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맞아 쌀 100포 기부…얼굴 드러내지 않는 제주판 ‘키다리 아저씨’

제주 서귀포시 '노고록 아저씨'가 올해 설 명절에도 이웃을 위한 쌀을 기부했다. 25년째 이어진 그의 선행으로 지역사회가 훈훈하게 덥혀졌다. 사진=서홍동주민센터.
제주 서귀포시 '노고록 아저씨'가 올해 설 명절에도 이웃을 위한 쌀을 기부했다. 25년째 이어진 그의 선행으로 지역사회가 훈훈하게 덥혀졌다. 사진=서홍동주민센터.

올해 설 명절에도 잊지 않고 찾아왔다. 주변 이웃을 위해 25년째 익명으로 가진 것을 흔쾌히 내놓는 제주 ‘노고록 아저씨’ 이야기다.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는 지난 2일 설 명절을 앞두고 익명의 독지가인 ‘노고록 아저씨’로부터 300만원 상당 쌀 100포를 전달받았다.

익명의 독지가에게 ‘노고록’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은 기부 때마다 ‘노고록허게 보내라’는 글귀를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노고록 아저씨’는 주민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배송업체에 위탁해 “살암시난 혼해가 가수다. 명절은 돌아오고 노고록하게 잘 보냅써”라는 메모와 함께 쌀을 전달했다.

노고록 아저씨는 설날과 추석, 연말 등 세 차례에 걸쳐 해마다 쌀 나눔을 실천 중이다. 햇수로 벌써 25년이 된 그의 기부는 가족조차 모르게 이뤄진다. 

‘노고록’이라는 말의 뜻은 제주어사전에 나온 ‘노고록 하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갈등 없이 평온하게, 조금이라도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과거 거친 땅을 일구며 힘들게 살아온 제주인의 소망이 서린 단어다. 

24년째 익명으로 기부를 이어온 일명 ‘노고록아저씨’는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 ‘노고록한 인생’을 바라는 우리네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제주의소리]는 수소문 끝에 ‘노고록 아저씨’를 직접 만났다. 익명으로 기부하는 이유를 물으니 그는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지금처럼 조용히 남을 도우며 살다가 죽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 힘들고 어렵게 살았어요. 너무 힘드니까 부모님이 ‘혼번이라도 노고록허게 살아봐시민’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죠. 편안하고 행복하게, 여유있게 살고 싶은 소망이었던 겁니다. 개인적 소원이기도 하고 모두의 소원이기도 한 ‘노고록’한 삶을 모두가 살았으면 해요.” 그가 했던 말이다.

관련해 쌀을 전달받은 김영철 서홍동장은 “꾸준히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주심에 감사드린다. 나눔 문화가 서홍동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노고록 아저씨가 쌀을 기부하며 보낸 메시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과거 노고록 아저씨가 쌀을 기부하며 보낸 메시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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