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12년 전 결혼으로 제주 이주한 뚜옌씨, 4년째 동문시장서 빙떡 판매

제주동문시장 입구에 위치한 동문빙떡. 제주 이주 12년차 뚜옌씨가 4년째 빙떡을 팔고 있는 장소다. ⓒ제주의소리
제주동문시장 입구에 위치한 동문빙떡. 제주 이주 12년차 뚜옌씨가 4년째 빙떡을 팔고 있는 장소다. ⓒ제주의소리

베트남에서 태어나 22살 때 결혼하면서 제주에 터를 잡은 이주여성이 ‘빙떡’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재료 준비를 위해 매일 오전 5시에 기상하는 부지런함과 정성은 빙떡의 맛을 극대화했다. 

제주동문시장과 연결된 여러 통로 중 동문로터리와 가까운 입구를 지날 때면 누구나 맛있는 냄새의 유혹을 받는다. 

호떡과 붕어빵을 비롯해 닭꼬치, 로브스터 등 먹을거리가 넘치는 동문시장에서 유난히 빛나는 동그란 간판을 만날 수 있다. 

22세의 나이로 결혼한 뚜옌씨의 결혼 당시 모습. 
22세의 나이로 결혼한 뚜옌씨의 결혼 당시 모습. 

제주 이주 12년차 응우옌 티 뚜옌(34)씨가 매주 월~토요일 장사하는 ‘동문빙떡’이다. 

4년째 빙떡을 만들고 있는 뚜옌씨의 손맛을 본 사람들이 단골을 자처하면서 하루에 팔리는 빙떡만 200개에 이르고 있다. 

메밀가루로 만든 전에 소금 등으로 간을 한 무채가 들어가는 빙떡은 ‘빙빙’ 돌려서 전을 부쳐서 빙떡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진다. 

척박한 제주 땅에서 그나마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 빙떡에 쓰인다. 또 과거에는 혼인 등 중요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귀한 돼지고기의 비계를 식용유처럼 사용하기도 한 제주의 전통 음식이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건설 관련 회사에서 일하던 뚜옌씨는 12년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제주에 왔다. 

한국어를 전혀 모른 채 제주에 왔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있어 결코 외롭지 않다. 그렇게 수년간 뚜옌씨는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학당에 다니며 계속 한국어를 공부했다. 

아직 어르신들의 제주어는 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통상적인 대화는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그럼에도 뚜옌씨는 스스로 한국어가 서툴다고 생각해 계속 공부하고 있다. 

뚜옌씨는 한국 음식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생선회나 육회 같은 ‘날 것’ 음식은 차마 먹지 못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뚜옌씨가 정성을 담아 빙떡의 사용되는 메밀전을 부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뚜옌씨가 정성을 담아 빙떡의 사용되는 메밀전을 부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뚜옌씨는 매일 새벽 5시 빙떡 재료 준비로 하루를 시작한다. 최대한 맛있는 무를 선별해 직접 채를 썰고, 삶은 뒤 밑간도 직접한다. 재료를 준비할 때면 그의 남편도 일손을 돕는다. 

빙떡의 맛을 좌우하는 무채에 담긴 정성과 스스로 ‘요리를 잘한다’고 소개할 만큼 솜씨 좋은 뚜옌씨의 손맛이 더해지면 재료 준비가 마무리된다.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인 아들과 딸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뚜옌씨는 동문시장으로 출근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동문빙떡’ 영업시간이다. 

뚜옌씨의 빙떡 장사는 4년 전 시어머니와 남편의 권유로 시작됐다. 베트남 요리인 월남쌈과 빙떡의 조리 과정이 비슷해서인지 뚜옌씨는 금방 조리법을 익혔다. 

처음에는 뚜옌씨 스스로도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현재는 빙떡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취재 중 빙떡을 구매한 중년남성은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명절 때 고향 제주에 올 때마다 동문빙떡을 꼭 찾는다. 예전에 먹던 그 맛”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뚜옌씨는 청결을 위해 꼭 마스크를 끼고 음식을 조리한다.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뚜옌씨는 청결을 위해 꼭 마스크를 끼고 음식을 조리한다. ⓒ제주의소리

뚜옌씨는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단골이 많이 늘었어요. 한번 맛본 사람은 또 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뚜옌씨는 매일 200개 정도의 빙떡을 팔고 있다. 예전에는 더 많이 팔았지만, 갈수록 손님이 줄어든다는 것을 체감한다. 

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맛보기용으로 1개씩 사기도 하지만, 단골들은 한번에 여러 개를 구매하기도 한다. 

빙떡을 팔면서 뚜옌씨가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왜 빙떡이에요?’, ‘왜 차가워요?’ 두 가지다. 

원래 빙떡은 식혀서 먹는 음식이고, ‘빙빙’ 돌려서 전을 부치는 모습에서 빙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하는 모습에서 뚜옌씨는 영락없는 빙떡 홍보대사다. 

식혀 먹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조리된 이후 3시간 정도 지나면 맛이 변질되는 것이 빙떡의 또 다른 특징이라서 뚜옌씨는 쉬지 않고 빙떡을 계속 만든다. 

뚜옌씨는 “빙수처럼 얼음이 들어가서 빙(氷)떡이냐고 묻는 관광객도 꽤 있다”며 재밌는 일화도 전했다. 

결혼 생활 12년 동안 뚜옌씨는 고향 베트남을 총 4번 다녀왔다. 지난해 여름에도 베트남에서 가족들을 만나 고향의 맛을 맘껏 느끼고 돌아왔다. 

제주 며느리 뚜옌씨에게는 꿈이 있다. 노점상이 아닌 어엿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다.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팔고 싶어요. 쌀국수 말고 월남쌈이나 반미 같은 음식을 팔고 싶어요. 아, 물론 빙떡을 포함한 제주 전통음식도 같이요.”

뚜옌씨가 정성을 다해 만든 빙떡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뚜옌씨가 정성을 다해 만든 빙떡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