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100) 연재 100회를 맞으며

새해를 맞이하고 기고를 재개하면서 처음 가졌던 포부이자 고민이 아직도 유효함을 확인한다. 다시 노동세상이 도내 각각의 노동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 사진=픽사베이
새해를 맞이하고 기고를 재개하면서 처음 가졌던 포부이자 고민이 아직도 유효함을 확인한다. 다시 노동세상이 도내 각각의 노동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 사진=픽사베이

‘100’이라는 숫자를 떠올리면 출생 100일을 맞은 아기, 100세연의 주인공인 어르신, 100점 만점 시험지 등 두 자리 숫자를 넘어선 새로운 시작, 혹은 가을철 곡식처럼 무르익은 완성된 상태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 전국 최저의 임금수준과 전국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을 차지하는 제주지역의 노동자로서 우리의 노동인권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칼럼으로 만나게 될 글을 통해 도민들과 노동인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

이와 같은 포부를 밝히며 ‘김경희의 노동세상’의 이름으로 기고를 시작 한지 오늘로 100회차가 되었다. 기고의 횟수는 만선(滿船)에 이르렀지만 기고를 시작하며 밝혔던 나름의 다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고민을 던지고 있다.

그 사이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고, 노동인권을 외치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비행기가 멈춰선 공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선순위로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호텔에서는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부터 정리해고 되었다.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노동기본권이 배제되어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품지 못하는 법제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차별받고 있는 제도 밖 노동자,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된 이주노동자가 제주사회에 공존하고 있다. 

여전히 전국 최저수준인 제주지역의 평균임금과 전국 최고수준인 비정규직 고용 비율,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역행하는 정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안을 정치적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여당과 야당의 모습은 노동인권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소개하고, 각자의 노동이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것은 가장 밑바닥 노동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노동은 연결되어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하지만, 건물을 짓는 건설노동자가 없다면 건물주도 없다. 상점에서 간단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것이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무수히 많은 노동이 연결되어 있다. 식당에 가면 로봇 서빙기계가 등장하긴 했지만 기계 또한 인간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 

여전히 현장에는 자신의 노동이 존중받고 빛나야 하는 것임을 믿고, 노동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코로나 특수로 폭등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에게는 무료노동이 강요되었던 도내 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 찾기에 나섰다. 연차를 쓸 때 손을 벌벌 떨어야 할 정도로 노동통제가 심했던 모 사업장은 노동조합 결성 이후에 조금이나마 맘 편히 연차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제한적으로 인정되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산재보험 분야의 제도가 마련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법제도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각각의 노동이 빛날 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노동은 함께 빛날 수 있다. 

100회차 기고를 앞두고 약 3개월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새해를 맞이하고 기고를 재개하면서 처음 가졌던 포부이자 고민이 아직도 유효함을 확인한다. 다시 노동세상이 도내 각각의 노동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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