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월동무 농가들, 트랙터 동원 산지 자율 폐기
생산비 상승 반면 생산량 감소 소비 부진까지 ‘이중고’

농민들이 수확 앞둔 밭을 갈아엎은 이유

15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에 위치한 무밭에서 산지폐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월동무 농가인 임현빈(65.구좌읍 세화리)씨가 무를 보며 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15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에 위치한 무밭에서 산지폐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월동무 농가인 임현빈(65.구좌읍 세화리)씨가 무를 보며 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게 다 1년 농사인데 이렇게 제 눈앞에서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 참...이렇게 해야만 하는 우리 농민들 마음은 오죽하겠습니까.” 

15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우건에오름 앞 드넓은 무밭에 로터리를 설치한 트랙터 4대가 굉음을 내며 들어섰다.

예초기의 날카로운 날이 땅에 박히면서 순식간에 물기를 머금은 검은 흙이 곳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농민들이 정성껏 키운 무는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20년 넘게 제주에서 월동무 농사를 지어 온 임현빈(65.구좌읍 세화리)씨의 마음도 타들어 갔다. 멀찌감치 이 모습을 지켜보다 땅에 파묻힌 무를 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농사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러면 뭐합니까. 시세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인건비와 물류비는 오르는데 가격이 떨어지면 농사를 하려도 해도 할 수가 없죠.”

1월 12일 서울가락동시장에서 제주산 월동무 20kg 기준 거래가격은 7937원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400원대와 비교해 30%가량 하락한 수치다.

전년 대비 생산량이 줄었지만 오히려 가격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당초 제주특별자치도가 파종 자료를 토대로 관측한 올해 월동무 생산면적은 5435ha, 생산량은 36만1884t다.

이후 관측용 드론을 이용해 실제 생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배면적은 5091ha로 더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재배면적이다.

생산량 감소에도 가격이 곤두박질 치는 이유는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식생활 변화로 무를 재료로 하는 음식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월동무 외에 마땅한 대체작물이 없어 생산량 조절도 어려운 처지다. 방지망 등 재배기술까지 발달하면서 태풍이나 폭설 등 기상악화로 인한 자연감소 물량도 줄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가을과 겨울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생육도 좋아졌다. 20kg 기준 월동무 10~12개 내외가 들어가지만 올해는 7~8개가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커졌다.

사단법인 제주월동무연합회는 월동무 20kg 기준 농민들의 손익분기점을 1만1550원으로 보고 있다. 이날 대대적인 자율감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은 “농가들도 적정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관측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올해는 생산량마저 줄였지만 소비 부진으로 가격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며 “자구책 마련을 위해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산지폐기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 20ha 가량 자율폐기를 추진하려 한다. 하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며 “농가들의 노력에도 효과가 없으면 지자체와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월동무는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겨울철 무는 사실상 제주산이 유일하다. 공급기간은 12월부터 4월까지다. 저장물량까지 더하면 국내 유통은 6월까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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