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언론 보도, 국회의원 발언, 포털까지 통제하는 권력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말은 곧 권력이다.

우리는 말을 거치지 않고 세상을 인식할 수 없다. 말은 우리 의식을 결정하기에 곧 권력과도 같은 힘을 갖는다. 세상은 곧 말로 만들어지고 움직인다 해도 틀리지 않다. 세상 많은 생물종 가운데 사람만이 최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언어와 문자로 지식을 소통하고 후세에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가 같지는 않다. 높은 단상에서 몇 십 분이고 말할 수 있는 교장과 지루함에 재잘거리다 떠든다고 혼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권력 관계를 본다. 우리 역사와 사회에서 겪었던 말과 권력은 더 치열하다.

권력자들은 말을 통해 통제하려하고 민중들은 말을 통해 저항하려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말을 독점할 때 우리는 말을 잊고 살아야했다. 봉건사회를 지나고 근현대사를 보더라도 말은 권력과 돈을 가진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말과 글을 빼앗겼던 일제강점기를 지나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지금에 이르렀지만 많은 국민들은 말하지 못함에 갈증을 느끼며 살아왔다.

한 사회가 누리는 민주주의 수준은 말과 글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보면 안다. 4.3이라는 아픔을 간직한 제주 사람들은 오랫동안 스스로 입막음을 당했던 시절을 보냈다. 아픔을 말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였다. 

가깝게는 전두환 군사정권은 폭압으로 언론을 통제했다.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언론검열과 통제였다. 1980년 11월에는 아예 입맛에 맞는 언론사 몇 개만 남기고 언론사를 통폐합해버렸다. 전두환 정권이 벌인 언론 학살은 1985년 신문과 방송에 대한 보도지침으로 이어진다. 보도지침은 안기부와 문공부를 통해 전달됐다. 보도지침은 뉴스 내용까지 세세하게 지시하며 언론을 권력 입맛에 맞게 통제했다.

숨 막혔던 언론은 6월 민주항쟁을 거치고서야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말은 자유롭지 않은 시대다. 누구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누구는 하고자하는 말조차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과거 군사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총칼만 없을 뿐 거슬리는 언론은 가만두지 않는다. 비판적 방송 프로그램 폐지나 진행자 교체는 가벼운 일이 됐다. 가짜 뉴스라는 이미지를 씌운 뒤 언론사나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마저 흔하다. 법이라는 절차만 갖출 뿐 군사정권때 벌어진 일과 다름없다.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내뱉은 욕설에 대한 MBC 보도 내용 / 사진=유튜브 갈무리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내뱉은 욕설에 대한 MBC 보도 내용 / 사진=유튜브 갈무리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내뱉은 욕설에서 비롯된 ‘바이든’과 ‘날리면’ 논란은 말을 독점하려는 권력자의 억지와 오만을 보여준다.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으로 들리는 대다수 국민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한국 정치사에 한 장면으로 남을 만한 일도 벌어졌다. 대통령 경호처가 국회의원 입을 틀어막은 사건이다. 지난 1월 18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히고 사지가 들려 강제로 퇴장당했다. 발단은 말이다.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됩니다”라는 말을 건네다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외치는 강 의원을 경호원들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몸을 들어 밖으로 끌고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행사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지난 1월 18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히고 사지가 들려 강제로 퇴장당했다. / 사진=유튜브 갈무리
지난 1월 18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히고 사지가 들려 강제로 퇴장당했다. / 사진=유튜브 갈무리

정치인들에게 말은 가장 중요한 정치 행위다. 더욱이 국회의원은 국민 목소리를 전달하는 대변자이고 헌법기관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는 듣지 않게 하려는 심기경호다.

말할 자유를 가로막는 일은 또 있다. 얼마전부터 다음 포털을 통해 검색하던 지역 뉴스가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가 검색기능을 바꾸면서 지역 언론 기사 대부분은 뉴스검색에서 사라졌다.

그동안 카카오는 인터넷 언론사들과 뉴스 검색제휴 계약을 맺고 포털사이트인 다음( www.daum.net )을 통해 독자들에게 기사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22일부터 별도 설정 절차 없이는 뉴스 검색이 되지 않도록 검색기능을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다음사이트에서 쉽게 제주지역 뉴스를 검색하던 도민과 언론 소비자들은 뉴스를 찾을 수 없다.

제주인터넷 언론사들이 당혹감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는 지난해 11월 성명을 내고 카카오의 뉴스검색서비스 설정 변경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제주인기협은 “카카오의 이번 조치가 대한민국 언론의 생태계를 악화시킴과 동시에 국민들이 지역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비판했다.

주권자인 국민은 억압받지 않고 말할 권리가 있다. 또 권력자는 그 말을 듣는 게 민주주의 시작이다. / 사진=픽사베이
주권자인 국민은 억압받지 않고 말할 권리가 있다. 또 권력자는 그 말을 듣는 게 민주주의 시작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주지역 5개 인터넷언론사도 지난달 24일 제주지방법원에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중지 가처분신청서’을 냈다. 인터넷언론사들은 가처분 신청이유에 대해 “인터넷 언론사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사들은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 특정 거대 세력이나 거대 기업에 대한 비평적 보도를 하더라도 이를 국민들에게 전달할 통로가 사라졌다”며 “이는 명백히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며 사실상 언론통제라고 주장했다.

다음 서비스 이용자가 일부 검색기능 설정 과정을 거치면 뉴스 검색 기능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나 정보 접근 기능을 확대해도 모자란데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조치로 영향을 받는 언론사가 대부분이 지역 언론사임을 볼 때 정보가 중앙과 중앙언론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지역 불균형마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음을 비롯한 포털사이트는 엄청난 정보들이 오간다.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은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내고 이용하는 공공자원과도 같다. 이미 포털사이트들은 언론사처럼 기능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뉴스에 대한 검색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말을 막는 것이고 공공자원을 소수가 독점하게 하는 것과 같다.

<br>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말도 드물지
두고두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 또한 드물지

손세실리아 시인이 쓴 시 ‘통한다는 말’ 중 한 부분이다. 경제도 사회도 어려운 요즘 답답함 속에서 말이라도 시원하게 통하는 사회를 살고 싶은 국민들이 많다. 주권자인 국민은 억압받지 않고 말할 권리가 있다. 또 권력자는 그 말을 듣는 게 민주주의 시작이다. / 김효철 논설위원(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