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탐라국입춘굿 2월 2~4일 사흘간 개최
후원·사업 범위 확장에도 예산 그대로 아쉬움

제주지역 새봄맞이 축제인 ‘탐라국입춘굿’이 옛 전통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제주 전 지역 심방이 참여했다는 전통을 2024년 탐라국입춘굿에서 복원한다. 다만, 커진 행사 규모만큼 예산은 사실상 줄어들면서 ‘제주도 행사’ 취지는 온전히 담지 못했다.

(사)제주민예총은 2월 2일(금)부터 4일(일)까지 관덕정을 포함해 제주 전역에서 ‘2024 탐라국입춘굿’을 개최한다. 

탐라국입춘굿은 고대 탐라시대부터 이어져온 행사로, 이원조의 ‘탐라록’(1841)에도 기록이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문화말살 정책으로 단절됐다가 1999년 민속학자 문무병을 중심으로 제주민예총이 복원했으며, 현재까지 새해를 여는 제주지역 대표 봄 축제로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후원 단체가 제주시에서 제주도로 바뀌면서, 여러 면에서 제주도 규모 행사를 추구한다.

탐라국왕이 나무 소(낭쉐)를 몰고 밭을 일구는 친경적전(親耕籍田) 의식은 지금까지 제주지역 주요 기관장, 단체장이 맡았다. 올해는 제주도 행사라는 취지를 강조하고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나서 낭쉐를 잡는다.

여기에 제주 전역 심방들이 모두 모여 도황수를 뽑고 도황수 중심으로 입춘굿을 준비했다는 전통은, 제주지역 3개 무속문화 보존회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복원된다.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주큰굿보존회, 영감놀이보존회까지 세 곳이 모여서 입춘본굿을 진행한다. 굿 안에서 역할도 세 단체가 머리를 맞대 정하는 만큼 의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탐라국입춘굿 취지를 서귀포시까지 확장하고자 서귀포지역 읍면동 주민센터에 춘등을 달고, 서귀포시청 본관에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2월 2일 새봄맞이 마을거리굿은 제주목(제주시), 대정현(대정읍), 정의현(표선면)으로 나눠 각 지역 민속보존회·풍물굿패가 진행한다. 대정현은 대정읍성 인근, 정의현은 성읍마을에서 열릴 예정이다.

2월 2일(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20분까지 거리굿이 열린다. 3일(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열림굿을 진행한다. 4일(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춘본굿이 열린다. 장소는 모두 제주 관덕정이다.

거리굿은 세경제, 입춘휘호, 사리살성, 낭쉐코사 등으로 새봄맞이 시작을 알린다. 열림굿은 입춘성안기행, 제주굿창작한마당, 봄이오는소리, 입춘난장 등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춘본굿은 초감제부터 자청비놀이, 세경놀이, 낭쉐몰이, 입춘덕담, 입춘굿탈놀이, 허멩이답도리, 막푸다시 등으로 제주도민들의 한 해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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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마다 맛보는 별미 ‘입춘천냥국수’는 3일부터 4일까지 삼도2동 통장협의회가 준비한다. 제주향토음식과 주전부리 역시 빠질 수 없다. 입춘장터와 체험마당도 열린다.  

다만, 후원 기관이 승격면서 명실상부 ‘제주도 행사’를 표방하지만 소요 예산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2024년 탐라국입춘굿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1억6000만원이다. 규모를 키운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도적인 취지에 걸맞지 않게 서귀포지역 행사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제주민예총은 “더 많은 구상을 실현하고 싶었지만 예산 한계가 분명하기에,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내년 예산이 ‘탐라국’ 입춘굿이라는 성격에 걸맞게 마련된다면 서귀포 구성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세대별·마을별 기획까지 넓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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