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제주의 미래] ③생태·문화·체육 융합 친환경 거점 꿈꾸는 봉개 매립장

과거 제주시 회천(봉개) 쓰레기매립장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과거 제주시 회천(봉개) 쓰레기매립장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992년 8월부터 제주시민들의 쓰레기를 처리해 온 제주 최대 봉개동 매립장 시대가 2024년을 마지막으로 저문다. 연장 사용에 따른 굴곡도 있었지만, 결국 끝을 맞이했다.

봉개 매립장은 ‘소각장 구역’과 ‘매립지 구역’, ‘지원시설 구역’으로 나뉘며 이를 모두 합치면 면적은 47만9261㎡에 달한다. 제주시는 이 드넓은 매립장을 친환경 거점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사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다.

제주 ‘미리내공원’, 서울 ‘난지도 공원’, 대구 ‘대구수목원’, 부산 ‘해운대수목원’, 경기 ‘세계정원’, 포항 ‘양덕 체육공원’ 등 사례처럼 혐오시설인 매립장을 새로운 시민 공간으로 단장하기 위함이다. 

제주시는 매립장을 시민 활용 공간으로 화려하게 재탄생시킨 다양한 타 지역 사례처럼 제주의 새로운 친환경 거점 공간이 될 봉개 매립장의 미래를 착실히 그려나가고 있다. 

용역은 당초 2023년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주민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제주시 방침에 맞춰 6개월 연장됐다. 앞서 주민들은 제주시가 의견을 반영하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며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말 열린 용역 보고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답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답정너’ 용역이 아니냐고 따져 묻는 등 주민 요구를 제대로 수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30년 넘게 고통을 감수한 주민들 의견을 용역에 제대로 반영하라는 요구였다. 

당시 용역진은 애조로와 번영로, 남조로, 비자림로, 명림로 등 광역교통망이 주변에 깔려있는 데다 제주시 동지역 공공체육시설이 1명당 2.0㎡으로 1인당 4.3㎡인 서귀포시 대비 갑절 넘게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근린공원과 체육시설, 문화시설 건립을 제안했다. 

제주시 봉개 매립장 제1공구에서 바라본 구좌읍 동복리 풍력발전단지 일대 풍경. ⓒ제주의소리
제주시 봉개 매립장 제1공구에서 바라본 구좌읍 동복리 풍력발전단지 일대 풍경. ⓒ제주의소리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나타난 배경 및 목적. ⓒ제주의소리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나타난 배경 및 목적. ⓒ제주의소리

제안은 확정된 건이 아니며, 주민 의견을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을 오염시킬 우려에 따라 매립지는 사용종료 시점부터 30년간 활용 범위가 법으로 제한되면서 새롭게 마련할 수 있는 시설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타지역 매립장도 수목원, 체육공원 등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용역진은 도내 최대 규모 매립장인 봉개 매립장을 지원시설구역과 매립지구역, 소각장구역으로 나눠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건물이 들어선 지원시설구역은 ‘공원’, 넓은 평지인 매립지구역은 ‘체육공간’, 소각장은 ‘문화시설’로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이다.

구체적으로 지원시설구역은 도시계획시설인 근린공원으로 변경해 △교육·연구·체험시설 △숲 놀이터, 숲 체험원 △전지훈련센터 △실내체육시설 △대규모 광장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건물을 새로 짓는 방향을 통해서다. 

해당 구역에서는 △환경시설관리소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지속가능환경교육센터 △매립장·음식물 침출수 저류지 △전처리시설 △매립가스 발전시설 등 교육과 필수 후처리 시설이 남게 된다. 

반면 쓰레기 직접 처리시설인 △음식물자원화시설 △대형폐기물파쇄시설 △재활용 선별장 △분뇨 및 쓰레기처리시설 △쓰레기 처분시설 △폐기물감량화시설 △재활용품 선별처리시설 △계근대 등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텅 빈 봉개 매립장 내 리싸이클링센터 모습. 과거 시민들이 버린 재활용 쓰레기로 가득했던 이곳은 사라지게 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텅 빈 봉개 매립장 내 리싸이클링센터 모습. 과거 시민들이 버린 재활용 쓰레기로 가득했던 이곳은 사라지게 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봉개 매립장 내 소각장, 제주특별자치도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제주의소리
봉개 매립장 내 소각장, 제주특별자치도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제주의소리

30년간 활용이 제한되는 매립지구역은 도시계획시설인 체육시설로 변경해 파크골프장, 축구장, 풋살장, 배드민턴장, 실외체력단련시설, 다목적운동장, 클럽하우스 등 생활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나왔다. 주민 여가 공간이자 전문체육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굴뚝을 비롯한 각종 건물이 남아있는 소각장의 경우 전시나 공연, 교육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을 만들거나 청소년수련시설, 관광휴게시설을 설치를 제안했다. 특히 소각장 굴뚝을 활용한 전망대와 스카이라운지 도입 등 방안도 냈다. 

사용종료를 앞둔 봉개 매립장 활용 사업 대상지는 세계정원을 조성하려는 경기도 안산 시화 매립장과 비슷한 규모다. 1~4공구 매립 시설지만 떼어놓고 봐도 운동장, 체육관, 야구장, 축구장이 들어선 포항 양덕 매립장보다 크다. 

드넓은 부지를 갖춘 데다 아래로 제주항 서편부터 구좌읍 동복리 풍력발전단지 너머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경관은 새롭게 탄생하게 될 봉개 매립장의 미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담고 있으니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홍경찬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주민 관심과 행정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봉개 매립장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닌 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십 년 전 시민들의 ‘쓰레기’를 담아온 봉개 매립장은 이재 시민들의 ‘기대감’을 담고 새롭게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주민들의 합리적인 의견 표명과 제주시의 반영 노력이 맞물린다면 제주도를 대표하는 생활문화 거점으로 충분히 거듭날 수 있는 곳이다. 

30년 넘게 품어 온 쓰레기를 안고 역사 속으로 저물어가는 봉개 매립장, 미래 세대에게 이를 어떻게 넘겨줄 것이냐는 길목에 선 상태다. 냄새나고 더러워 누구나 기피하는 ‘혐오시설’에서 모두가 즐겨 찾는 시민 친화 공간으로 어떻게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은 용역진이 제안한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제주의소리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은 용역진이 제안한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제주의소리
봉개 매립장 사업대상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봉개 매립장 사업대상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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