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 2023 공연예술조사 발간, 온라인 통계자료 첫 도입
문예회관 활동은 전국 최고수준, 초청과 지역 역량 강화 병행 돼야

제주 공연예술의 현 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가 나왔다. 공연 전 분야에 걸쳐 도민들의 관심이 저조한 가운데, 문예회관 운영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제주도 예술행정이 도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준 높은 공연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지역 내 창작 역량도 높이는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제주의소리>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3 공연예술조사’를 분석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재단법인으로, 국내 예술현장 지원과 예술경영 발전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05년부터 국내 공연예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연예술조사를 실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국가승인통계로 인정받는다. 2023년 조사 결과는 해당년도 일 년 전을 기준으로 집계하면서, 실제로는 2022년 결과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조사부터 공연실적 정보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결산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다. KOPIS는 전국에 분산된 공연 입장권 예매·취소 정보를 집계해 공연 정보와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서울부터 강원, 제주까지 전산 발권되는 공연 예매·취소 데이터를 매일 집계한다. 전산발권 되지 않은 수기 티켓을 제외한다. 네이버, 인터파크, 예스24를 비롯한 온라인 예매처와 전국 문화예술재단, 문예회관 등 공연시설·기획제작사들 포함 총 191개가 KOPIS 연계 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안타까운 제주 공연예술 현황

2022년 전체 공연 현황. 

2022년 한 해 동안 제주지역 총 공연건수는 190건으로 집계됐다. 전국 1만4440건에 비교하면 1.3%에 해당한다. 공연횟수는 2140회로 2.5%를 보였지만, 티켓판매수는 12만9534매로 0.9%, 티켓판매액은 28억7352만원에 그치고 있다. 제주 유료관객 비중은 68.9%로, 강원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평균 티켓 가격은 2만2184원을 기록했다. 

최다 티켓판매수, 티켓판매액 지역은 당연히 서울이다. 각각 902만3276매(66.1%), 4220억6192만원(75.1%)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평균티켓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4만6775원)이나, 유료관객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85%로 충청 지역이 차지했다. 전국 평균 티켓가격은 4만1131원이다.

보다 자세히 제주지역 장르 별 공연실적으로 보면 희비가 다소 엇갈리지만, 전반적으로 도민들의 선택에서 멀어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22년 연극 장르 공연 현황.&nbsp;
2022년 연극 장르 공연 현황. 

연극 장르는 2022년 한 해 동안 제주에서 43건을 공연했다. 횟수는 1097회에 달한다. ▲티켓판매수는 2만9932매 ▲티켓판매액은 11억8809만원 ▲유료관객 비중은 72% ▲평균티켓 가격은 3만9693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연극 장르 전국 평균 티켓가격이 1만6437원인데 반해, 제주는 거의 4만원으로 배 이상 높았다는 사실이다. 서울 포함 전 지역을 살펴봐도 평균티켓 가격은 1만7000원대를 넘지 않는데, 제주만 유독 높은 액수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해녀의부엌’ 등 연극과 체험을 결합한 공연 프로그램이 온라인 예매에 포함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해녀의부엌’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예매를 받고 있다.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서 규정하는 연극 장르는 배우가 각본에 따라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무대 예술을 의미한다. 창작극, 번역극, 마임, 인형극, 아동극 등이 해당한다.

2022년 뮤지컬 장르 공연 현황.&nbsp;
2022년 뮤지컬 장르 공연 현황. 

뮤지컬 장르는 제주에서 59건을 공연했다. 횟수는 933회다. ▲티켓판매수는 6만1615매 ▲티켓판매액은 14억8701만원 ▲유료관객 비중은 87% ▲ 평균티켓 가격은 2만4134원이다. 연극 보다 뮤지컬 공연건수가 더 많았는데, 이는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캐릭터 뮤지컬이 다수 포함한 것으로 추측된다.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서 규정하는 뮤지컬은 음악극이 현대화된 것으로, 음악, 노래, 무용을 결합한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대규모 종합 무대 예술을 의미한다. 음악극, 넌버벌 퍼포먼스 등도 포함한다.

2022년 양악 장르 공연 현황.
2022년 양악 장르 공연 현황.

양악 장르는 제주에서 50건 공연했다. 공연 횟수는 63건이다. ▲티켓판매수는 1만9176매 ▲티켓판매액은 1억3414만원 ▲유료관객 비중은 48.4% ▲평균 티켓가격은 7047원으로 나타났다. 제주 양악 장르는 유료관객 비중과 평균 티켓가격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각각 40%대, 1만원 이하로 집계되면서 낮은 관심과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서 규정하는 양악은 서양의 고전음악(클래식, 오페라 등) 및 해외 전통음악(재즈, 가곡 등)을 의미한다. 

2022년 국악 장르 공연 현황.
2022년 국악 장르 공연 현황.

국악 장르는 제주에서 11건 공연됐다. 공연 횟수는 16건이다. ▲티켓판매수는 6712매 ▲티켓판매액은 903만원 ▲유료관객 비중은 15.7% ▲평균티켓 가격은 1347원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10%대인 유료 관객 비중, 전국 평균의 1/10 이하에 불과한 평균티켓 가격 등 전체 항목에서 제주 국악 장르의 열악함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서 규정하는 국악은 한국에 뿌리를 내린 음악, 또는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음악(한국전통음악, 창작국악, 창극)을 뜻한다.

2022년 무용 장르 공연 현황.<br>
2022년 무용 장르 공연 현황.

무용 장르는 제주에서 15건 공연됐다. 공연 횟수는 18건이다. ▲티켓판매수는 6823매 ▲티켓판매액은 5406만원 ▲유료관객 비중은 55.4% ▲평균티켓 가격은 7923원으로 나타났다. 국악 장르 보다 조금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저조한 활동을 보이는 모습이다.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서 규정하는 무용 장르는 음악에 맞춰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미를 표현하는 공연작품을 의미한다. 한국전통무용, 한국창작무용, 현대무용, 고전발레, 현대발레, 대중춤 등을 의미한다.

2022년 복합 장르 공연 현황.
2022년 복합 장르 공연 현황.

복합 장르는 제주에서 12건 공연됐다. 공연 횟수는 13건이다. ▲티켓판매수는 5276매 ▲티켓판매액은 17만원 ▲유료관객 비중은 0.7% ▲평균티켓 가격은 33원이다. 다른 비수도권과 비교해도 통계 수치가 현격하게 떨어지면서, 제주 지역에서 아직 낮은 복합 장르 공감대와 저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서 규정하는 복합 장르는 퓨전 장르나 다원 장르, 2개 이상의 장르를 하나의 공연에서 다루고 있는 공연작품을 지칭한다.

전국에서 가장 바쁜 제주지역 문예회관

전국 문예회관 활동을 살펴보면 제주는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문예회관의 지역별 ‘공연 프로그램 가동률’을 보면 제주는 61.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프로그램 가동률이 60%를 넘었으며,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 대전(55.9%), 서울(46.8%), 울산(42.8%)이 뒤를 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공연 프로그램 가동률은 ‘365일-(시설물 점검+설비일수+연간 휴관일수)’에서 ‘공연일수+공연준비일수’를 나눠서 백분율화한 수치다.

2022년 기준 전국 문예회관 공연 프로그램 가동률에서 제주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2022년 기준 전국 문예회관 공연 프로그램 가동률에서 제주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문예회관의 지역별 ‘공연장 가동률’을 봐도 제주는 63.5%로 대전(68.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공연장 가동률은 ‘공연일수+공연준비일수’에 기타행사일수까지 더해서 계산한 수치다.

막중한 제주지역 문예회관, 예술행정의 역할

‘2023 공연예술조사’를 정리하면 제주 지역 공공 문예회관은 쉴 틈 없이 전국에서 가장 바쁘게 운영되지만, 도민들은 공연에 대해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자연스레 다양한 장르 창작 역시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유명 연주자 등이 출연하는 공연은 순식간에 예매가 매진되는 현상을 감안하면, 명성으로 공연장을 찾을 순 있어도 장르에 대한 관심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지역 공연 예술가 창작에 대한 나름의 평가도 결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2023 공연예술조사’가 시사하는 바를 요약하면 예술행정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 예술행정은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우수한 공연을 계속 유치해야 한다. 동시에 부족한 공연예술 교육 기반을 지원하면서, 주목할 만 한 창작에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 공연예술가들의 역량을 높이는 역할까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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