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10일 오후 5시17분]
“연기가 난다는 이야기만 듣고 큰 걱정 없이 달려왔는데, 이렇게 큰 불이 나 있던 거예요. 깜짝 놀랐죠.”
10일 오후 1시께 찾은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의 한 폐기물처리장 화재 현장. 노르스름한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라 하늘을 뒤덮었다.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짙어졌고,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중간중간 들려왔다.
불은 이날 오전 10시48분께 발생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체 직원이 폐기물 분류 작업을 하던 중 폐기물 더미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있던 근로자 4명이 자력으로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5시간이 넘도록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시간40분 만인 오후 4시28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후 4시46분께 완전히 진화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철제, 파이프 골조에 비닐과 차광막이 이중으로 덮힌 폐기물 집하 창고다.
최초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에는 고철 폐기물이 약 5m 높이로 쌓여있었는데, 플라스틱과 폐합성수지 등이 쌓인 곳까지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낮 12시7분께 관할 소방서 인력을 총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16대와 인력 88명을 총동원해 불을 진화했다.
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이 펌프차에서 연결한 호스를 들고 쉴 새 없이 물을 뿌려댔다. 또 한쪽에서는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 굴삭기가 폐기물을 일일이 퍼 옮겼다. 그럼에도 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불길을 잡기 위해 헬기까지 출동했다. 소방헬기 ‘한라매’와 산림청 헬기는 자욱한 연기를 가로지르며 물 수천리터를 쏟아부었고, 이내 시커먼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허망한 표정으로 화재 현장을 바라보던 한 관계자는 “연기가 난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와 보니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며 “이렇게 큰 불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좌원봉 제주서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폐기물 더미가 종류 별로 분리돼 있지 않고 마구 섞인 데다, 천장이 뚫리면서 공기가 유입돼 계속 연소하면서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모든 소방력을 집중해 신속히 진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