 “처음 온 분들을 위해 기획하고 논의하는 팀을 별도로 붙여주는 등 참여기구 안에 다양한 지원체계, 활성화하기 위한 별도의 트랙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워크숍, 교류회, SNS 등 소통창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내부 논의에서 나왔던 고민을 지역사회에 선보일 수 있는 포럼이나 간담회, 설문조사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거나 청년주간과 연계하는 등 지역사회 청년들과 연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숙의 활성화와 함께 참여기구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 대표는 “기존 이해관계나 이익집단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표 격으로 만든 위원회 방식으로는 청년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루거나 다른 관점으로 얘기하기가 어려웠으니 (참여기구를 통해 형식을)바꿔보자고 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개별화된 청년들이 숙의하는 과정을 통해 대표성을 보충한다고 봤던 것이다. 개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논의와 합의’가 중요하고 참여기구 미참여 청년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사전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원탁회의에 위촉될 수 있도록 개선했다”며 “주기적으로 워크숍을 개최하고 교육 내용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